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닮았는가 : 별밤서재

얼마나 닮았는가 요약정보 및 구매

김보영 소설집

상품 선택옵션 0 개, 추가옵션 0 개

  • 김보영
  • 아작
  • 2020-10-31
  • 9791165508845 (1165508842)

14,800

13,320(10% 할인)

포인트
660p
배송비
무료배송
포인트 정책 설명문 닫기

00포인트

포인트 정책 설명문 출력

관심상품

선택된 옵션

  • 얼마나 닮았는가

관련도서

등록된 상품이 없습니다.

상품 정보

별밤서재 사은품
책 소개
김보영 소설집
책 상세소개
美 최대출판사 하퍼콜린스에서 한국 SF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개인 소설집을 출간한,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김보영!

제5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대상 수상작 〈얼마나 닮았는가〉 제2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을 비롯, 과작(寡作)으로 소문난 김보영 작가가 10년간 쓴 주옥같은 중단편 모음집!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 문학의 전당에는 아담한 통로가 하나 따로 나 있어야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일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을 때 독자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마중 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제 김보영의 신간이 나왔으니, 환호하며 버선발로 뛰어나갈 순간이 왔다. 여러 선집의 형식으로 출간된 김보영 작가의 다양한 단편들을 챙겨 읽은 독자들은 이 소설집이 최신작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서점 산책을 통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빨간 두건 아가씨〉, 〈니엔이 오는 날〉, 〈걷다, 서다, 돌아가다〉, 〈같은 무게〉가 새롭게 읽힐 것이고, 무엇보다 여러 권의 단편 선집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값진 단편들이 한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묶였으니 흡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엔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수작들이 빼곡하다. 물론 일부 단편들은 수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0과 1 사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얼마나 닮았는가〉는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작이라 할 수 없다. 이 세 편은 걸작이기 때문이다. - 문목하, 소설가

목차
01_엄마는 초능력이 있어_7
02_0과 1 사이_17
03_빨간 두건 아가씨_63
04_고요한 시대_77
05_니엔이 오는 날_109
06_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_123
07_로그스 갤러리, 종로_179
08_걷다, 서다, 돌아가다_239
09_얼마나 닮았는가_249
10_같은 무게_341

