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0년 베이징 : 별밤서재

1790년 베이징 요약정보 및 구매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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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웅
  • 마음산책
  • 2019-09-20
  • 9788960905894 (896090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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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
책 상세소개
박제가의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인문 기행서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의 제약과 차별을 겪었고, 그 때문에 외려 봉건주의의 인습에서 벗어나 진보적 실학을 추구했던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제가. 그는 명을 사대하고 청을 업신여기던 조선에 개혁적으로 청의 선진 문물과 풍속을 소개한 『북학의』로 특히 유명하지만, 실학자이기 이전에 시와 그림으로 고독을 달래던 천생 예술가였다. 그런 그가 남긴 의문의 그림이 있으니 <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 즉 청나라에 저항한 명의 장수 정성공의 어릴 적을 그린 그림이다. ‘어린 연평이 엄마에게 의지해서 살다’쯤으로 해석될 이 그림은(가칭 <모자도>) 박제가의 이름이 남겨져 있으나 그의 솜씨로 볼 수 없을 만큼 전문가적인 화풍. 더욱이 청의 문물을 배우자던 평소 박제가의 소신과 달리 그림 속 주인공은 오히려 청에 저항하던 인물이어서 <연평초령의모도>는 여러모로 모순적인 면을 띠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그림에서 받은 강렬한 감상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동아시아와 소수민족들을 돌며 자신만의 쪽빛을 찾는 여정을 그린 『쪽빛으로 난 길』을 쓴 화가이자 염색가 신상웅이 두 번째 책 『1790년 베이징』을 냈다. 이번에는 박제가의 이름이 남겨진 문제의 그림 <연평초령의모도>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좇아 한국과 일본, 중국을 오갔다. 이 그림에 관한 마땅한 정보가 없어 한동안 애를 끓이다 그림의 단서를 좇아 이후 십수 년간 동아시아 나라들의 국경을 넘었다. 국내 학계에서 위작이라고도 말하는 이 그림이 정말 박제가가 그린 것이 맞는가, 그 뒤에 이름 모를 조력자가 있는가, 청나라가 천하를 호령하던 때에 무슨 이유로 명나라 장수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위험을 무릅썼는가.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이 그림에 대답하기 위해서, 20년을 넘게 알아왔지만 첫인상이 지워지지 않는 이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장소와 사람과 사연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연평초령의모도>의 비밀에 관한 추리를 중심에 둔 『1790년 베이징』은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인문서이자, 갑갑한 조선에 몸담았으되 더 넓은 세상을 꿈꿨던 자유인 박제가의 마음을 훑는 속 깊은 기행서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꼽혔다. <모자도>의 세부를 관찰하고 난 뒤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의심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박제가가 소화하기 어려운 그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문제는 그든 나빙이든 어느 한 사람에 의해 그려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있었다. 한 폭의 그림에는 화가의 일관된 수준의 솜씨가 고루 남아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모자도>는 그렇지 않았다. 오랜 시간 훈련을 쌓은 전문 화가가 그린 부분들과 어색하고 서툰 흔적이 동시에 존재했다. 처음 예상하기를, 그림은 다른 누군가 그리고 글씨는 박제가가 남긴 미스터리의 그림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잘못된 추측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말하자면 <모자도>를 그린 사람이 박제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그든 누구든 혼자서 그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새로운 의혹이 추가된 셈이었다. 막연한 상상 속의 추론이었지만 나는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19쪽





