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 별밤서재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요약정보 및 구매

현직 약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병과 삶, 앎에 관한 이야기

상품 선택옵션 0 개, 추가옵션 0 개

  • 김정선
  • 북드라망
  • 2021-02-07
  • 9791190351553 (1190351552)

13,500

12,150(10% 할인)

포인트
600p
배송비
무료배송
포인트 정책 설명문 닫기

00포인트

포인트 정책 설명문 출력

관심상품

선택된 옵션

  •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관련도서

등록된 상품이 없습니다.

상품 정보

별밤서재 사은품
책 소개
현직 약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병과 삶, 앎에 관한 이야기
책 상세소개
약사에서 ‘호모 큐라스’로!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삶과 공부, 그리고 병과 약에 관한 이야기

주 이틀 알바 약사로 일하며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일상을 꾸려나가는 한 ‘호모큐라스’(스스로 치유하고 자기를 돌보는 사람)가 말하는 병과 건강, 삶과 앎에 대한 이야기. 현직 약사인 저자는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약대에 진학한 후, 종합병원과 의약품 도매상, 제약회사, 약국 등을 두루 거치며 스스로를 불태우던 어느 날, ‘다르게’ 살기 위해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찾아간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루쉰, 일리치, 스피노자, 푸코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공동체 사람들[人]과 실험하고, 첫 글쓰기 세미나 시간부터 ‘이렇게 써서는 안 되는 예’에 꼽히면서도 변화해 가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글쓰기[文]를 벼려 나간다. 우정과 공부, 글쓰기라는 수련을 통해 앓는 것, 아는 것, 읽는 것, 쓰는 것 모두가 삶을 기르는(養生) 약[藥]임을 깨닫고, 공동체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나’와 ‘약사’를 업으로 하는 ‘나’가 함께할 수 있는 곳[房]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사람과 글로 통하는 ‘약방문’(藥方文, 처방전)이자 ‘약방/문’(藥房/文, 약방에서 태어난 글)인 이 책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이다.

목차
머리말: 약사에서 ‘호모 큐라스’로

프롤로그: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약사가 되기 싫었다│인문학을 만났다│읽고 쓰면서 공부를 했다│인문약방을 시작하다

1장: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전문가로 훈련된 첫 직장│전문성에 포함된 대상화│상품과 윤리 사이에서│돈은 별로 못 벌었지만

2장: 천식에 걸린 약사
천식이라는 아이러니│의료화가 만들어 낸 신화와 맹목│생명에는 병이 포함되어 있다│천식과 함께 살아가기

3장: ‘셀프-메디케이션’ 시대의 약
약에 대한 오해│어떤 셀프여야 할까?│슬기로운 셀프-메디케이션(약국 활용법)

4장: 영양제 = 다다익선?
학교 때 배운 영양소│기묘한 영양실조│영양제의 중도

5장: 현대판 만병통치약, 진통제
통증과 진통의 메커니즘│늘 작용 중인 부작용│만병통치약이 되어 가는 진통제│느리지만 덜어 내는 치료

6장: 수면제와 네모창
강박과 수면제│수면 장애 = 불면증?│네모창이 밝히는 밤│수면제와 네모창을 대신할 일

7장: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소름 끼치는 다이어트 처방│‘정상 체중’이라는 신화│문제는 살이 아니다

8장: 슬픔의 치료제
나의 힐링 방랑기│슬픔과 기쁨의 실존│정신질환 권하는 사회│슬픔을 품은 삶의 진실들

9장: 노인과 박카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늙음이 당황스럽다│늙지 않으려는 세상│‘다가오는 것들’

10장: 바이오 기술의 과속 스캔들
바이오 스캔들│Genetically Modified Life(유전자 변형된 일상)│플라스틱 자궁 공학 또는 새로운 우생학?│속도를 늦추고 삶이라는 맥락에 머물자

에필로그: 인문약방의 ‘학업수행’

