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상세소개
현장감 살아있는 사진과 이야기로 인도의 기억을 담다.
사진가 후지와라 신야가 전하는 일상을 벗어나 삶의 진정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
삼년간의 인도여행이야기를 담은 『인도방랑』. ‘여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 저자인 후지와라 신야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삼년동안 여행한 인도의 이야기를 압도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글과 사진으로 펼쳐낸다. 고행과 여행의 한 가운데를 걸으며 만들어 냈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신비함과 현대문명이 공존하고 있는 인도 여행의 세밀하게 그려낸 인도 방랑기가 시작된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 여행인가? 몸만 훌쩍 떠나는 여행을 꿈꾸지만 온갖 물건으로 치장하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 그러나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여행 준비는 두 가지로 이뤄진다. ‘버리기’, ‘그리고 준비하지 않기’. 여행이라기보다 ‘삶’에 가까운 그만의 독특한 여행은 점점 낡아가는 옷들과 까맣게 변하는 피부, 풍만해지는 정신적 성숙을 통해 완성된다.
후지와라 신야는 세계 곳곳을 밟아온 여행 베테랑이다. 그는 인도에서 이틀이나 걸리는 객차 여행, 삐거덕 거리는 허술한 침대, 숙소 사기, 시체를 태우는 장례식까지 만나며 다양한 루트로 인도를 되돌아본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다가 곧 체념하듯 적응하고, 처음 만나는 풍경에 매료되어 여행에 흠뻑 빠지기도 하는 순수한 방랑자의 방랑일기가 펼쳐진다.
별밤지기 코멘터리
이 여행서는 인도의 생생한 삶이 살아 있는 후지와라 신야의 사진들을 가득 담아냈다. 제3회 ‘기무라 이헤에 사진상’, 제23회 ‘마이니치예술상’을 받은 그의 사진답게, 어설픈 사진과는 차원이 다른 사진 속 생물들의 울림이 뿜어져 나온다. 또 지나치게 진지할 것 같은 그도 가끔은 자신만의 위트로 여행의 기억을 펼쳐내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십오 년 만의 고백
후지와라 신야, 그리고 인도
1장
어제로의 여행
잘 있거라, 카시미르
소년
기생충
들쥐가 먹은 과일
살아남은 전사가 그린 스러지기 직전의 빵
5패사의 마하트마 간디
성자 혹은 꽃의 걸식도
맨발의 인도인과의 대화
2장
까마귀
화장
모래 폭풍
죽음의 신
헛소동
힌두
오리
솔개
후기
열구의 밑
책속으로
그 청년 시절의 나는 어쩐지 병을 앓고 난 것처럼 보였다.
야윈 몸에 긴 머리카락, 수염은 덥수룩하고 불거진 광대뼈가 강한 햇볕을 받아 반들거렸다. 연약해 보이면서도 볕에 그은 검은 어깨가 이 작열의 나라에 대한 청년의 저항의 시간과 여행 모습을 말해주고 있었다.
청년은 뭔가에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청년은 태양에 지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은 대지에 지고 있었다.
청년은 사람에 지고, 열에 지고 있었다. 청년은 소에게 지고, 양에게 지고, 개와 벌레에게 지고 있었다.
청년은 오물에 지고, 꽃에 지고 있었다. 청년은 빵에 지고, 물에 지고 있었다. 청년은 거지에게 지고, 여자에게 지고, 신에게 지고 있었다. 청년은 냄새에 지고, 소리에 지고, 그리고 시간에 지고 있었다.
청년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것에 지고 있었다.
청년의 지친 눈은 표정을 상실한 듯 보였지만, 내리쬐는 태양에 눈부시게 백열하는 눈앞의 지면을 멍하니 응시할 만큼의 의지는 간신히 남아 있었다.
분명 그것은…… 스물다섯 살 때의 내 모습이었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좋은 것도 보았다. 거대한 바냔나무에 깃들인 숱한 삶을 보았다. 그 뒤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비구름을 보았다. 인간들에게 덤벼드는 사나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를 정복한 기품 있는 소년을 보았다. 코끼리와 소년을 감싸 안은 높다란 ‘숲’을 보았다. 세계는 좋았다. 대지와 바람은 거칠었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내 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보았다.
