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별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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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 어떻게 조선인은 한국인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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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섭
  • 추수밭
  • 2021-02-26
  • 9791155401804 (115540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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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정보

별밤서재 사은품
책 소개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 어떻게 조선인은 한국인이 되었는가?
책 상세소개
우리가 조선인에서 한국인이 되기까지, 맵고 짜고 달고 쓴 한국사의 아홉 가지 맛

즉석카레부터 믹스커피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의 역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를 해명하고자 한 인문교양서. 근대에서 비롯된 음식들을 통해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입맛은 사실 최근에 길들여진 결과임을 밝힌다. 나아가 ‘음식의 고향은 그것을 먹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라는 결론을 통해 역사를 상징하는 음식 문화는 언제 비롯되었느냐는 기원이 아니라 지금 누가 누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사, 생활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전작인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2020년 세종도서)의 형식을 잇고 있으며, 근대와 경성이라는 배경의 연속성에서 보자면 ‘경성 셜록’ 류경호 등 등장인물들을 공유하는 《별세계 사건부》(시공사, 2017)의 후속작이다.

목차
시작하기 전에 음식으로 보는 한국사, 한국사로 보는 음식
시작하는 글 어느 경성인의 아침

1장 맛의 제국, 제국의 맛 아지노모도
*서소문, 스즈키 상점 경성 사무소
근대와 함께 개조된 입맛 / 육식을 해야 서양인처럼 강해진다 / “아지노모도를 먹어야 애국입니다!” / 세계로 뻗어나가는 MSG의 감칠맛 / “아지노모도가 있는 집은 평화롭고 건강합니다” / 아지노모도, 제국의 시작 / 제국을 계승해 우리의 것이 된 감칠맛 / 아지노모도, 그리고 발명된 전통

2장 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인천, 공화춘
인천 또는 런촨의 시작 / 근대와 함께 강제로 열린 인천 / 폭발적으로 늘어난 ‘청요릿집’ /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 짜장면 / 청요릿집에서 중국집으로, 짜지앙미엔에서 짜장면으로 / 늘어나는 짜장면, 줄어드는 화교 / 한국인의 소울 푸드, 짜장면

3장 우리도 그들처럼! 돈까스
*경성역, 양식당 그릴
어떻게 커틀릿은 돈까스가 되었을까? / 칼을 버리고 육식을 시작한 일본 / 천 년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덴뿌라와 커틀릿의 결합 / 드디어 돈까스의 탄생! / 조선으로 건너온 돈까스 / 일본을 거친 근대, 경양식의 전성시대 / 경양식당에서 분식집으로, 일상이 된 돈까스

4장 달콤한 근대의 침략 설탕
*수원, 권업모범장 사탕무밭
짜내고 끓이고 말려 만들어진 산업화의 맛 / 개항 이후 설탕에 취한 조선 / 식민지 조선, 사탕무 재배를 시도하다 / 더 높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달게 /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 사카린의 등장 / 되찾은 들에도 설탕은 오는가? / 백 년 만에 귀한 맛에서 흔한 맛으로

5장 제국과 식민지의 맛 카레
*경성, 미츠코시 경성 출장소
식민지의 마살라에서 제국의 커리까지 / 화양절충으로 얻은 침략의 힘 / “제국의 아들이 앓는 일본의 병을 치료하라!” / 서양의 것으로 덮었지만 그래도 쌀밥 / 군 막사에서 가정으로 스며든 카레 /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다시 제국에서 식민지로 / 일상으로 스며든 효율적인 근대의 맛

6장 겉은 서양, 속은 일본 단팥빵
*군산, 이즈모야 제과점
건조하고 달지 않은 전장의 음식, 빵 / 칼을 버리고 빵을 만들어낸 사무라이 / “서구와 전통을 합쳤으니 근대의 맛이다!” / 전쟁을 피해 군산으로 온 이즈모야 / 전쟁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즈모야 / 해방 이후 조선으로 돌아온 이성당 / 근대와 현대를 잇는 다리, 단팥빵

7장 같은 듯 다른 전통 김밥
*경성, 종로 YMCA
근대 이전부터 친숙했던 바다의 종이, 김 / “일본 김이 조선 김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 소풍 가서 먹던 별미에서 분식점의 흔한 메뉴로 / 김밥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 그것을 먹고 있는 그곳이 그 음식의 고향이다