부록: 필연과 자율의 삶, ‘건강’
책속으로
내게 타인은 신의 사랑을 실천할 대상이었고 나는 신에게 선택된 사람이었다. 신에게 선택된 만큼 그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내가 착해지고 특별해져 구원받는 게 제일 중요했다. 하지만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는 원자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상호 영향 속에서 그때그때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타인들 속에서, 타인들은 내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존재들 사이에 더 낫고 못나고는 없다. 스피노자는 모든 존재들은 완전하다고 말한다.
나는 ‘타인’에 대해 화두를 갖게 되었다. 늘 나와 경계 짓고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존재들에 대해서. 이제 나 혼자 잘해서 잘 살 수 있는 건 불가능함을 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정념에 휘둘리지 않는 능동적인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힘들다고 말한다. 타인들과 공통의 감각을 키울 때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바꿔 말한다면 내 존재적 조건인 외부와의 관계에서 정념도 어쩔 수 없이 생기지만, 정념을 넘어 이성 또는 지혜를 만드는 조건도 다름 아닌 타인과의 관계이다. 타인과 (공)통할 수 있을 때 그 차이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말하는 ‘우정’이고 지혜이다.(「프롤로그: 인문약방, 여기가 로두스다!」, 19~20쪽)하지만 약사가 된 나는 돈 많이 벌겠다는 목표와는 한참 먼 지점에 서 있다. 뭐든 열심히 했고 그렇다고 돈과 무관하게 산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전문직이라는 철옹성에서도 자본주의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여기저기 샛길로 빠지면서 철옹성에서 정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은 적게 벌고 적게 쓰자고 일주일에 이틀 알바 약사로 일한다. (……) ‘전문성’ 자체가 ‘상품’이다(이반 일리치는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허택 옮김, 느린걸음, 2014에서 전문성을 상품으로 말하고 있다). 점점 더 세상은 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약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전문성이라는 상품에서 기인했다는 걸 이제 알겠다. 약사가 되어 부자로 살길 원했던 엄마의 기대를 저버린 딸이 되었지만 오히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부유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삶이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은 이런 전문성과 상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거두고 자신의 자율성을 믿어 봤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전문가이지만, 전문성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싶다. 자율성을 회복하는 일은 혼자서는 어려울 거다. 함께할 친구들을 찾아보자. 삶을 소비가 아닌 자율적 생산으로 함께 채울 친구들 말이다.(「1장: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34~35쪽) 서양의 진화론으로도 동양의 의학과 역학(易學)으로도 ‘생명에 병이 포함되어 있다’는 같은 인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천식이라는 아픔은 내가 살아온 삶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구나! 나는 질병의 필연성을 알고 난 후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내게 천식은 아이러니도 비정상도 아니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약국에 오는 환자들도 비정상인들이 아니고 약사가 아픈 것이 수치가 되지 않는다. 이제 내게 남은 문제는 “이 아픔을 어떻게 겪을 것인가?” “어떻게 천식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가?”이다. (……) 이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고 내게 물을 때 ‘천식’을 빼지 않는다. 물론 살다 보면 천식 증상이 없어질 수도 있겠고 그럼 좋긴 하겠지만, 천식을 고치기 위한 특별한 일상으로 잔잔한 일상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는 “어떻게 천식과 함께 살아갈까?”와 다르지 않은 질문이 되었고 약사로서 “어떻게 아픈 사람들과 만나야 할까?”라는 고민도 깊어졌다.(「2장: 천식에 걸린 약사」, 45~46쪽)순전한 셀프-메디케이션은 불가능하다. 나 또한 혼자의 판단으로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의사에게 진찰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하고 상의를 한다. 어떨 땐 약에 대해 1도 모르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내 몸에 금쪽같은 조언이 된다. 