작가의 말_373
책속으로
첫문장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P.9초능력이라는 건 처음에는 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잘 받아들이고 나면 다 그렇지만도 않아.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P.15내 몸을 구성하는 것은 8할이 너야. 네 몸을 구성하는 것은 8할이 나야. 날이 갈수록 너는 나를 닮아가고, 날이 갈수록 나는 너를 닮아가지.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P.24우리는 지금도 시간여행을 하고 있어. 1분에 1분씩, 1초에 1초씩 미래로 흘러가지. 〈0과 1 사이〉
P.31과거가 변하지 않는 까닭은 과거가 이미 관찰되었기 때문이야. 〈0과 1 사이〉
P.31누구나 일생 자신의 인생밖에 살아본 적이 없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온 세상을 보고 온 것처럼 큰소리치곤 한단다. 〈0과 1 사이〉
P.56맨날 그러잖아요. 애들은 다 똑같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 여자는 똑같다, 남자는 똑같다, 엄마는 똑같다, 자식은 똑같다. 얼마나 인식 범위가 좁으면 그 수없이 많은 파형이 다 똑같게 보일까요? 세상을 평균값 하나로밖에 보지 못하나봐요. 〈0과 1 사이〉
P.75떠들고 싶으면 차라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빨간 두건 아가씨〉
P.82마음은 물이고 언어는 그릇이야. 물은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지. 〈고요한 시대〉
P.83남을 조롱할 땐 조심해야 한다. 조롱받는 사람이 아니라 조롱하는 사람에게 나쁜 심상이 따라붙는다. 때로 경이로울 정도로 바보스러운 사람이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그래서다. 〈고요한 시대〉
P.91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움이 멎는다. 배움이 멎은 사이에 세상은 변한다. 〈고요한 시대〉
P.122내가 그대들을 그리워함은 우리가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직 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엔이 오는 날〉
P.150빛보다 빨리 달릴 수 없어서 과거로 못 가는 게 아냐. 과거로 갈 수가 없어서 빛보다 빨리 못 달리는 거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P.216 "내가 믿는 게 정의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쉬워. 통쾌했으면 정의가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P.24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단지 펼쳐져 있다. 〈걷다, 서다, 돌아서다〉
P.288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 〈얼마나 닮았는가〉
P.294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삼는 인간의 안이함에는 늘 기이한 점이 있다. 〈얼마나 닮았는가〉
P.308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을 구할 유일한 수단을 스스로 없앨 것이다. 아무 이득도 없이. 〈얼마나 닮았는가〉
P.328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과신하지 말 것. 그들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자의 인격만을 겨우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얼마나 닮았는가〉
P.361사람들은 흔히 내가 불행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자주 행복하다. 〈같은 무게〉
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이어서〈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이 소설은 소설 자체보다는 기획의 실험으로 의미가 있었다.
나는 예전에 가족의 농작물 판매에 도움이 될까 싶어 세 작가와 피망을 주제로 작은 책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의 호응이 꽤 좋았다.
새로운 작가들과 ‘피망 다음에는 히어로 단편선을 만들자’고 의기투합을 한 뒤, 나는 동인으로 책을 내느니 출판사에 기획서를 내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고료도 받고 작가에게도 경력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당시만 해도 장르단편선은 ‘장르’로만 묶여서 나왔다. ‘SF 단편선’, ‘스릴러 단편선’, ‘공포 단편선’이 책의 제목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나온 단편선들의 작품들은 서로 어떤 유사성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책에 조금만 기획을 넣는다면, 설령 여러 작가가 모인 책이라 해도 한 권으로서의 통일성과 완결성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정확한 독자를 찾을 수 있고, 작가들도 작품들도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를 빛나게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 상세한 기획서를 보내자 편집부는 많이 재미있어 했다. 작가들도 즐겁게 받아들인 듯했다. 같은 주제를 갖고 같은 시기에 작품을 쓰면서 서로 격려가 된 것은 물론이다. 《이웃집 슈퍼히어로》는 그렇게 나왔다.
《다행히 졸업》, 《토피아 단편선》, 《엔딩 보게 해주세요》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기획단편집이다. 《다행히 졸업》은 학교생활을 힘들게 보낸 작가를, 《토피아 단편선》은 과학 전공 작가를, 《엔딩 보게 해주세요》는 게임제작 경험이 있는 작가를 섭외했다.
지금은 소재 앤솔러지가 더 보편적이 되었고, 작가 겸 기획자도 많이 눈에 띈다. 이제는 내가 기획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기회는 또 있으려니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간단한 구상으로 시작했다. 슈퍼맨은 다른 누군가가 할 듯하니 내가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플래시를 소재로 쓰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어떤 고난에 처하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지 상상했다. 나는 주인공의 고난도 속도에서, 문제의 해결도 속도에서 오기를 바랐고 이런 이야기가 되었다.
이 소설을 보고 많은 분들이 2014년의 어떤 사건을 연상해주셨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다. 모든 소설에는 그때의 내가 전부 담기고 그때의 나에게는 내 주변의 세계가 전부 담길 뿐이다.〈로그스 갤러리, 종로〉