목차
들어가며_의문의 그림 한 점

서울. 비 내리는 통진의 농가에서 쓰다
히라도 1. 정성공을 만나다
히라도 2. 바다의 길
나가사키 1. 일본 여인 다가와
나가사키 2. 박제가와 허생과 정성공
도모노우라. 친구라는 그 말
오사카 1. <모자도>와 최북
오사카 2. 떠나고 남겨진 사람들
취안저우 1. 다가와가 죽다
취안저우 2. <모자도>와 이슬람 사원
샤먼 1. 정성공 초상화
샤먼 2. 나빙과 <행락도>
광저우. 바다로 열린 항구도시
사오싱. 경우가 다르다
양저우 1. 나빙의 집
양저우 2. <모자도>, 양저우로 오다
양저우 3. 여리고 뜨거운 사람들
베이징 1. 유리창
베이징 2. 박제가, 나빙을 만나다
베이징 3. 박제가, 나빙과 헤어지다
베이징 4. 박제가, 다시 베이징에 오다
베이징 5. <모자도> 안으로
베이징 6. 박제가, 마지막으로 베이징에 오다
베이징 7. 새로운 의문
산하이관. 만리장성의 끝
종성. 박제가, 유배를 가다
부여. 박제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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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이는 박제가, 제목은 <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책 『북학의北學議』를 쓴 조선 시대 실학자 박제가가 이 그림을 그렸다. 제목은 ‘어린 연평이 엄마에게 의지해 살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연평延平은 명나라 말기에 이름을 떨친 장군이자 남중국 바다를 중심으로 국제무역을 장악했던 해상왕 정성공鄭成功이라는 좀 특별한 인물을 가리키는 여러 호칭 중 하나다. 엄마와 어린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이제부터 <모자도>라 부르겠다. 20여 년이 더 지났어도 이 그림을 처음 마주하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당혹스러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흑백의 흐릿한 도판이었지만 박제가가 그렸다는 <모자도>를 보는 순간 나는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가 그릴 수 있었을까. 그림 위에 그의 이름 세 글자가 또렷이 남아 있었지만 한국 회화사에서는 보기 드문 낯선 스타일이었다. 아니, 드문 정도가 아니라 내 기억으로는 전무후무한 경우였다. 그래서 <모자도>는 서양화의 영향이 조선 화단에 처음 도입된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당시로 보면 혁신적인 주장을 펼쳤던 박제가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시대를 앞서간 그림, 그럴듯했다.
-14쪽청계천 위에 복원된 광통교는 조선 시대 종로에서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대로의 중심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큰 다리이기도 했다. 남산 아래 집을 나온 박제가는 광통교를 건너 탑골공원 주위에 몰려 살던 지인들을 찾아가곤 했다. 이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 박지원과 이덕무와 유득공 등이었다. 당시 가장 번화한 곳이었던 다리 주변에 그림을 팔던 가게도 있었다고 했다. 박제가의 친구들도 이 다리로 자주 몰려와 술을 마시고 달빛에 젖었다. 어디서 무얼 하든 그들은 좀 유별나 보였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 속에 사라진 개를 부르던 술에 취한 모범생 이덕무와 거위를 희롱하던 유득공이 있었다. 두 사람은 순서대로 박제가와 함께 베이징에 가기도 한다. 박제가가 자주 어울렸던 사람들, 흔히 실학파로 알려진 그들을 나는 ‘백탑파’라 부르기를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내 눈엔 가장 그들다워 보였다. 백탑이란 현재 탑골 공원 안에 있는 원각사지 석탑을 말한다. 광통교를 지나 탑골공원에 들어서면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변화의 물결에 누구보다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던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박제가도 그 한가운데 있었다. 그들은 저 탑을 가운데 두고 함께 먹고 쓰고 마시고 뒹굴었다. 그들이 남긴 글도 글이려니와 그들의 행위 속에는 어떤 진솔한 떨림이 있었다. 그게 나를 매료시켰다. 서로 간의 나이를 잊은 사귐을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했다. 나이는 잊자, 그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에 살아온 시간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파도 상관없었다. 열아홉, 이제 막 결혼을 한 박제가는 말을 타고 이곳에 와 벗들을 찾았고 늦은 밤 달빛 가득한 탑 주위를 맴돌았다. 이백 수십 년 전, 드문드문 별빛이 흩어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꿈을 꾸고 있던 것일까.
