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상세소개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질 수 없다면…”
할머니의 손길에서 AI까지
당신이 지나쳤던 촉각의 새로운 발견
◎ 촉각,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인간에게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 무엇일까? 놀랍게도 촉각이다. 촉각(觸覺), 피부에 닿아서 느껴지는 감각을 말한다. 수정된 지 2개월 밖에 안 된 2.5cm의 태아는 눈과 귀가 없어도 피부는 이미 발달해 있다. 또한 촉각을 느끼는 기관인 피부는 신체에서 가장 큰 감각 기관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만지고 느끼며 살아간다.
‘차갑다, 시원하다, 끈적끈적하다, 훈훈하다, 말랑말랑하다, 가슴을 적시다, 신경을 긁다, 섬세한 손길, 질긴 인연, 가시 돋친 말, 감미롭다, 짜릿하다, 움켜쥐다, 어루만지다, 울퉁불퉁하다, 거리를 두다, 요동치다….’
촉각의 언어들이다. 수많은 촉각의 언어들이 일상의 말들에 녹아 있다. 그러나 시각, 청각, 미각 등 다른 감각에 비해 촉각은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촉각에 호기심을 느끼고 탐구하기 시작한 이가 있다. 바로 유려한 작가이다. 책 《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은 유려한 작가가 촉각 탐구를 통해 발견한 결과물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과 놀라운 비전을 지닌 촉각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는 영어 단어 touch가 동사로 ‘만지다’, 명사로는 ‘촉각’이라는 뜻 이외에도 ‘마음을 움직이다’ 혹은 ‘감동시키다’의 뜻을 지니고 있음은 상시시키며, 촉각의 다채로움 면모가 우리의 삶 속에 남다른 시선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 말한다.
목차
프롤로그 가장 소외된 그러나 가장 진실한 감각
1장 촉각, 눈을 뜨다
손에 대한 고백
어둠 속의 대화가 남긴 것
신체, 촉각의 그릇
죽음 그리고 촉각의 상실
몸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May I touch your elbow?
언택트 기술과 비대면 사회
수원청개구리를 다시 만지려면
폴라 티가 싫었던 이유
해먹과 죽부인 그리고 바람
2장 촉각, 모험을 하다
녹지 않는 Snowball
미술가 윤석남의 나무와 촉각적 감수성
쏟아지는 빗속에서 젖지 않기
수달, 랜선 라이프 그리고 대리만족
당신의 피부를 위한 음악 Touche
촉각의 시대가 온다
마케팅에 촉각을 얹으면
황금알을 낳는 훈훈한 사우나
포옹의 가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만지고 싶었다면
3장 촉각, 소설이 되다
이불
촉각 AI 설명서
통증
조금 아는 사이
책속으로
할머니의 두 손을 잡으면 손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고단한 세월은 할머니의 그을린 손과 얼굴에 고스란히 담겼다. 투박함을 넘어서 쇠처럼 굳어 버린 단단한 살결은 그녀의 삶을 말없이 증명한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그런 손을 가지지 않았다. 흑백 사진 속에는 희고 고운 얼굴에 보드라운 아기 손을 가진 젊은 여성이 있다. - p.22 〈손에 대한 고백〉 중에서유하니 팔라스마의 언급처럼 장인의 도구와 같이 오래된 물건의 표면에는 손으로 쓰다듬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는 실제로 문고리 스케치를 많이 한 건축가인데, 문고리 잡는 것을 건물과 나누는 ‘악수’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촉각이 시간과 전통을 연결해 주는 매개로 작동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대들과 악수를 나눈다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 p.40 〈신체, 촉각의 그릇〉 중에서촉각은 생명의 시작과 끝을 같이한다. 인간이나 동물에게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을 촉각이다. 수정된 후 2개월이 안 된 시점의 태아 크기는 2.5cm에 불과한데, 눈과 귀가 없어도 피부는 이미 발달해 있다. 또한 우리 몸 전체를 덮고 있는 피부가 신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라는 점은 촉각이 ‘감각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을 모두 잃었다고 하더라도 생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 p.44 〈죽음 그리고 촉각의 상실〉 중에서도시에서는 생명체를 접하며 알게 되는 작은 기쁨과 감동을 경험하기 어렵다. 우리말 관용구를 빌리자면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즉 몸소 경험할 수 없다. 생태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접하기도 힘들고, 그들 역시 어딘가에 숨어서 쉽게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유튜브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들의 손바닥에는 청개구리 대신 휴대폰이 들려 있다. - p.69 〈수원청개구리를 다시 만지려면〉 중에서나는 프랑스 비쥬를 통해 타인과의 좋은 접촉과 감정 표현은 관계가 좀 더 진실하게 견고해지고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배웠다. 