〈로그스 갤러리, 종로〉의 초안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쓰자마자 생각했다. 나는 ‘플래시’ 다음은 ‘캡틴 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악당이 된 번개를 막으려 싸우는 얼음 능력자를 주인공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단지 초안은 완전히 달랐고, 번개가 테러를 계속하는 가운데 말단 공무원인 주인공이 번개와 싸우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나고 속편을 쓰려 하자 그 이야기는 다 사라지고, 처음에 생각한 사건이 다 끝난 이후에서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번개는 테러를 한 적이 없게 되었는데, 그게 맞는 서사인 듯하다.〈걷다, 서다, 돌아가다〉
매거진 〈언유주얼〉에서 ‘나이’를 소재로 의뢰하여 쓴 엽편이다.〈얼마나 닮았는가〉
이 소설은 긴 시간에 걸쳐 썼다. 〈종의 기원〉 이후로는 한 작품에 이만한 시간을 쓴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7인의 집행관》의 외전을 쓸 생각이었다. 나는 그 소설의 한 배경을 설명하고자 AI가 최초에 사람의 몸에 들어간 사건을 다루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서두를 쓰고 나니 정말로 ‘왜 AI가 굳이 사람 몸에 들어가려 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소설을 접어두었다.
그 이유는 계간지에 실은 단편 〈아니무스의 저녁〉을 쓰다가 떠올랐다. 소설의 형태는 《마션》을 읽으면서 발전했다. 그 소설을 읽고 몹시 흥분한 나는 한번 제대로 우주 재난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우주 어디를 배경으로 할지는 분명히 정하지 않았었는데, 한겨레 출판사에서 태양계를 배경으로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글을 쓰자는 기획을 제안하면서, 나는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이 소설을 그 중편집에 붙여보기로 했다. 원래 나는 가능한 한 먼 곳을 고를 생각이었기에, 다른 두 사람이 화성과 금성을 택하면서 토성을 택했다. 단지 살짝 착각이 있었는데 나는 듀나 작가님이 목성을 택한 줄 알았다. 나중에야 둘이 같이 토성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듀나 작가님이 해왕성으로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다면, 나는 이 소설의 반전이 허술하리라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서술 트릭에 대해 말해주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쓴 트릭이 없다. 숨긴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놓고 주제를 명시한 독서모임에서조차도 아무도 반전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편견이 이토록 공고하다는 점은 내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다.
사실 이 소설에서는 하나가 아니라 두 종류의 확신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숨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책을 출간한 뒤 천문학자 신민수 박사님이 메일을 보내어 용어를 수정하고 종단속도 계산식을 수정해주셨다. 하지만 그 메일은 영문 링크만 있는 간단한 내용이라, 인류학자 고범철 선생님께 재문의를 했다. 감사하게도 고범철 선생께서 소논문에 가까운 설명서를 보내주셔서 계산식을 수정하게 되었다.
후에 이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하던 고드 셀라 작가가 ‘제세기동 우주선이 행성이 아닌 위성을 중심으로 돌 가능성은 없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알기는 했지만 결말에서 타이탄을 돌고 싶은 마음에 내버려둔 점이 있는데, 동의하여 토성을 도는 것으로 바꾸었다. 영문판에서는 이미 반영되었고 이번에 수정한다. 모두 감사드린다.
그 외에도 오류는 남아 있을 것이다. 없을 도리가 없고 어떤 것들은 어쩔 수가 없다.〈같은 무게〉
2012년 4인 동인지 《호연피망》에 수록한 작품으로, 농작물을 산 사람들에게만 배포한 작품이다. 정식 출간할 마음이 없었기에 한정본으로 찍을까 하다가, 그랬다가는 더 의미를 부여해버릴 듯하여 수록하기로 했다. 영농일지의 문구는 내 문장이 아니며, 김종욱 씨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따라서 발표 당시에는 공저로 표기했다.
〈얼마나 닮았는가〉의 많은 생각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사실 내 소설의 생각은 서로 많이 이어진다. 이 단편집 안에서도 그렇다.?지난 글들을 정리하며 삶의 모든 순간에 도와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한다.
내가 어려울 때에 아낌없이 도와준 친구들에게, 그리고 긴 시간 변치 않는 신뢰와 믿음으로 내 소설을 사랑해주시고, 계속 쓰라고 독려해주신 여러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쓸 수 있었다. 혹시 이 문구를 읽다가 ‘나인가?’ 싶은 기분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맞다,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해서 함께 해주시는 그린북 에이전시와 책을 출간해주신 아작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께, 당신의 사랑에, 그리고 일생 나와 함께 해주셨음에 감사드린다.2020년 가을
김보영[추천의 글]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문학의 전당에는 아담한 통로가 하나 따로 나 있어야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일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을 때 독자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마중 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아마 전 세계 대부분의 애독자가 이 통로를 자신의 것으로 삼겠지만, 나는 조용히 통로 끄트머리에서 하나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김보영의 신간이 나왔으니, 환호하며 버선발로 뛰어나갈 순간이 왔다.여러 선집의 형식으로 출간된 김보영 작가의 다양한 단편들을 챙겨 읽은 독자들은 〈0과 1 사이〉, 〈고요한 시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로그스 갤러리, 종로〉, 〈얼마나 닮았는가〉와 같은 기존작이 대부분의 페이지를 차지한 이 소설집이 최신작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서점 산책을 통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빨간 두건 아가씨〉, 〈니엔이 오는 날〉, 〈걷다, 서다, 돌아가다〉, 〈같은 무게〉가 새롭게 읽힐 것이고, 무엇보다 여러 권의 단편 선집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값진 단편들이 한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묶였으니 흡족하지 않을 수 없다.