8장 때때로 시원했던 근대 팥빙수
*종로 서린동, 환대상점
빙수, 알렉산더도 즐겼던 오래된 역사 / 한 번 먹으면 온몸이 떨리는 카키코오리의 탄생 / 아이스크림은 녹여 먹는 게 아니라 씹어 먹는 것이다 / 한여름 배탈의 원인, 빙수 / 양기철 씨에게 배운다! 초보도 가능한 빙수집 창업 / 한국인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팥빙수 / 때때로 달기도 한 근대의 맛

9장 쓰고 깊은 한국인의 맛 커피
*덕수궁, 조선철도호텔
성직자들이 마셨던 악마의 음료 / 서양의 탕국에서 고종이 즐긴 가배가 되기까지 / 예술가들과 불한당들의 공간, 다방 / “아이를 튼튼하게 키우고 싶다면 커피를 먹이십시오!” / 전쟁과 함께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 / 커피, 끊 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중독 / 가마솥이 사라지니 커피가 늘었다 / 쓰고 또 달기에 한국 현대사와 닮은 커피

참고문헌
책속으로
당시 아지노모도 광고는 간단명료한 카피를 통해 조선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스즈키 상점 조선 출장소는 광고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고용할 때에도 철저하게 조선인만을 찾았다. 그 덕분에 1918년 5톤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1937년에는 218톤으로 늘어났다. … 결국 아지노모도의 명맥을 미원이 이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우리의 입맛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맛의 제국을 미원이 계승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사이 한국인들의 조미료 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외식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음식점들이 생겨났는데, 짧은 시간에 맛을 내기 위해서는 조미료가 꼭 필요했다. 편리함도 편리함이지만 사람들의 입맛은 이미 아지노모도의 감칠맛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_‘맛의 제국, 제국의 맛 아지노모도’ 중에서짜장면의 운명은 화교들의 운명만큼이나 소용돌이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짜장면은 쉽게 먹을 수 없는 청요리였지만 광복 후 짜장면의 이미지는 극적으로 변한다. 박정희가 의장으로 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는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자 1962년 화폐개혁을 실시하고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제한시켰다. 당시 외국 국적자의 대부분이 화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백하게 그들을 노린 조치였다. 소규모로 쪼그라들면서 한때 외식의 꽃이었던 청요릿집들은 동네의 흔한 ‘중국집’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짜장면은 그로 인해 전성기를 맞이한다. 앞서 소개한 사자표 춘장과 더불어 미국의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정부가 강력하게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_‘근대의 검은 유혹 짜장면’ 중에서서구화를 꿈꾸며 덩치 큰 서양인들을 따라잡고자 일본 사람들이 돈까스를 먹었던 것처럼 조선 사람들도 일본인들을 넘어서고자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다. …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포크 커틀릿이 프랑스의 커틀레트에서 갈라지듯 한국의 돈까스 또한 일본과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얇게 편 고기를 튀긴 다음 자르지 않고 소스를 미리 뿌려 낸다. 미츠코시나 화신백화점 꼭대기 층에서 내려와 기사식당으로까지 퍼져 나갔어도 고집스럽게 돈까스의 원형을 지킨 것이다. 쌈장과 풋고추를 곁들일지언정 여전히 우리에게 돈까스는 칼로 썰어먹는 요리다. _‘우리도 그들처럼! 돈까스’ 중에서러일전쟁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다음 일본 육군도 라이스카레를 도입했다. 영국과 일본 두 제국이 커리를 받아들인 까닭은 맛 때문이 아니라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근대의 음식이란 이처럼 효율적으로 조리해 필요에 의해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에서는 차츰 라이스카레란 말이 사라지도 카레라이스가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가 국내 식품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분말카레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한 시기도 그 즈음이었다. _‘달콤한 근대의 침략 설탕’ 중에서세이난전쟁 이후 전쟁 전문가들이었던 사무라이 계급들은 칼을 빼앗긴 다음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기무라 야스베 역시 그러했다. 그는 폐도령 이후 직업수산소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문득 병량음식이자 서구화의 상징인 빵에 전통음식인 만쥬를 합친 단팥빵을 구상했다. … 1906년 미사네현 사람인 히로세 야스타로는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기 싫어 한반도로 건너와 군산에서 이즈모야라는 조그만 제과점을 열었다. …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귀국한 이석우는 적산가옥인 이즈모야를 불하받아 제과점을 열었다. 바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의 시작이다. _‘겉은 서양, 속은 일본 단팥빵’ 중에서노리마키와 김밥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슷한 재료를 두고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김밥은 다양한 재료들을 아울러 한꺼번에 말았기에 그 자체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요리다. 