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업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간 교육과정 재구성, 행복했던 한해살이의 기록

수업은 교사의 자부심이다.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교사의 전문성은 수업을 통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빡빡한 진도와 생활지도, 물밀듯이 밀려오는 온갖 행정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면 교사 자신도 모르게 교과서 진도 중심의 익숙한 방법에 의존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또 때로는 야심차게 기획하고 준비한 수업이 교사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수업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아주 작은 요인도 큰 변화를 일으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뭔가 열심히 계획하고 준비하여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회의가 몰려오기도 한다. 이에 교육과정 재구성은 많은 교사들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동시에 교사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오는 측면도 적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부담스럽고 어렵게 접근하기보다는 철학을 공유하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써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1년 동안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나간 기록들을 살펴보면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역할, 교육관과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적 고민부터 구체적 방법론, 아이들의 참여와 기쁨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가 버무려져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프롤로그_ 교사의 생각을, 아이의 마음을 담은 교육과정 재구성

1장. 다시 바라보는 ‘수업’
1. 철학 세우기
2. 핵심 교육내용 선정하기
3. 성취기준 분석하기
4. 교과 통합하기
5. 교육자료 수집하기
6. 차시 운영계획 세우기

2장. 함께 사는 세상
1. 첫인사
2. 학급 규칙 정하기
3. 도덕성의 비밀
4. 3의 법칙
5. 말의 힘과 비폭력 대화법
6. 아이들과 함께하는 운동장 놀이

3장. 꿈의 도시 과천 만들기
1. 주제망 짜기: 생태도시 만들기
2. 중심 도서 읽기: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
3. 미세먼지 바로 알기
4. 도시문제의 종류의 발생 원인 알아보기
5. 생태도시 사례 알아보기
6. 하천 살리기 성공 사례: 양재천의 역사와 생태
7. 현장체험학습: 하늘공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8. 해결 방법 구상하기, 모형 만들기, 제안서 보내기
9. 즐거운 불편: 탈핵 놀이와 대체에너지 체험
10. 봉사활동하기
11. 국립과천과학관 현장체험학습: 연료가 된 소금물
12. 주제를 마무리하며

4장. 세상을 바꾸는 힘
1. 주제망 짜기: 세상을 바꾸는 힘
2. 자원의 희소성 게임하기
3. 산다(buy)는 것
4. 착한 소비가 뭐예요?
5. 육식의 진실
6. 착한 소비 제안 공익광고 만들기
7. 식물을 이용한 천연 제품 만들기와 보고서 쓰기
8. 식물을 이용한 미술작품 만들기
9. 착한 소비 현장체험학습
10. 주제를 마무리하며

5장. 내 꿈을 펼쳐라
1. 주제망 짜기와 기본 개념 익히기: 진로 탐색과 노동의 가치
2. 진로 선택의 기준 이야기 나누기
3. 표준화 검사 결과 활용하기
4. 미래 유망 직업 탐색하기
5. 사이버 진로 탐색과 나의 꿈 탐구 보고서 쓰기
6. 미래 명함 만들기
7. 주제를 마무리하며

6장. 아는 만큼 보인다
1. 주제망 짜기: 아는 만큼 보인다
2. 사전조사 활동과 학습 게임
3. 경복궁 배치도 만들기와 사전 해설 연습하기
4. 볼런티어 부모님들 사전 모임
5. 경복궁 현장학습, 문화재 해설사 되어보기
6. 문화재청에 제안서 보내기
7. 주제를 마무리하며

7장. 나눔 프로젝트
1. 나눔의 필요성
2. 나눔 축제 계획하기
3. 학년 다모임
4. 초대장 발송하기
5. 나눔 축제
6. 기부금 전달식
7.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8장. 시와 이야기에 담긴 세상
1. 이야기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비슷한 점 알기
2. 이야기를 읽고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 간추리기
3. 책 표지 꾸미기
4. 작가와의 대화
5. 주제를 마무리하며

9장. 공부의 왕도, 아이들이 빛나던 수업들
1. 공부의 왕도
2. 마을 간 갈등 해결 수업
3. 우리 반 상징물 만들기
4. 즐거운 여름방학
5.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에필로그_여전히 행복한 교실을 꿈꾸며

