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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싸우고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투쟁과 연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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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정
  • 갈마바람
  • 2020-05-01
  • 9791196403881 (1196403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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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오래도록 싸우고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투쟁과 연대의 기록
책 상세소개
우리의 삶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이 책은 노동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며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장기 투쟁 사업장의 노동자들 그리고 그와 연대하는 이들이 그토록 오랜 싸움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혹시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선 그대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50년 전 전태일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다. 그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그때와 비교하면 노동 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좋아졌다고 하지만, 어쩐지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쉬운 해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들 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이 시대에도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전태일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열한 개 출판사가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이 책은 그중 하나이다.





목차
들어가며 - 오래도록, 곁에 선
전태일 50주기에 부쳐 - 50년 전 사람, 50년 후 우리

1부 - 하늘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왜 오르느냐고 묻는다면
파인텍 : 질문을 되돌려야 하는 시간, 409일
택시 : 할 말 못하는 사이, 사납금만 야무지게 오른다

2부 - 밥을 나누고 이부자리를 펴두는 일이 연대냐고 묻는다면
밥 연대 :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노동자 쉼터 : 꿀잠, 그곳이 집이 되려면

3부 - 정규직, 그거 포기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면
세종호텔 : 모래알 요정들의 고군분투기
아사히글라스 : 고유의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톨게이트 : 옛날의 내가 아니야

4부 - 왜 싸우는 곳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미술가 : 이웃집 예술가들
뮤지션 : 착한 사마리아인의 음악

5부 - 자신을 버린 회사에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그네틱스 : 자신의 끝을 정해둔 사람들
풍산마이크로텍 : 얻을 것보다 남길 것을 고민하다