전율을 주는 초기 중단편들이 최근 하나둘 새 판본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 책에는 그 중 〈0과 1 사이〉가 실렸다. 이 단편만 따로 뽑아내 금칠한 종이에 은으로 글자를 새겨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단편들 사이에 섞여 비교적 겸허한 형태로 출간된 듯하다.이 책엔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수작들이 빼곡하다. 물론 일부 단편들은 수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0과 1 사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얼마나 닮았는가〉는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작이라 할 수 없다. 이 세 편은 걸작이기 때문이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자들이 걸작을 세 편 연속으로 읽다가 과도한 희열에 충격받지 않도록 중간중간 수작을 끼워 넣은 배려가 엿보인다.*작가의 모든 출간작을 통틀어 상당수의 작품은 스포일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반전과 트릭이 잘 사용되기도 하지만 꼭 반전이 있지 않아도 김보영의 작품은 사전지식 없이 깨끗한 눈으로 읽을 때 더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김보영 작품의 불가사의는 감정에 호소하는 의도적 장치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도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감정으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사건으로 감정을 북받치게 하는 방법을 잘 안다. 몇몇 걸작의 경우는 고작 삼십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주요한 감정을 모두 느끼게 해준다. 슬펐다가 분노했다가 감동적이었다가 애절하다가 충격적이었다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가슴이 울리는 경험을 했는데 그 엄청난 게 삼십 페이지 때문이라니 기가 찰 따름이다.김보영은 단편 하나에 아주 많은 심상과 다양한 감정을 배치해 (두려울 정도로) 조화롭게 엮어내는 작가인데, 그 때문인지 장편보다 중단편을 더 밀도 높게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도 바로 그 특유의 밀도를-모든 문장 한 줄 한 줄이 자기 역할을 가지고 있고, 모든 장면이 의미와 재미와 감동 중 최소 하나 이상을 품고 있는 엄청난 밀도를- 자랑한다. 거의 신기에 가까운 밀도를 보여주는 단편들과 그보다 좀 더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가볍게 쓰인 엽편들이 주는 감동과 충격은 만만치가 않다. 밀도 있는 잘 쓴 글이 주는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서점을 찾고 애타게 책 사이를 누비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김보영의 작품은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그 이유 자체가 되어준다.*논리정연한(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적 현상을, 비논리적인(마찬가지로 그래서 아름다운) 삶의 현상과 연결 지어 그 둘이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현상임을 김보영만큼 탁월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는 여러 시대를 통틀어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은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안엔 인간도 포함되는데, 김보영이 그리는 인물들을 볼 때마다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과학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과학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다. 그런 인간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인간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과학적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우리가 흔히 인간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복잡한 변덕과 애정과 고뇌는 우주적 스케일로 보면 작은 과학적 현상의 하나인 것이다. 김보영의 작품에서 인간은 과학의 일부이기에 아름답다. 달리 말하자면, 무언가의 일부여야만 인간은 아름다울 수 있다. 김보영의 세상에 홀로 아름답고 홀로 고매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리고 그것은 진실이다).SF가 경이감을 주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 중 특히 ‘규칙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과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김보영은 그 둘 다 잘 쓰는 작가다. 한 작품에서 저 중 하나만 잘해도 좋은 작가인데 저 둘을 동시에 해내니 솔직히 어떤 작가라고 호명해야 할지 모르겠다.우리와 다른 규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 이곳과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는 세상, 우리의 기준과 전혀 다른 기준이 ‘정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니 심히 놀랍다. 불화하는 규칙과 기준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그저 격랑 속에 흩어지는 게 아니라 아주 아름다운 장면으로, 그보다 더 감동적인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마치, 우주는 외롭고 무섭고 아름다운 곳이니 그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 또한 외롭고 무섭더라도 한편으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달리 무어라 더 쓸 수 있을까? 이미 완벽하게 아름다운 작품에 대고 어떤 상찬을 늘어놔봤자 넋 빠진 감탄사밖엔 안 될 것이다. 단권으로 묶이길 오매불망 기다렸던 단편들이 드디어 통일된 모습을 갖춰 출간돼서 기쁘다. 다른 초기작들도 늦지 않게 복간되어 새로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김보영 작가가 빛나는 신간을 선물해줄 그 날을 늘 기다릴 따름이다.