교육과정은 필요에 따라 재구성해야 한다. 전 학기, 전 학년을 재구성하겠다는 목표는 재구성을 위한 재구성일 뿐,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 교과와 단원이 생기게 마련이므로 주의하자. 필자는 가치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통합 주제를 운영하지 않을 경우에는 나머지 부분들을 분과적으로 가르쳤다. 이 모든 과정은 어찌 보면 힘겨운 일이 될 수도 있으나, 교사인 내가 노력한 만큼 행복해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_36쪽운동장을 훨훨 누비며 축구를 하거나 아이들과 놀이에 몰두할 때면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두 눈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그렇지. 저렇게 펄펄 뛰는 동해 바다 고래 같은 녀석들을 좁은 교실에 붙잡아두었으니. 그래서 학년 초 나는 언제나 아이들과 운동장에 나가 몸으로 놀아준다. 말이 필요 없다. 1시간이면 아이들은 1년 동안 내 편이 되어준다. 우리 선생님 ‘좋아요’를 마음속으로 꾹 누르는 것이다. 학기 중에도 틈틈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는데, 노는 모습을 관찰하면 아이들의 성향과 교우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_58쪽이번 주제통합학습의 중심 단원이 된 4학년 1학기 2단원 ‘도시의 발달과 주민 생활’은 도시의 지리적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으로서 신도시를 건설해보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단원이다. 도시가 발달하는 곳의 지리적 특징을 배우고 나면 공부하게 되는 도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겪으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주로 도시문제 해결 방안에 주안점을 두고 재구성을 했다. 특히 도시문제의 해결은 지엽적인 차원이 아닌 큰 틀에서 보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도시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세계적인 사례를 살펴보았고, 국내의 모범 사례들에 대한 현장체험학습을 했다. _62쪽 사회 1단원을 중심으로 도덕과와 국어과, 과학과를 통합했다. 그리고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일어나는 경제활동 의 특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도덕과 7단원의 환경문제와 관련지어 환경을 살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착한 소비에 대해 알아보고, 과학과의 식물 단원과 연관 지어 식물을 이용한 천연 제품 만들기와 미술과에서 압화 책갈피 만들기를 계획했다. _113쪽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국어 교과서의 맨 처음과 마지막은 문학 단원이다. 국어 교과를 재구성해 문학 단원을 몰아서 한꺼번에 공부하기로 했다. 먼저, 교육과정을 분석한 후 4학년 수준의 아이들에게 적당한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국어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작가를 섭외하고자 했으나 강연료가 지나치게 높아 성사되지 못했다. 그 대신 학부모들 중에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을 하는 분이 추천한 ‘김리리’라는 작가를 섭외했다. _213쪽

교육과정 재구성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방법이 아닌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찰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1장은 교육과정을 교사의 교육관, 아이들의 요구, 시대적 필요에 맞게 디자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단순한 방법론적 논의보다는 교사들이 답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9장에서는 그렇게 디자인된 교육과정을 동료 교사, 학급 아이들과 함께 펼쳐 나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담았다. 특히 수업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묘사하고 있으므로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 기록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이 책이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저자는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들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좀 더 다양한 교육활동이 시도되고, 그로 인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교과서의 지식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다!빠듯한 수업시간에 가르쳐야 할 내용은 산더미 같은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재구성은 자칫 그림의 떡처럼 공허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교과서 진도에 얽매인 수업이라면 학생들의 배움 또한 그들의 삶과 괴리된 채 교과서에 갇힌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다. 교육이 학생들의 삶과 멀어질수록 진정한 배움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 교사 본연의 임무는 수업이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대부분이 수업을 통해 발현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교사들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인 동시에, 선뜻 대답할 수 없는 난해한 질문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저자는 과거에 늘 교사로서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학교에서 하루가 끝나면 뭔가 부족함을 느끼며 그것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책감으로 남아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자책감의 실체는 바로 수업에 대한 불만족이었다. 사실 저자는 이전까지는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그저 교과서 진도에 따라 한 차시, 한 차시 재미있는 활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수업 준비를 다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수업에 과연 교사의 철학이나 교육관, 또 시대의 요구와 아이들의 바람이 얼마나 담겨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수업의 본질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교사의 교육철학과 아이들의 바람을 담은
행복한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의 본질, 가르침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교육과정에 접근하게 되었다. 방법 그 자체보다는 교사의 교육철학과 아이들의 바람을 교육과정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교과서의 지식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1년간 진행하면서 저자는 과거와 달리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노라고 고백한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는지 금방 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느꼈는지 오래 간직할 것이다. 그 느낌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동안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저자의 이 말 속에서 1년간 어떤 수업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교사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학생들의 삶과 이어진 교육과정 재구성과 이를 구현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교사의 시도를 적극 지원하고 격려해준 학교 문화, 평범하지 않은 교육과정을 지지하고 교사를 믿어준 학부모, 든든한 동지이자 지원군이었던 동료·선배 교사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배우고 때론 교사를 일깨워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