비쥬든 무엇이든 좋은 신체 접촉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곁에 있고 그런 표현에 있어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삶의 작은 행운처럼 느껴질 것이다. - p.143 〈포옹의 가치〉 중에서저의 주된 역할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입니다. 피부로 느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최근에는 감정과 정서 표현을 상실한 사람들의 방대한 데이터도 수집합니다. 그들이 필요로 한다면 개별 컨설팅을 통해 다시 인간으로 느끼게끔 하는 일도 하지요. 저를 자주 찾아오는 고객들은 대부분 위로가 절실한 사람들입니다. - p.200 〈촉각 AI 설명서〉 중에서
출판사 서평
◎ 촉각이 세상을 재미있게 하리라!《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은 유려한 작가의 첫 촉각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책이 시작된다. 네 살 무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생을 만나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날, 한동안 볼 수 없던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동생이란 낯선 존재를 만난다는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하던 그날, 스타킹을 신기던 할머니의 까칠까칠했던 손이 저자가 기억하는 첫 촉각이다. 그리고 그 까슬까슬한 할머니의 손을 오래오래 느끼고 싶다.
이 책은 촉각에 대한 이런 개인적인 고백으로 시작해 촉각과 관련된 일상, 촉각 예술, 촉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 촉각이 구현된 건축물, 언택트 기술, 멸종 동물, 불쾌한 신체 접촉 등 사회적 이슈, 퍼스널 스페이스, 촉각 방어 등의 심리학 연구, 랜선 라이프로 실제 체험을 대신하는 거울-촉각 공감각 경험, 촉각을 활용한 마케팅, 피부로 음악을 느끼게 하는 장치 그리고 AI 기술을 이용해 촉각을 저장했다 재생하는 연구, 촉각 기술을 이용한 로봇 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유려한 작가가 촉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초가을 저녁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의 질감과 세기, 온도 때문이다. 그날 창밖 풍경과 소리는 사진과 영상으로 저장했다 다시 볼 수 있지만 그날의 바람에서 느낀 촉각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예민하고 복합적인 미지의 세계인 촉각을 탐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지금 여기’를 정직하게 말하는 감각, 조작이 불가능한 촉각의 특성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면, 촉각이 과학 기술이나 예술과 만나 그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미래 사회 패러다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예언한다. 만약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상을 만지는 느낌을 기술적으로 재현해 낸다면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온기를 저장했다 다시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촉각의 다양한 변신저자의 촉각에 대한 탐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눈으로 종이에 담긴 글들을 읽지만 밀도 있는 촉각의 세계를 온전히 느끼고 상상할 수 있도록 소설로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촉각의 언어로 태어난 소설 4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엄마의 ‘살’을 느끼고 싶어 엄마가 남기고 간 이불을 몸에 감고 다니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불〉, 촉각을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촉각 AI 설명서〉, 몸에 새겨진 상처가 마음의 통증으로 남은 〈통증〉, 유쾌한 반전으로 SNS 상의 교류의 허상을 담은 〈조금 아는 사이〉 등의 이 소설들은 촉각의 세계를 상상으로 그려 내는 한편 촉각이 어떻게 예술로 발전할 수 있지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즐거운 시도이기도 하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
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 |
저자 |
유려한 |
출판사 |
혜화동 |
출간일 |
2019-12-09 |
ISBN |
9791190049078 (1190049074) |
쪽수 |
256 |
사이즈 |
148 * 224 * 21 mm /436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