또 약이 아니라 운동을 하거나 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스스로 몸을 돌본다는 건 일상의 여러 관계들을 통과하면서 스스로가 어떤 선택들을 하는 것이다.(「3장: ‘셀프-메디케이션’ 시대의 약」, 59쪽)사람들은 한편으로는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설탕과 기름과 조미료로 버무려진 저질의 음식을 과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몸에 좋다는 보약이니 영양제 등을 과하게 복용한다. 더불어 여러 오염물질, 환경 호르몬, 각종 화학물질도 몸속으로 들어간다. 현대의 ‘과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해롭다. 몸이 이 온갖 것들을 소화하고 흡수해서 대사하고 배설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며 거기에 따라 내장기관들은 또 얼마나 혹사당할 것인가.
몸의 세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정보도 필요하지 않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또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지식 정도로 우린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몸에 관심을 더 가지기만 한다면!(「4장: 영양제=다다익선?」, 62~63쪽)“푸로작 한 알이면 금방 기분이 나아질 텐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공부를 하니?”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푸로작의 수많은 부작용은 차치하고라도, 화학물질에 내 기분을 맡기고 싶지 않노라고 답하고 싶다. 무엇보다 슬픔 계열의 감정들을 없애는 것이 치료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약으로 이런 감정들이 없어진다면 나는 그때 그 슬픔이 품은 진실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또 슬픔의 진실들을 외면하는데 어찌 기쁨의 진실들을 만날까? 순서가 바뀐 거다. 슬픔이나 우울 때문에 삶이 비참해진 게 아니다. 삶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슬픔과 우울이 있는 거다.(「8장: 슬픔의 치료제」, 125쪽)
출판사 서평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지은이 인터뷰1. 책 제목이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입니다. ‘인문약방’이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문약방’은 인문학 공동체인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서 공부하는 네 명이 모여서 만든 공부와 활동의 현장입니다. 인문 + 약방이라는 조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인문학 전공자와 약학 전공자가 그 구성원입니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 두 분야의 통합을 시도한다고 할 수 있고, 더 근본적으로는 건강한 삶 또는 좋은 삶(양생)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정식 명칭은 〈마을양생 실험실, 인문약방〉입니다.
우리 넷은 인문약방에 모여 공부하고, 그 공부를 기반으로 먹고살고, 글을 쓰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의 중심은 1년에 걸쳐서 진행하는 ‘양생프로젝트’라는 기획세미나입니다. 그리고 구성원별로 개별 세미나를 꾸려서 자신의 공부를 심화합니다. 올해(2021) ‘양생프로젝트’에서는 페미니즘, 『동의보감』 그리고 마음에 대해 공부합니다. 실천적으로는 몸의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한의학과 명리학의 기반이 되는 황로(黃老)사상을 공부하는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일리치 약국〉을 곧 오픈합니다. 처방전을 받지 않는 약국으로 그간 공부한 동서양의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을 살려 비싸지 않은 일상보약을 판매하려고 합니다.
또 구성원들 각자는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가 일상을 만나 글쓰기로 정리된다고 말해야 할까요?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수행의 도구입니다. 어머니를 간병하는 이야기인 ‘간병블루스’, 인문학공동체 10년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양생이다’, 지인들의 증상에 적합한 문학 작품을 처방하는 ‘문학처방전’을 각자 써서 문탁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적 시선으로 본 약과 의료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번에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문약방, 호모큐라스를 위한 처방전〉이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을 중심으로 의료, 몸, 치유 나아가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년 말에는 〈한국도서관협회〉의 공모사업으로 유튜브에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를 진행했습니다. 생각보다 주변의 반응이 좋아서 자체적으로 올해는 책 소개나 양생 실천의 팁 등을 짧고 재미있게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계획입니다.