-20~21쪽이곳에서 박제가는 창덕궁으로 출근했다. 책과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검서관이 그의 직책이었다. 국왕 정조의 부름이었다. 집을 나와 낙선재를 지나 숙장문과 진선문을 빠져나오면 잘 정비된 계곡이 흘렀고 물 위에 돌다리 금천교가 있었다.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길을 잡으면 곧바로 규장각이 나타났고 그 옆이 박제가가 근무하던 검서청이었다. 검서청 내실 한쪽이 계곡 위에 세워져 방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초대 검서관으로 임명되기 전인 1778년, 이덕무와 함께 그토록 바라던 베이징을 다녀온 박제가는 집을 나와 광흥나루로 갔다. 그곳에서 밤을 보낸 뒤 새벽 배로 강물을 따라 내려가 억새가 무성한 운양나루에 내렸다. 시골집이 있던 통진으로 가는 길이었다. 스물아홉의 그는 베이징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꼈던 모든 것을 싸 들고 가서 방문을 닫아걸고 썼다. “지친 여행을 마치고 농가에 앉아 글 쓰는 시름만 안고 있었다.” 때론 울적했고 때론 열기가 치솟았다. 낙산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면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하류로 향하던 그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박제가가 바라보던 통진의 바다는 더 이상 예전의 바다가 아니었다. 주인이 바뀐 중원의 수도에서 바라본 현실은 그의 삶을 밑바닥부터 뒤흔들었다. 대륙을 차지한 청나라는 승승장구했고 주변의 약소국들은 모두 그 앞에서 쩔쩔맸다. 그들의 천하였다. 세상의 지식은 베이징으로 모였다 흩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먼바다 끝 어디에선가 수많은 것들이 바닷길을 오가고 있다는 것을 박제가는 알았다. 새로운 물결이었고 아득했던 미지의 세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과 조선이 그 세상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것을 그는 참기 어려워했다. (…) 이 구절 사이사이에 그의 모습이 녹아 스몄다. 기필코 조선을 개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박제가와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저 먼바다로 떠나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참고 있는 또 다른 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지지하기를 바랐다.
-24~25쪽<모자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림의 중앙을 차지한 2층짜리 서양식 건물에 집중했고 건물의 묘사에서 보이는 투시 원근법을 이야기했다. 당연했다. 조선 회화의 역사에서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이런 그림을 박제가가 그렸다는 사실에 다들 놀랐을 테니까. 이채로운 건물만큼이나 그동안 보지 못한 낯선 기법이었다. 그래서 서양 화법이 조선으로 전해진 사례로 종종 등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낯선 서양의 기법이 어떻게 박제가에게 전해졌는지는 왜 누구도 묻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뒤로 미루더라도 사실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었는데 바로 ‘왜 <모자도>에 서양식 건물을 그려야만 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입체감이나 원근법은 대상을 그리는 기법이지 그 자체가 그림의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정성공의 어린 시절을 그린 그림에 난데없이 서양식 이층집이 등장해야만 했을까. 히라도에 와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눈앞의 안개가 물러나듯 <모자도>를 가리고 있던 여러 겹의 커튼 중 하나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화가가 신라 시대 김유신의 어떤 역사적 사건을 그림으로 옮긴다고 치자. 배경은 경주다. 화가는 사건의 배경이 경주라는 것을 어떻게 한눈에 보여줄 수 있을까? 경주 전체를 그릴 수는 없다. 그러니 경주의 랜드마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첨성대는 되고 석굴암은 안 된다. 석굴암은 김유신이 죽은 뒤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모자도>의 배경은 일본의 히라도다. 그래서 화가는 멀리 눈 덮인 후지산을 일본의 상징으로, 히라도의 상징으로는 서양식 건물을 그려 넣게 된 것이 아닐까? 일본에서 맨 처음 서양식 건물이 세워진 곳이 이곳 히라도였으니 화가의 선택은 설득력이 있었다. 더구나 네덜란드 상관이 건재했던 시기는 정성공의 어린 시절과 겹쳤다. <모자도>는 화가의 상상력만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니었다.