김을 이용한 밥은 일본과 한국 각각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다만 조선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정월대보름에나 먹는 명절 음식으로 그쳤으나 시장경제가 이르게 발전한 일본에서는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요리가 되었다. 확실한 것은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소개된 후토마키가 오늘날 한국의 김밥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후토마키는 사라지고 김밥은 남았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완전하게 분리되어 세계로 수출되었다는 점이다. 음식은 돌고 돌기에 그것을 먹고 있는 그곳이 바로 그 음식의 고향이다. _‘같은 듯 다른 전통 김밥’ 중에서‘팥빙수’라는 표현은 1970년대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해 어느 순간부터 빙수를 완전하게 대체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사 전문가들은 살살 녹는 감촉보다 씹는 느낌을 강조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입맛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별건곤》 기사를 보면 카키코오리를 맛있게 먹는 팁을 소개하는데, 바로 날계란을 푸는 것이었다. 당시 한반도에서는 얼음에 뿌린 달콤한 과일 물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날계란을 넣는다든지 건포도나 견과류를 뿌리는 등 씹는 맛을 추구한 것이었다. _‘때때로 시원했던 근대 팥빙수’ 중에서커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1961년 한국 정부는 커피의 공식 수입을 금지시킨다. 커피가 없어 한동안 문을 닫아야 했던 다방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산 커피를 사용했다. 그러나 밍밍한 맛 때문에 손님들의 외면을 받자 콩가루를 커피에 타는 고육지책을 생각해낸다. 이른바 ‘콩피’였다. 심지어 빛깔을 내기 위해 담배가루를 탄 ‘꽁피’가 등장하기도 했다. _‘쓰고 깊은 한국인의 맛 커피’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가 먹어온 것이 우리를 만들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백 년 전에 시작되었다”전통음식 냉면의 슴슴한 맛은 사실 ‘이것’ 덕분에 발명된 것이다?
인도의 전통음식인 커리는 어떻게 제국의 군인들만 먹었던 음식이 되었을까?
좋은 맛을 꿀에 비유할 정도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단맛에 집착했을까?
김밥의 기원은 보름음식 김복쌈일까,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노리마키일까?
빙수는 언제부터 ‘팥’빙수라고 바뀌어 불리다가 다시 ‘빙수’로 돌아왔을까?
왜 중식당에서는 ‘중국음식’인 짜장면과 ‘일본음식’인 짬뽕을 같이 팔까?
늦게까지 일하려고 마셨던 커피가 어쩌다 사치스러운 음료로 매도되었을까?○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
“두 유 노우 김치?” 지금이야 농담처럼 취급되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이 처음 받는 질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 진부한 물음에는 자부심과 콤플렉스가 얽힌 복잡한 역사관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자신들의 전통음식에 대한 감상을 질문하며 이방인을 시험하는 풍경이 한국에 국한된 사례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음식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는 주인공이 각성하는 데 돼지국밥이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은 주인공이 유년기를 떠올리는 촉매로 활용된다.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돼지 간볶음과 황주를 통해 하루 벌어 하루를 넘기는 서민들의 삶을 은유하며, 《칼의 노래》에서는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밥을 넘어가게 하면서도 속되고 비린 냄새를 풍기는 젓갈에 포갠다.
역사와 음식은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살아간다는 것이란 섭취와 배설의 연속 과정이기에 사람을 굴러가게 만드는 연료인 음식은 살아가는 인간에게 켜켜이 쌓여 기억이고, 삶이 된다. 나아가 먹을거리에 대한 각각의 경험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면서, 음식은 음식 이상의 의미로 발전한다. 끼니를 함께하는 사이를 가리키는 식구食口가 집단의 최소단위인 가족을 가리키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인간이 축적한 시간에 대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음식은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곧잘 지목된다. 그것이 우리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지를 알면서도 외국인에게 “두 유 노우 김치”를 묻는 이유이자, 주변 국가의 ‘공정’에 휘둘리는 우리 음식들에 얼마나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인의 입맛으로 알아보는 한국인의 정체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브리야 사바랭은 《미식예찬》(1825)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집단 서사인 역사적 범위로 넓히자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먹고 있는 음식이 우리의 역사를 말해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정체성에 대한 증거로 여기며 시절의 변화에서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음식들이 사실은 현대사와 함께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동시에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들 안에 얼마나 절절하고 극적인 사연이 담겨 있는지 모른 채 마주한 밥상을 그저 일상의 풍경으로만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까?