2. 이 책에 나오는 약사로서의 선생님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종합병원의 약사, 천식을 앓고 있으면서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약사, 힐링프로그램을 전전하는 약사 등을 거쳐 현재는 알바 약사로 일하시며, ‘인문약방’의 약사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이 이력의 변천이 선생님께서 몸(병)이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도 궤를 함께하지 않나 싶습니다. 간단히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과학을 신봉하는 이과 출신으로 오랫동안 과학주의자로 살아왔습니다. 약학도 생물과 화학이 중심이 되는 학문으로 기계적이고 공식적인 과학적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몸을 공식에 대입되는 기계처럼 대했습니다. ‘어떤 약을 복용하면 몸속에서 어떻게 대사가 되어서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떻게 배설되어 몸 밖으로 나온다’라고요. 사람들 각자의 특이성이 삭제되어 구성된 학문이었지만 과학이라서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도 삶은 몇 개의 공식만으로는 풀어지지 않는 복잡한 것이었어요. 그래도 노력해서 능력과 돈이 생기면 다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신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보통 ‘회심’이라고 하죠. 하지만 ‘영성’을 미신적이고 기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이번에는 영적으로 치유돼야지 완전무결하게 몸이 치유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 믿음에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신의 깊은 뜻이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합니다. 무언가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의존하는 이런 삶의 태도는 형태만 달랐지 동전의 앞뒤처럼 밀착되어 있었죠.
인문학 공부는 이런 극단적인 저의 성향에 균형을 주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도그마로부터 벗어나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는 바로 그 지점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인문학이 말하는 ‘영성’은 ‘자기 변형’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지금을 잘 살아가기 위한 것이지요. 똑같은 자기를 재생산하거나 강화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합니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더이상 몸을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픈 몸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픔은 삶에서 조절하며 그 의미를 바꿔 갑니다. 이제 건강이란 나와 세상과의 관계성으로 이해합니다. 생생하고 활발하게 통하는 관계성이 바로 건강입니다. 즉, 나의 건강에서 타자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타자와 관계를 통한 자기 변형이 좋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3. 선생님께서는 책을 굉장히 싫어하셨다고 했는데, 책을 많이 읽고, 공부도 하고, 글도 쓰게 되셨습니다. 문탁네트워크라는 인문학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셨기에 가능하셨던 일이 아닌가 싶은데요, 선생님께 공동체란 어떤 의미인가요?
‘공동체’, 하면 저는 ‘공부’와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문탁에 접속한 것도 공부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과 공부에 대한 상이 전혀 달랐어요. 공부란 나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내가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미나 형식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에세이로 정리해 본 적은 공동체로 들어오기 전에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제일 특이했던 것은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모여서 전문성이나 전공과는 관계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세미나에 따라 튜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세미나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 지식의 수준도, 살아온 커리어도, 분야도 달랐지만 그렇기 때문에 같은 텍스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면 자신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부한 내용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 조금이나마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가치들이 지금 세상의 가치와는 달랐지만 함께였기에 용기를 가지고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었고 공동체에서 실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항상 확신에 차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는 두려움에 반대쪽에 있는, 다른 말로 한다면 ‘이성’ 또는 ‘지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떨 땐 친구들의 따끔한 충고에 정곡이 찔려 괴로울 때도 있지만 공부는 그런 충고에 마음을 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 서로 끈끈함을 키우는 게 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우정’을 경험하게 되었죠. 여러 명이 함께 복닥거리다 보면 갈등도 있기 마련이지만 여러 친구들의 우정이 가세하면 갈등에 대한 객관성도 생기게 되고 결국 벗어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과정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자체도 늘 성찰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공동체란 제게 ‘스승’이고 ‘우정’이고 ‘삶의 방식’입니다.4. 선생님처럼 특별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의료서비스에 무작정 의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보는 삶을 어떤 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것은 의료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갖춰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의료서비스와 담을 쌓고 살라는 말도 아닙니다. 무작정 의존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의료가 내 몸에 저항할 수 없는 권위가 되어 버릴 때, 나에게 그 권위를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이 없을 때 문제가 됩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돈이 없다면? 과잉 진료와 치료가 몸에 해를 준다면? 무엇보다 의료 없이 스스로 건강하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리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이런 편견들이 의존성을 키웁니다. 무엇보다 ‘아픔’ 또는 ‘질병’을 ‘비정상’이나 물리쳐야 할 ‘적’으로 생각해 버린다면 우리의 삶은 비정상이 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물은 아픔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겪는 ‘아픔’에 대한 부정은 ‘죽음’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아플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삶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아픔’을 삶의 한 모습으로 일단 인정해야 아프건 아프지 않건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은 내 몸에 대한 ‘앎’을 일상 속에서 쌓아 가야 합니다. 그러한 앎이 스스로를 돌보는 힘이 됩니다. 예컨대 우리는 어렸을 때 감기나 상처 등 사소한 ‘아픔’을 겪으면서 면역력을 키워 옵니다. 바이러스나 세균들에 대한 앎을 몸 자체가 습득하는 과정에서 면역시스템이 구축됩니다. 또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탈이 난다거나, 얼마나 먹었을 때 문제가 생긴다거나 등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아파도 바로 약을 먹어 버리기 때문에 왜 아픈 건지, 좀 있었으면 괜찮아졌을지 어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충분히 앓아야 앎이 생깁니다. 무조건 참으라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결국 일상 속에서 매번 어떤 선택들을 스스로 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앎이 생깁니다. 의존이라는 편함이 아닌 스스로 감당하는 불편함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윤리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음식, 운동, 수면 등 상식적 수준에서 몸을 관리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5. 끝으로, 현직 약사로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양생’(養生),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앞의 질문들의 합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요? 먼저 양생이란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생(삶)을 기른다’입니다. 즉, 양생이란 삶을,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몸의 건강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는 삶’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율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전문가에 의존하거나 기존의 이데올로기 등에 매여서는 양생은 불가능합니다. 즉, 스스로 자신의 윤리를 매번 구성하고 실천하는 삶이 양생입니다. 자신이 구성한 윤리라도 고정된다면 이미 양생이 아닙니다.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디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자율을 조건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고전으로 불리는 인문학 책 속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우리는 공부를 통해 그 지혜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성찰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깨닫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이런 성찰적 삶의 자세는 말만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공부를 하다 보면 더 가능성이 있겠지요. 저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과하지 않게 꾸준히 공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공부도 과하게 욕심으로 하면 독이 되는 것 같아요.
양생의 삶은 혼자서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거울’이 되어 주는 타자를 통해 나를 비춰봐야 성찰도 가능합니다. ‘공부’와 ‘친구’는 나를 비추는 타자로서 결국 나에게 ‘스승’이었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자연’도 그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동의보감』을 공부하고 자연의 변화와 시절과 인연에 리듬을 맞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는 결국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때에 맞춰 일상을 잘 조절해가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새는 너무 넘쳐나는 세상이라 오히려 줄이고 덜어내는 삶이 더 양생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저자 김정선
출판사 북드라망
출간일 2021-02-07
ISBN 9791190351553 (1190351552)
쪽수 176
사이즈 133 * 200 * 16 mm /274g
배송공지