-31~32쪽가장 근본적인 숙제가 있었다. 바로 <모자도>의 과거, 즉 탄생의 비밀에 관한 것이다. 박제가의 글에 따르면 <모자도>의 원작자 는 조선의 ‘최씨’다. 최씨로는 현재까지 최북 이외의 다른 인물을 상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라는 뚜렷한 증거가 있지도 않았다. 다만 가장 가능성 높은 추정에 해당할 뿐이다. (…) 해안가 절벽에서 바라보는 망망한 바다 때문에 나는 가끔 최북의 그림 <해돋이>를 떠올렸다. 그저 넓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붉은 해가 떠오르는 작은 그림. 그가 <모자도>의 최씨였을까? 하지만 남 겨진 그의 그림에서 <모자도>와 관련된 흔적을 찾아내기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박제가가 <모자도>를 최 씨가 일본에서 가져온 밑그림을 보고 그렸다고 했듯이, 현재 남은 <모자도>와 최북이 그렸다는 원본 사이의 같고 또 다른 점이 무엇인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모자도>와 관련해서는 박제가가 남긴 ‘최씨’라는 기록 말고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통신사를 따라 이곳을 지났을 최북도 어느 새벽 저 바다 위로 떠오르던 붉은 해를 보았을까.
-61~67쪽나빙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낱낱이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그의 행적에서 드러나는 면면을 보면 그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누구보다 큰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주초시림朱草詩林’이라 지은 자신의 화실 이름도 그런 그의 의도가 읽혔다. 늘 충절의 상징으로 붉은 난초를 그렸고 그 옆에 ‘백이’와 ‘숙제’의 고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나빙의 그림과 일생을 정리해 책으로 펴낸 킴 칼손이라는 미술사학자가 있다. 그에 따르면 나빙은 신실한 불교신자이자 ‘반만주족주의자’로 요약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빙은 한족 중심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누구보다 심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그의 이런 성향은 불행했던 가족사와도 관련이 깊다. 남들처럼 과거를 보지 않고 불교에 귀의한 것도 아마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118~119쪽“‘붉다’라는 글자 하나만 가지고 / 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 /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 세심하게 하나하나 보아야 하리.” 어느 날 꽃을 바라보던 박제가의 시선이다. 그의 눈에 비친 꽃들은 그저 ‘붉은’ 꽃이 아니다. 세상의 꽃들을 ‘붉다’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는 무심함과 무
출판사 서평
의문의 그림을 만나고 시작된 발걸음
그림에 감추어진 오래전 자유인들의 흔적
<연평초령의모도>를 만나고 지금껏 20년 이상이 흐르는 동안 저자 신상웅의 마음은 주로 난처함으로 차 있었다. 박제가의 이름이 있으되 그가 그렸다고 믿기 어려운 정황, 그렇다고 아예 마음을 접을 수도 없는 매혹. 그렇게 잊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던 어느 날 저자는 이 그림에서 박제가 말고도 ‘양주팔괴’로 유명한 중국 화가 나빙의 붓질이 보인다는, 미술사학자 이동주 선생의 짤막한 글을 발견하고 이 그림이 처음 건넸던 확고한 감을 재차 믿고 뒤를 좇기로 했다.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빙羅聘이라니, 그라면 얘기가 달랐다. 그는 청나라를 대표하던 이름난 화가 중 한 사람이고 1790년 사신단의 일원으로 베이징에 머물던 박제가와 유독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서로 간의 사귐이 깊었는지 나빙은 박제가와 헤어지면서 초상화와 매화 한 폭을 그려주었고 그 그림들이 여태 남아 전한다. 만나서 서로 나눈 시도 여러 편이고 헤어진 뒤에도 서로를 그리는 긴 이별시를 남기기도 했다. 1790년 베이징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빙과 <모자도>가 어떤 연관이 있다면 왜 그의 이름은 그림에 남아 있지 않을까. 청나라 화가 나빙의 등장으로 지금까지 <모자도>를 두고 이어진 반복된 논의가 이제는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옮겨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17쪽『1790년 베이징』은 <연평초령의모도>의 진짜 화가와 비밀을 알기 위해 시작된 긴 여정을 담은 책이다. 