6부 - 연대를 통해 당신의 무엇이 변했느냐고 묻는다면
가족 : 엄마가 착한 엄마는 아니야, 솔직히
법률가 : 서로가 서로에게 사람이라면

나가며 - 사라지지 않기 위해 여기, 우리, 함께
책속으로
싸우는 사람 옆에 잠시라도 머물다 온 날이면 혼자 중얼거리기 마련이다. 이런 세상 망해버려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몰라 ‘망해라’를 외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나와 달리 싸우는 이들은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흔히들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거나, 세상이 다 그런 거 아니냐며 지나치는 일을 가지고 싸운다.
- 6쪽, ‘들어가며: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 중에서공장이 파산하고 매각되는 과정에서 수백, 수천 명 노동자의 밥줄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한국에서 밥줄은 곧 목숨줄이다. 목숨줄 지키겠다고 5년 동안 텅 빈 공장(한국합섬)을 지키고 두 차례나 굴뚝에 올라갈 각오를 했다.
- 27쪽, 1부 ‘파인텍: 질문을 되돌려야 하는 시간, 409일’ 중에서“사납금제 경영 방식은 택시 회사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예요. 봉건노예제보다 더 좋은 거예요. 차가 1대 나가면 무조건 13만 5,000원(사납금)이 들어와요. 사업자는 앉아서 1대가리 2대가리 계산만 하면 되는 거죠. 차가 70대면 70대가리. 일을 하든 안 하든 사납금은 무조건 받아요. 손님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 모든 경영 리스크를 노동자한테 떠넘기는 거죠.”
- 41쪽, 1부 ‘택시: 할 말 못하는 사이, 사납금만 야무지게 오른다’ 중에서“궂은 날씨에도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먹이는 일만 일이 아니다. 먹어주는 행위도 일이다. 입맛이 없을 수도, 입에 안 맞을 수도 있다. 길에서 먹는 밥이 꿀맛일 리 없다. 먹는 사람도 먹어주는 것이다. 밥을 해오는 마음을 알기에. 서로가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하는 행위가 뜻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어쩌면 당사자들도 연대를 하는 것일지 모른다.
- 74쪽, 2부 ‘밥 연대: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중에서사업장 담벼락이 노동자를 가르고, 비정규직ㆍ정규직 고용 형태가 사람을 나눈다. 가르고 쪼개어 수직으로 줄을 세운다. 밥이 하늘인 이유가 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평등하게 서로 나누는 것이 하늘이다.
싸우는 현장 곳곳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이점진에게는 슬픔이자 상처이지만, 그렇게 나뉜 이들은 하나가 된다. 원래 하나여야 할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눠 연결시킨다. 밥을 서로 나눠 먹듯이.
- 82쪽, 2부 ‘밥 연대: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중에서꿀잠은 단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다. 꿀잠 일꾼들이 만든 노래 가사가 있다. “주눅 들지 마라. 외로워 마라. 세상의 모든 차별 부숴버리자.” 꿀잠에서 머무는 노동자들이 당당히 세상에 나와 우리를 옥죄던 모든 차별을 부숴버리길 바라는 마음과 지원이 꿀잠에서 만들어진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김경봉은 자신의 투쟁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당사자다. 싸우는 이를 지원할 방안을 모색한다. 더 나은 투쟁을 기획한다. 사람을 모은다. 꿀잠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 109쪽, 2부 ‘노동자 쉼터: 꿀잠, 그곳이 집이 되려면’ 중에서“요즘 평범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어떤 것일까. 평범한 저녁이 있는 삶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평범하게 살기 어렵다는 드라마 대사처럼, 그 평범한 삶을 지키기가 너무 힘든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 117쪽, 3부 ‘세종호텔: 모래알 요정들의 고군분투기’ 중에서차헌호 지회장의 말대로 “엄청나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그러면 엄청나게 싸우는 모습만 언론이나 시민들 뇌리에 남는다. 이들이 4년여의 세월 동안 만들어온 고유한 자부심은 거친 이미지 뒤에 가려진다. 이 사회는 버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기를 쓰고 버티면 다른 목적이 있거나 뭘 노리는 사람으로 매도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버틸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버틸 수 없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았으니까. 그것을 우리는 ‘구조’라고 부른다.
- 168쪽, 3부 ‘아사히글라스: 고유의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들’ 중에서희생당하지 않겠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벽에 부딪힌다. 세상이 특정 집단의 희생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니까. 잘리고 불안한 것은 이들의 숙명이니까. 대체되지 않을 능력을 키우지 못한 사람(단순 업무 종사자)에게는 희생이 당연히 요구된다고 했다.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 199쪽, 3부 ‘톨게이트: 옛날의 내가 아니야’ 중에서그래서 이번에는 자신이 콜트ㆍ콜텍 노동자들의 좋은 이웃이 되어보기로 했다. 좋은 이웃이 되는 전제 조건은 ‘측은지심’을 갖지 않는 것. 관계는 평등해야 발전하는데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은 위아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 어쩐데’라는 시선은 ‘저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시선을 거쳐 ‘이제 그만하지’로 연결된다.
- 224쪽, 4부 ‘미술가: 이웃집 예술가들’ 중에서“사람들이 공감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아무리 사실을 기사로 알려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해요. 당사자들이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대부분 그러하기 때문에, 그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거예요.” 그는 음악이 공감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우리와 같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음악이 무기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 251쪽, 4부 ‘뮤지션: 착한 사마리아인의 음악’ 중에서20여 년을 싸웠다고 하면 너무 안쓰러워 보일까. 아니다. 이 사람들, 잘 싸웠다. 18년 동안 세 번 해고됐으나 세 번 모두 복직했다. 회사가 자를 때마다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세 차례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세 번째 복직 판정 후에도 회사는 이들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휴직 명령을 내렸다.
- 266쪽, 5부 ‘시그네틱스: 자신의 끝을 정해둔 사람들’ 중에서“저희가 불편하실 텐데 너무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마시고. 어차피 세상은 투쟁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투쟁 9년에 농성 베테랑이 되었다고 해도, 사람들의 귀찮은 시선은 명치끝에 걸린다.
- 306쪽, 5부 ‘풍산마이크로텍: 얻을 것보다 남길 것을 고민하다’ 중에서“우리가 단지 엄숙한 무거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무거움 때문에 더 잘 뭉치려 했고, 끈끈하려 했고, 밝으려 했고, 잘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으로 자기보다는 남을 더 앞세우는 시간을 관통했었던 것 같고.”
- 329쪽, 6부 ‘가족: 엄마가 착한 엄마는 아니야, 솔직히’ 중에서“법은 논리가 아니에요. 힘이에요.”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혹여 우리가 이런 현실을 잊을까봐 우려해 양승태 사법 농단 같은 사건이 터진다. 그러나 ‘법은 힘’이라는 말은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법의 한계를 ‘무엇으로’ 극복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 360쪽, 6부 ‘법률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람이라면’ 중에서