사용후기

회원리뷰 총 0개

사용후기가 없습니다.

상품문의

등록된 상품문의

0개의 상품문의가 있습니다.

상품문의가 없습니다.

교환/반품

교환 및 반품
[반품/교환방법]
마이페이지> 주문배송조회 > 반품/교환신청 또는 고객센터 (1544-0435)로 문의 바랍니다.

[반품주소]
- 도로명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로 62-20 (산남동)
- 지번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305-21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14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반품/교환비용]
단순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으로 단순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회원로그인

오늘 본 상품

  •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인문약방
    사람과 글과 약이
    12,150
  • 숲의 요정 페어리루 따라 그리기 색칠북
    숲의 요정 페어리루
    4,950
  •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
    12,420
  • 한눈에 보는 세계 100년 과학사
    한눈에 보는 세계
    10,800
  •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그냥 좋은 장면은
    13,500
  • 1일 1장 한글떼기 9과정 입학 준비 단계
    1일 1장 한글떼기
    5,400
  •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 종이 인형 매직 코디 놀이
    반짝반짝 캐치! 티
    9,000
  • New 다락원 주니어 일본어. 2
    New 다락원 주니
    12,150
  • 클립 스튜디오로 제작하는 동물귀 캐릭터 일러스트 테크닉
    클립 스튜디오로 제
    14,400
  • 내 안의 차별주의자
    내 안의 차별주의자
    14,400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대본집. 2
    알함브라 궁전의 추
    15,300
  •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 중원의 황금시대
    진순신 이야기 중국
    13,500
  • Usborne 요리조리 열어 보는 우리 몸
    Usborne 요리
    11,700
  • 냉전과 새마을
    냉전과 새마을
    25,200
  •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의 설계자, 시
    16,200
  • 맹지 탈출 노하우 건축과 도로
    맹지 탈출 노하우
    25,200
  • 너희 집은 무엇으로 지었어?
    너희 집은 무엇으로
    10,800
  • 교실 속 유튜브 수업
    교실 속 유튜브 수
    13,950
  • 잘잘잘 123
    잘잘잘 123
    9,450
  • 곰돌이 푸 WINNIE-THE-POOH(초판본)
    곰돌이 푸 WINN
    13,500
  • 뭔가 이상해!
    뭔가 이상해!
    11,700
  • 성적 동의
    성적 동의
    13,500
  • 감자
    감자
    13,320
  • 완벽하지 않을 용기
    완벽하지 않을 용기
    13,500
  • 그들이 사는 세상. 1
    그들이 사는 세상.
    13,500
  • 신비아파트 종이접기 스페셜 백과
    신비아파트 종이접기
    14,850
  •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94
    코믹 메이플 스토리
    8,010
  • 드라마 작법 실전 노하우
    드라마 작법 실전
    13,500
  • 중국 역사 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중국 역사 문화의
    18,000
  • 작은 아씨들 무비 아트북
    작은 아씨들 무비
    27,000
  • 헬로카봇 출동! 카봇을 찾아라!
    헬로카봇 출동! 카
    10,800
  •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학교, 민주시민교육
    15,300
  • 아이큐가 쑤욱쑥 올라가는 색칠놀이 스티커북: 식물 관찰
    아이큐가 쑤욱쑥 올
    6,300
  • 사기와 가족, 고대 중국의 낯선 가족 이야기
    사기와 가족, 고대
    9,000
  • 고기 마스터
    고기 마스터
    22,500
  • 우리 집 미술관
    우리 집 미술관
    15,120
  • 만화 쉽게 그리기: 미소녀 그리기
    만화 쉽게 그리기:
    14,850
  • 만두,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
    만두, 한중일 만두
    22,500
  • 헬로양갱의 펜과 마카 드로잉
    헬로양갱의 펜과 마
    16,200
  •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펼쳐라! 찾아라!
    이상한 과자 가게
    7,200
  • 50 홍정욱 에세이
    50 홍정욱 에세이
    13,050
  • 화상을 입었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11,700
  •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아마두 쿰바의 옛이
    16,200
  •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1: 자세히 보고 그리기
    살아 있는 그림 그
    23,400
  • 만화 기초데생: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편
    만화 기초데생: 매
    1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