예를 들어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우아하게 마시던 커피가 한국인의 ‘습관’이 된 데에는 엉뚱하게도 전기밥솥이 가정마다 보급된 사연이 도사리고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통 논쟁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냉면 육수의 맛은 오래전부터 평양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 한국전쟁을 통해 한강 이남까지 퍼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화학조미료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감칠맛이 사대문 안 냉면집들에 스며든 결과다. 분식집의 대표 메뉴인 김밥에는 보름음식인 김복쌈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노리마키인지 그 기원을 놓고 벌어지는 ‘문화전쟁’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먹은 것이 우리를 말해준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길들여진 한국의 입, 만들어진 전통의 맛
이 책은 우리에게 ‘한국의 맛’으로 인정받은 아홉 가지 음식의 역사를 추적하는 인문교양서다. 한국인의 입맛으로 보는 한국에 대한 정체론이며, 일상의 음식들이 가진 연원을 추적하는 것부터 문화적, 역사적 의미까지 두루 짚어보는 대중문화 비평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한국인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기억이 있어야 하며, 입맛을 길들이기 위한 시간도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들을 통해 한국인의 입맛이 된 냉면, 카레, 커피, 김밥, 돈까스 등을 살펴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음식들이 기원과는 상관없이 일제 강점기 무렵에 수용되었다. 즉 한국인의 입맛이란 지극히 짧은 기간 동안 길들여진 것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 또한 대부분 근대 이후 급하게 발명된 결과다.
둘째, 한국의 대표음식들은 근대 이후 한반도를 강제 점령한 일본과 서구의 음식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되, 수용 이후 철저하게 현지화하면서 왜색 또는 외색을 완전하게 지우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갔다.
셋째, 군 막사에서 유래해 민간으로 퍼졌거나, 먹고 마시는 것이 근대화의 바탕을 이룬다고 확신했던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빠르게 정착했다.
넷째, 근대 이전까지 한반도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감각, 즉 기름지고 달콤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느낌을 제공해줬다.
다섯째, 시민들의 소득이 올라가고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근대 이후 익숙해진 달고 자극적이며 기름진 맛은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면서 조금씩 경원시되어갔다.얼마 전 한 음식 평론가가 요식업 경영 전문가의 요리 지향을 비판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요식업 경영 전문가가 추구하는 빠르고 획일적이면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달고 기름진 특성이야말로 앞서 밝힌 바대로 오늘날 한국인들 입맛의 바탕이 되는 ‘근대의 맛’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요식업 경영 전문가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입맛’을 제대로 짚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나아가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문화사는 이러한 근대의 맛을 부정하며 백 년의 전통에서 결별하고 새로운 맛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즉 근대 이후 한국인의 피와 살이 된 음식에는 서구를 따라잡고자 했던 근대 일본과, 그런 일본으로 상징되는 근대를 다시 가쁘게 넘어서고자 한 현대 한국 각각의 지향과 지양이 담겨 있다. ○ 한국사 아홉 장면으로 보는 음식, 아홉 가지 음식으로 보는 한국사
이처럼 밖에서 들어와 한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였고 한국인을 형성했으며, 이윽고 소화되어 한국의 것이 된 음식들을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아홉 가지로 추린다.
- 아지노모도(MSG): 인공적인 맛이 가장 한국적인 감칠맛이 되기까지
일본인들이 보다 많은 음식을 먹어 체격이 커질 수 있도록 개발된 아지노모도가 한반도 전역에 퍼지는 과정과, 그렇게 입맛이 길들여진 이후 반대로 MSG로부터 한국인들이 벗어나는 순간까지의 한국현대사를 살핀다.
- 짜장면: 짜지앙미엔이 자장면을 거쳐 짜장면이 되기까지
임오군란 이후 들어온 산둥의 전통요리가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되기까지의 과정, 저임금 중국인 노동자들의 식사에서 출발해 특별한 날에나 먹었던 고급요리를 거쳐 배달음식의 대명사가 된 흐름을 훑어나가며 한반도 내 이주민 수난사도 함께 짚어본다.