- 문목하, 소설가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얼마나 닮았는가
저자 김보영
출판사 아작
출간일 2020-10-31
ISBN 9791165508845 (1165508842)
쪽수 384
사이즈 137 * 197 mm
배송공지

사용후기

회원리뷰 총 0개

사용후기가 없습니다.

상품문의

등록된 상품문의

0개의 상품문의가 있습니다.

상품문의가 없습니다.

교환/반품

교환 및 반품
[반품/교환방법]
마이페이지> 주문배송조회 > 반품/교환신청 또는 고객센터 (1544-0435)로 문의 바랍니다.

[반품주소]
- 도로명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로 62-20 (산남동)
- 지번 : (10882)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305-21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14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반품/교환비용]
단순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반품/교환 불가 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 (1) 해외주문도서 : 이용자의 요청에 의한 개인주문상품으로 단순변심 및 착오로 인한 취소/교환/반품 시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고객 부담 (해외주문 반품/취소 수수료 : ①양서-판매정가의 12%, ②일서-판매정가의 7%를 적용)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됩니다.
-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 얼마나 닮았는가

회원로그인

오늘 본 상품

  • 얼마나 닮았는가
    얼마나 닮았는가
    13,320
  • 위대한 치유자, 나무의 일생
    위대한 치유자, 나
    13,500
  •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나는 내가 왜 살아
    12,150
  • 에리옌
    에리옌
    18,000
  • 머레이의 예수님처럼
    머레이의 예수님처럼
    10,350
  •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이토록 재미있는 수
    22,320
  • 고양이 탐정 다얀: 바닐라 납치 사건
    고양이 탐정 다얀:
    10,800
  • 에이블
    에이블
    15,120
  • 세상의 아내
    세상의 아내
    11,700
  • 파이미로
    파이미로
    12,420
  • 두근두근 기분 좋아져라
    두근두근 기분 좋아
    12,150
  • 당당마녀의 중학교 공략집
    당당마녀의 중학교
    11,700
  • 그 시절, 우리들의 팝송
    그 시절, 우리들의
    15,300
  • 영어읽기 천재가 되다! 2
    영어읽기 천재가 되
    11,700
  • 릴케 후기 시집
    릴케 후기 시집
    11,700
  •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내가 만난 소년에
    1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