출판사 서평
그들이 굴뚝에 오르는 이유굴뚝에 올라 400일 넘게 버티고, 아스팔트 바닥을 오체투지를 하며 기고, 한 뼘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을 다룬 한 신문의 2018년 12월 31일 자 사설을 보자. 제목은 〈제조업 하면 악덕 기업인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회사를 할지〉이다. 사설은 그 농성을 파인텍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과거 다니던 회사보다 임금을 적게 주고, 사측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노조원들이 제 발로 굴뚝에 오르자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기업을 문책하라고 들고 나온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노동계 주장은 회사가 어렵더라도 임금은 더 많이 줘야 하고, 노조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회사는 무조건 단협을 체결해야 한다는 식”이라고 힐난한다. 그리고 농성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에 대해선 “불법 시위를 벌였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전문 시위꾼”이라고 단정한다.
사설 마지막에 단 한 번 “칼바람이 부는 혹한 속에서 1년 넘도록 고공 시위를 벌이는 근로자들에게도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선심 쓰듯 말하지만, 이내 “그러나 우리 노사 분쟁은 타협이 안 되면 곧장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용주를 압박하고 악덕 기업주로 낙인찍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제조업을 하겠느냐는 회사 대표의 심정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라고 결론 맺는다. 이 사설 어디에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없다. 이 사설을 읽은 사람의 마음속에 굴뚝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은 회사의 어려움도 나눠질 줄 모르는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 남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그저 불순한 이유로 노동자들을 부추기는 전문 시위꾼들로 각인된다. 비단 이 신문의 사설뿐일까? 이 사회는 기업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준비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한 줌의 공간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굴뚝에 오르고, 오체투지를 하고, 단식 농성을 해야 그나마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 이유를 알려하지 않거나 왜곡한다.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노동자의 목소리이 책은 노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며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오랜 시간 노동 현장을 기록하는 활동을 해온 저자가 장기적인 노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우리가 주류 언론을 통해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목소리들이다. 다양한 기업에서 다양한 이유로 노사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위에서 한 언론이 사설을 통해 ‘선량한 기업가’와 ‘이기적인 노동자’의 구도로 언급한 파인텍의 이야기도 있다. 1평짜리 굴뚝에서 1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간신히 고용 승계 약속을 받고 내려와 아산 공장으로 향한 8명의 파인텍 노동자들을 기다린 건 급조된 낡은 공장이었다. 기계는 수십 년 전 사양이었고, 기숙사는 가재도구 하나 없이 휑했다. 공장장과 조합원 8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직원도 없었다. 저자는 “기업이 사무직 직원을 모욕하는 방식에 책상빼기가 있다면 생산직 노동자에게는 가짜 공장이 있나보다”라고 말한다. 이런 사실을 언론은 잘 다루지 않는다. 대개의 언론은 광고주가 될 수도 있는 기업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만, 노동자들의 겪는 부당함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하늘에 오르고 바닥을 기고 단식을 해야 그나마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그때에도 그 시선은 곱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왜 투쟁하는가?’라는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또 다른 곤혹이 시작된다. 싸우는 사람들은 싸우는 내내 사람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질문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에는 비난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게 곱지 않은 시선으로 쓴 기사나 사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여튼 노조가 문제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아니면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명제가 당연시되어가는 사회에서 독자들의 눈을 스쳐 지나가버리는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린다.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명예가 존중받는 세상이 책에 담긴 파인텍, 세종호텔, 아사히글라스,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택시 사업장, 톨게이트의 사례를 읽으면서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 분노하게 되지만,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 사례들이 우리의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매우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 가장 먼저 줄어야할 것은 노동비용이다. 기업이 좋을 땐 주주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가지만, 기업이 어려울 땐 가장 먼저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노동은 유연화되고’, ‘해고는 쉬워야 하며’, ‘규제는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수백, 수천 명 노동자의 밥줄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은 공공의 적처럼 명명된다.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고 노동은 파편화된다.
기업이 노동자를 버리면 순순히 버려져야 하는 현실에 맞서 남아 싸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강한 사람, 지독한 사람,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묻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그 물음에 답이 주어지지 않기에 싸움은 길어진다. 저자는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들의 싸움이 ‘남의 일’이 될 수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가진 것 없어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고공에 올라가야 하는 이들 역시 상황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이다. 권력은 없지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는 안다. 나이 든 노동자에게 그 무엇은 ‘노동자’라는 이름이다. 제 손으로 일해 임금을 버는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이름과 권리. ··· 이들이 지키고자 한 것을 잊을 때 노동자로 살고 싶은 이의 목소리, 아니 그들이 지키고자 한 노동의 권리도 함께 사라진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명예를 존중하는 세상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들은 왜 이리 오래 싸우느냐고 묻지만, 그는 자신의 끝을 정해두었다. 돈 없고 ‘빽’ 없는, 그러나 옳다는 확신 하나는 있는 사람들이 정하는 끝이다.”