박제가와 나빙의 단서를 찾아, 또 그 단서에서 방사하는 곁가지들을 거두며 저자는 십수 년간 한·중·일 동아시아를 틈날 때마다 헤맸다. 박제가가 실학자 이덕무, 유득공 등 ‘백탑파’ 동료들과 어울리며 열린 세상을 꿈꾸던 서울을 시작으로 <연평초령의모도>의 등장인물 정성공의 고향인 일본 히라도, 나아가 나가사키를 밟고, 정성공의 발걸음을 따라 중국 취안저우로 넘어가 샤먼, 광저우, 사오싱, 양저우, 베이징, 산하이관 등 중국 동부를 종단하다시피 하며 <연평초령의모도>의 주인공과 그린 이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러는 사이 알게 되는, 당시 예술가들이 국경 없이 연대하며 함께 꿈꾸던 세상. 그때는 세상의 중심이 명에서 청으로, 뭍에서 바다로 이동하던 격변기였고 <연평초령의모도>에 관여된 이들은 각자 양반가의 서자로서, 만주족 세상의 한족으로서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할 명분이 있었다. 『1790년 베이징』은 그림 자체의 비밀을 알아가는 데 큰 맥락을 두면서, 옛 문화에 갇힌 조선이 갑갑하던 박제가와 그림을 팔아 어렵게 먹고살던 나빙의 만남과 우정을 엿본다. 대륙에서 만나 시와 그림으로 속을 나누며 서로 해방구가 되어준 혈기 있던 시절부터, 귀양살이 또는 생계로 고생한 끝에 소박한 죽음을 맞은 둘의 말년까지, 자유인들의 우정에는 시대도 국경도 없음을 <연평초령의모도>에 얽힌 이야기들로 확인한다.
삶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예술
그림의 질문에 답하는 집요한 애착
때로 하나의 그림, 문학, 음악이 인생의 물길을 돌린다. 화가 신상웅에게는 끊임없이 말을 거는 <연평초령의모도>가 그런 작품이었다. 저자는 <연평초령의모도>의 뒷이야기를 알고자 10년 넘게 한국, 중국, 일본을 돌아다녔다. 이 책에는 <연평초령의모도>에 얽힌 사연이 뚜렷한 열네 곳을 실었고, 사소한 발길까지 합치면 저자는 그보다 많은 곳을 답사했다. 그 발걸음을 가늠해보자면 예술이 생각의 지평뿐 아니라 실제로 생활의 지평까지 넓힌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 작품에 대한 집요한 감상이 빚어낸 또 다른 작품이다. 그리고 ‘예술 하기’가 자기만의 생활에서 멀지 않다는 명징한 방증이기도 하다. 박제가가 “그만의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저자는 박제가의 그림에 얽힌 질문을 집요하게 추적함으로써 이 또한 예술로 전환한 셈이다. 그 끈질기고 섬세한 애착의 길이 독자에게는 진진한 독서가 될 것이다. “‘붉다’라는 글자 하나만 가지고 / 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 / 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 / 세심하게 하나하나 보아야 하리.” 어느 날 꽃을 바라보던 박제가의 시선이다. 그의 눈에 비친 꽃들은 그저 ‘붉은’ 꽃이 아니다. 세상의 꽃들을 ‘붉다’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는 무심함과 무신경을 그는 늘 경계했다. 얼굴은 얼굴이되 제각각 다르듯 꽃도 나무도 나뭇잎도 그렇다는 것. 낡고 고루한 관습은 사회의 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와 글, 그림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늘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그 안에 빠져 잊고야 만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그에게 시는 과거의 시를, 어느 시인의 눈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었다. ‘예술은 경우가 다르다’ 하고 박제가는 믿었다. 접시꽃과 꽈리와 패랭이꽃에서 그만의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수박을 먹는 쥐와 소나무를 쪼는 딱따구리에서 그는 시의 기미를 읽어냈다. 아니, 박제가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모든 것이 다 시’라고 고백한다. 그런 박제가의 새롭고 가볍고 산뜻한 시선은 어디서 찾아든 것일까.
-174쪽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1790년 베이징
저자 신상웅
출판사 마음산책
출간일 2019-09-20
ISBN 9788960905894 (8960905895)
쪽수 336
사이즈 149 * 211 * 25 mm /54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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