여행은……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놀랄 만큼 못나고 어리석기도 하다.『인도방랑』은 내가 스물네 살 나이에 처음 그 열구 밑 대륙에서 노닐던 때의 기록이다. 처음 그 대지를 밟은 1960년대 말, 일본은 고도 경제 성장이 한창이었다.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 다들 열심히 일했다. 근대화와 경제적 풍요를 좇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도 많았다. 그리고 사회는 관리화 되어가고 있었다. 관리화 시스템 속에서 인간적인 숨결은 은멸되고, 그것에 대한 저항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대학을 버리고 내 모든 경력을 버리고 인도에 갔다. 이 나라는 빈곤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물질적 빈곤과 더불어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열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열이라는 이 하나의 생명의 근본이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관리되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 나라의 열에 들떴다. 그리고 지상에 있어서의 생명의 존재 장소를 분명하게 보았고, 아울러 내 생명의 존재 장소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 이십대에 있어 하나의 혁명이었다.
출판사 서평
전존재로 삶의 진정성을 찾고자 시작한 천 일의 방랑
즉물적 시선과 사유, 압도적 리얼리티로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된 후지와라 신야의 원점이자 대표작“나는 걸었다. 세계는 좋았다.”시대를 뛰어넘어 여행서의 전설이 된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존재의 열병을 앓던 한 청년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간 인도에서 뜨거운 삶과 하나 되어 영혼으로 써내려간 천 일의 ‘기록’이다.
작가이자 사진가, 사상가, 평론가로 활약하는 후지와라 신야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는,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표현자 중 한 사람이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삼 년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출간 직후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고,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쇄를 거듭하며 그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다.
1960년대 말, 스물네 살의 청년 후지와라는 고도성장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죽음조차 관리되어가는 사회 시스템이 주는 폐색감을 떨치고 삶의 진정성을 묻고자 인도로 떠났다. 청년은 떠나기 전 가진 모든 것을 처분하고 어떠한 속박도 환상도 정보도 없이 방랑길에 올랐고, 그랬기에 그는 더없이 자유로웠고, 위태로웠다. 그의 여행을 “들쥐처럼 허상을 좇아 몰려드는” 가벼운 여행에 견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는 어정쩡한 기분으로 회사에 가고, 학교에 다니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하는 현대 젊은이의 기만을 대물리는 게 두려워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 자신도 결국은 돌아갈 곳이 있는 여행자였기에, 저 황량한 땅 위에서 행위를 표현과 결부시키려 한 스스로에 대해 쓴 굴욕감을 맛보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삶과 죽음이 그대로 흡수되는 땅 인도에서 그는 바이블로서의 여행, 도덕으로서의 자연, 침묵의 힘을 배웠다. 그리고 인도의 풍경은 그에게 빛과 어둠, 흐름과 멈춤, 탄생과 소멸, 혼돈, 그리고 이 우주의 무수한 ‘허(虛)’의 순간과 공간을 가르쳤다. 한 번도 카메라를 잡아보지 않았던 그는 특이하게도 시력이 약한 왼쪽 눈으로 황량한 지상, 인간 의지의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듯한 땅덩어리 위의 네거티브 세상을 포착했고, 그 어둡고 거칠고 투박한 사진 속 세상은 흔들리고 불안하고 어둡지만, 고요하고 영원하고, 데일 것같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인간의 의지를 철저히 거부하는 가공할 저 인도의 ‘풍경’과 ‘공기’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는 순간을 경험할 때까지 그 땅 위를 걷고 또 걷고, 인파 속으로 섞여들고 또 섞여들었다. 카시미르에서 푸시카르를 거쳐 남부의 첸나이로, 마이소르로, 길 위에서 길어낸 저자의 아름다운 언어는 침묵에 버금가는 강렬함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열구의 밑, 황무지에서 비인간적인 자연의 도덕을 본받아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내던져진 그대로 풍경의 일부로 살아가는 사람들, 우주의 신비와 삶의 부조리를 종교의 씨앗으로 길러내는 땅에서 태어나 지극히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는 그 사람들 앞에 서면, 우리는 세계의 변방에서 배운 문명의 미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버리기. 그리고 준비하지 않기”였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나서 보니 정작 꼭 필요한 건 ‘칫솔’뿐이었다고 말한다.
전존재로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 천일을 방랑한 어느 지독한 여행자의 기록 『인도방랑』의 한 줄 한 줄에는 젊은 가슴에 뜨거운 ‘열’을 채워 넣고자 희구한 한 청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그 기록은 그 어떤 아름다운 시보다도 더 큰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
인도방랑 |
저자 |
후지와라 신야 |
출판사 |
작가정신 |
출간일 |
2009-07-15 |
ISBN |
9788972883500 (8972883506) |
쪽수 |
364 |
사이즈 |
148 * 210 m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