- 돈까스: 기름진 고기에 다시 기름진 튀김옷을 입힌 요리가 밥상에 오르기까지
일본인들이 덩치 큰 서양인들을 따라잡고자 익숙하지 않은 고기를 억지로라도 먹기 위해 돈까스를 개발한 과정과, 그런 일본을 넘어서고자 한국이 돈까스를 받아들인 다음 다시 우리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 설탕: 가장 ‘문명개화’적인 맛이 가장 촌스러운 맛이 되기까지
좋은 맛을 꿀에 비유하듯이 단맛은 조선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생소하고 귀했던 맛이 어떻게 흔해진 맛이 되었으며 나아가 배척해야 하는 맛이 되었는지를 일제가 한반도에서 시험한 사탕무 재배 과정을 함축적으로 도려내 살펴본다.
- 카레: 식민지의 음식인 마살라가 다시 식민지인 조선인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병력 유지를 위해 인도음식인 마살라를 받아들여 커리를 만든 영국과, 러일전쟁 이후 마찬가지 이유에서 영국의 커리를 받아들인 일본을 거쳐 조선인의 밥상에까지 오르기까지, 군대 및 근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카레의 전파 과정을 통해 제국주의의 동인을 분석한다.
- 단팥빵: 전쟁에 진 사무라이가 꿈꿨던 음식에서 전쟁 이후 한국 아이들이 꿈꿨던 군것질까지
세이난전쟁 이후 칼을 빼앗긴 사무라이가 단팥빵을 개발하고, 전쟁을 피해 한반도로 건너온 일본인이 한국인들에게 단팥빵을 퍼뜨렸으며, 전쟁이 끝나고 한반도로 돌아온 이들이 그 맛을 계승해 단팥빵을 정착시킨 아이러니한 역사를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전개된 한국의 혼분식 장려 정책과 함께 소개한다.
- 김밥: 후토마키와 김복쌈이 김밥과 캘리포니아 롤이 되기까지
보름날마다 한국인들이 먹었던 전통음식인 김복쌈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노리마키(또는 후토마키)인지 김밥의 기원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의 특성과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톺아본다.
- 팥빙수: 일본의 카키코오리가 한국의 팥빙수가 되어 일본으로 역수출되기까지
빙수인 카키코오리가 한국으로 건너와 씹는 맛이 강조된 팥빙수로 변해 가는 과정과, 다시 팥빙수에서 팥이 빠진 과일빙수가 되어 일본으로 역수출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하며 하나의 문화가 생성되고 변화하며 확산되고 소멸하는 흐름에 대해 고찰한다.
- 커피: 양탕국 또는 아메리카노라는 바다 건너 온 것이 가장 한국적인 맛이 되기까지
대한제국 시절 고종과 손탁이 우아하게 나눴고, 일제 강점기 모던 뽀이들과 불한당들이 다른 세상을 꿈꾸며 마셨으며, 한국전쟁 시기 미군에게서 흘러나온 인스턴트커피가 오가던 암시장을 거쳐 그 자식들인 장발 대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나눌 때 놓였던 다방 ‘꽁피’와, 취업한 다음 야근하며 마신 음료인 아메리카노까지 한국 현대사 자체인 커피의 한국사를 조망해본다.○ 탁월한 역사 발굴꾼 정명섭의 신작, 그리고 ‘경성의 기이한 역사 이야기’ 후속작
교양방송과 라디오,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저자는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2020년 세종도서)에 이어 소설과 역사교양서를 결합한 구성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자칫 역사교양서로 한정될 수 있는 책의 범위를 넓혀, ‘경성 홈즈’인 류경호 기자가 인천항의 음침한 뒷골목부터 군산의 일본인 거리까지 조선 전역을 뛰어다니면서 한국인의 입맛이 바뀌어가는 백 년의 역사를 샅샅이 탐문하는 과정을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한다.
한국인의 정체가 실은 백 년 전에 발명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 다만 이 책에서는 새삼스러운 고발이 아니라 보다 정제된 권유를 건넨다. 김수영의 말처럼 “역사는 역사다”라는 것이다.
어떤 음식의 시원을 찾는 것은 동아시아 문화사에서 최초를 가리는 의미가 있을지언정 한국인들의 집단 서사를 해명하는 근거로서는 빈약하다. 지금 여기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은 근대 이후 들어온 것이든 수백 년 전부터 전해져온 것이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분명히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한편으로 완전히 우리 것으로 소화해 지금은 일본에 역수출하는 ‘한국의 맛’이 되었다. 일본의 카키코오리가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만의 팥빙수로 변하고,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되듯이 음식이라는 문화는 돌고 돈다.
따라서 희미한 기원을 찾아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여기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어떤 이들이 제대로 문화로 소비하는지를 살피는지가 그 음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하다. 음식의 고향은 그것을 먹고 있는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김치 공정부터 김밥 원조 논쟁에 이르기까지 식탁에서까지 경계선이 그어진 채 치열하게 문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이다.음식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이 책이 새로운 감각의 역사책을 찾았던 독자들께 많은 호응을 얻으리라 기대한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한국인의 맛
저자 정명섭
출판사 추수밭
출간일 2021-02-26
ISBN 9791155401804 (1155401808)
쪽수 288
사이즈 151 * 224 * 26 mm /54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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