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싸우는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리고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대가로 경제적인 필요를 충족하고 가족들과 평온한 저녁을 맞이하는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다.함께 비를 맞는 사람들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을 남기고 모든 사람들이 떠난 빈자리에 남아 오래도록 싸우는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싸우는 노동자들은 일부 언론에 의해 ‘떼쓰는’ 사람으로 규정되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가 ‘싸움꾼’의 이미지로 덧씌운 노동자들의 속마음에 감춰진 갈등과 쓰라림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그저 그렇게 고립된 섬처럼 남았다면 오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정한 끝을 지켜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싸우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 그리고 일부 언론이 ‘전문 시위꾼’이라는 악의적인 딱지를 붙여놓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밥으로, 쉼터로, 미술로, 음악으로, 법률로, 가족의 따뜻함으로 연대하는 사람들이다. 왜 연대를 할까? 각자도생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연대는 별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대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불순한 의도를 찾아내려 한다.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서 밥차를 운영하는 〈밥통〉이 밥으로 연대를 하는 이유를 들어보자. “밥은 힘이 있어요. 장기 투쟁 사업장은 해결이 안 돼서 싸움이 길어지는 곳이잖아요. 밥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차려먹을 힘조차 없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알고 같이 밥을 먹자 그래요. 그럼 알게 되는 거죠. ‘나를 잊지 않았구나.’” 그렇다. 연대를 하는 한 가지 이유는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자신들의 싸움을 잊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노동자들을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연대는 감싸 안아주기 위한 것이다. 〈꿀잠〉은 집을 떠나 오랜 싸움에 몸과 마음이 지친 노동자들에게 집과 같은 ‘쉼’을 제공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수개월을 거리에서 싸운 김용균 열사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꿀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 오면 내가 보호받는 느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요.” 어디 그뿐일까? 연대를 하는 이유는 연대를 하는 방식만큼이나 다양하다. 미술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로 연대를 하고, 음악가는 노래를 하는 일로 연대를 하고, 가족은 가족이 되어주는 일로 연대를 하고, 노무사는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일로 연대를 한다.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연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연대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술로 연대를 하는 한 예술가는 ‘연대’를 ‘자기 삶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연대를 통해 맺어지는 관계가 나를 성장시키고, 서로의 존재가 북돋움이 되어 나의 삶을 지켜준다.” 그럼에도 연대는 별난 일이다. 연대는 우산을 씌워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일이라고 한다. 함께 비를 맞기는커녕 나의 우산을 함께 쓰는 일도 꺼리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연대하는 이들은 기꺼이 함께 비를 맞는다.전태일의 꿈은 이루어졌을까?50년 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불꽃으로 사라져갔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어야 하지만, 경제 발전의 기치 아래 근로기준법이 가볍게 무시되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전태일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물론 많은 부분에서 놀라운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전태일의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에 담긴 택시 사업장의 사례를 보자. ‘빵셔틀’에 가까운 사납금 제도에 맞서온 택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좋겠다.” 있는 법을 지키라던 전태일의 외침과 닮아 있지 않은가? 국민소득 4만 불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수많은 전태일이 존재한다. 기업이 ‘경직된 노동’이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키고,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 법무법인의 컨설팅을 받는 세상이다. ‘경쟁력’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붙는다면 정규직 제로 회사도 가능하다. 대놓고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던 50년 전과는 달리, 이제 기업들은 불법 파견, 사내 하청, 비정규직 등으로 편법과 불법을 교묘하게 넘나든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며 특정 일자리와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저항하면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로 매도한다. 톨게이트 노동자의 사례가 그랬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해서 한 청와대 행정관은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특정 노동에 부여되는 편견을 거둘 생각이 없다. 하찮은 일. 그 일을 하는 하찮은 사람. 요즘은 여기에 ‘자격’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자격 없는 사람들의 외침을 ‘떼쓰기’로 매도한다. 과연 어떤 자격을 말하는 건가. 어떤 자격을 갖춰야 잘리지 않고 기계에 대체되지 않는 걸까. 수십 년에 걸친 수납원들의 노동이 없었으면 지금의 도로공사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모두는 노동자다. 깔끔한 와이셔츠를 입고 있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있든, 우리 모두는 노동자다. 노동의 가치가 날로 가벼워지는 세상,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저자는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과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여기 우리가 함께해야 할 세상임을 말한다. “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되고, 비정규 노동을 하던 이는 사라졌다. 두 사람은 닮은꼴이다. 고용 형태가 다른데도 자꾸 나풀나풀 가벼워지라는, 아니 저렴해지라는 노동시장의 요구를 받다보니 닮아버렸다. 저들의 싸움을 방치한다면 우리는 무엇이 되었건 자꾸 닮아갈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춰진다는 점에서. 한껏 가벼워진다는 점에서. 가벼워진 노동을 덧입은 우리는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다. 이대로 괜찮지 않다. 그래서 기록한다. 사라지기 전에. 아니 사라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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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여기, 우리, 함께
저자 희정
출판사 갈마바람
출간일 2020-05-01
ISBN 9791196403881 (1196403880)
쪽수 372
사이즈 148 * 210 * 26 mm /56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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