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이 : 별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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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카자와 우시오
  • 아르띠잔
  • 2019-09-30
  • 9791196373849 (11963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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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세소개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일교포 2세 작가다. 매년 한 권 이상의 소설을 발표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로 그중 대부분은 여성과 재일교포,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특히 재일교포의 삶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일본의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끊임없는 호평을 얻어내고 있다. 이 책은 2012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 대상 수상 작가답게 여성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소설집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하지만 철저히 가난한 여자들의 삶이 펼쳐내는 리얼한 일상의 감각과 감성은 여성 독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는 흡입력을 갖는다. 가난한 젊은 여성들이 모여 사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티라미수 하우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타깝지만 가난한 자들의 연대는 기대하지 말자, 그들은 험난한 궁핍의 고난 앞에 한창 모나고 뾰족해져 있으니까. 《애매한 사이》는 ‘누벨솔레이(새로운 태양, Nouvelle Soleil)’의 첫 번째 앤솔러지《가나에 아줌마》에 이은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누벨솔레이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을 발굴해 소개하는 아르띠잔의 기획 시리즈다.

목차
이쓰키|후카|사쿠라|웨이|요시미|히나
책속으로
p. 34~35 <이쓰키 >소타와 만날 약속을 하며 한창 들떠 있는 사이에 열쇠 따는 소리, 이어서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여자 셋이 성큼 거실로 들어왔다. 셋 다 회색과 검정색 옷을 입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음침한 분위기다.
그녀들은 이쓰키를 보고 깜짝 놀란 얼굴이 된다.
“안녕하세요?”
이쓰키가 인사해도 그녀들은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 경계를 하는 건지 이쓰키를 똑바로 쳐다보기만 한다. 초라한 행색의 그녀들은 나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20대에서 30대 전반쯤으로 눈초리가 매서웠다.
“아, 저는 오늘부터 여기서 살게 된 후루하타 이쓰키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머리를 조아리자 셋 중 한 명만 가볍게 끄덕였을 뿐,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총총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쓰키는 다시 몸을 뉘었다. 모처럼 신이 났는데, 기분이 팍 상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에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쓰키도 그런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쿠라도 그렇고, 방금 들어온 여자들도 그렇고,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건데 후카처럼 사교적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상냥한 척 할 수는 없는 걸까?p. 62~63 <후카 >꽃을 올려놓고 향을 피우고 나서 바닥에 앉았다. 사진 속의 할머니가 따뜻하게 웃어준다. 후카는 손을 뻗어 할머니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자기 가방에 넣고 일어났다.
민박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현관을 나와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민박을 도울 생각 따위는 없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후카는 가방을 끌어안고 어머니가 집을 나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막연히 상상했다.
후카 기억 속의 어머니는 좀처럼 혼 내지 않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길고 항상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도쿄에서 같이 연극을 본 적도 있었다. 그때 받은 팸플릿을 후카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그 소극장이 시모키타자와에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후카는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내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도쿄로 가서 시모키타자와에서 활동하는 극단에 들어간 것도 어머니가 연극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추측 때문이었다.
혹시 후카의 이름을 보고 연극을 보러 오거나, 후카를 찾아와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말이다. 어머니 고향인 세타가야구에 계속 살다 보면 언젠가 우연히 어머니와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으니 지난번 연극할 때 엉망이던 자신의 실수만 떠올랐다. 얼마 되지도 않은 대사를 깜박 잊어버려 바로 대답을 못 하는 바람에 연출가와 하야토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역시 나에게 배우는 어울리지 않아.’
그런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연극을 하지 않는다면 도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별채도 사라진 고향집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후카는 티라미수 하우스로 빨리 돌아가고만 싶었다.p. 80~81 <사쿠라 >황금연휴가 끝난 직후인 요즘은 매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오늘도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친다.
기치조지 길거리를 걷고 있으니 학생과 주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들에게는 가족이 있고 친구도 많고 그리고 돈 때문에 걱정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뒤에서 덮쳐서 가방 안에 있을 지갑을 훔치고 싶다, 어깨를 쾅 부딪쳐 그들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싶다, 그런 충동을 느낀다.
햇빛은 강했지만 아직 덥지는 않았다. 그런데 사쿠라는 겨드랑이 밑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면접의 긴장에서 해방되었지만 흘러나오는 땀을 멈출 수는 없었다. 정장 윗도리에도 땀이 스며들어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이 상태로는 이노카시라선을 타는 것도 눈치가 보일 것 같아 면접을 본 회사와 전철역을 끼고 반대편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원에서 느긋하게 놀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진다.
보트를 탄 커플을 연못으로 밀어버리고 싶다. 산책하는 사람들의 손에 쥔 개 끈을 풀어버려 그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개가 행방불명되기를 기도했다.
사쿠라는 초여름의 신선한 공기를 맛볼 여유도 없이 분노와 원망을 끌어안고 공원을 걸었다.
나쁜 짓을 저지른 적도 없는데 왜 이런 상황에 빠진 걸까.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p. 112~113 <웨이 >그럼에도 웨이는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했다. 조금이라도 생활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주인인 이와이의 아들, 히데토시가 나타난 후 웨이의 인생은 엉망이 돼버렸다. 일본에서 일한 지 일 년 후의 일이다.
히데토시는 나이 많은 이와이 부부의 외아들로 일도 돕지 않고 싸돌아다니다가 가끔씩 집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어쩌다 집에 돌아온 다음 날 밤, 그는 웨이가 잠든 방안에 몰래 찾아와 이불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스물세 살인 웨이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그는 체취와 구취가 심한 남자였다. 기름진 얼굴에는 여드름이 가득하고 입꼬리가 축 처져 있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양돈장에 있는 돼지가 차라리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히데토시는 웨이를 강간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다리를 잡힌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얼굴을 맞아 이가 두 개나 부러졌다. 큰 소리에 잠이 깬 같은 방의 춘홍은 공포에 질려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고 한다. 이대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 저항을 그치고 자신의 피와 눈물을 마시며 짐승에게 유린당했다.
다음 날 히데토시의 아버지인 이와이에게 사정을 말하자, 소란을 피우면 중국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또다시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히데토시는 여러 번 웨이를 겁탈했고, 그녀는 매번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귀국할 때까지만 참고 버텨보자고 눈물을 삼켰다. 눈물의 짠맛은 아픔과 함께 기억에 새겨졌다.
가난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란 것을 웨이는 절실히 깨달았다.

p. 205 <요시미 >시부모님은 시아버지의 퇴직금과 연금으로 유유자적 생활하고 있었다. 돈이 좀 있어서 유토한테 무엇이든 사주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는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며 점점 어리광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요시미는 위기감을 느꼈다. 친권을 주장해도 유토가 그들과 살고 싶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유토의 천식은 여전해서 두 달 전에도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 그때 병원에서 전화를 걸어온 유토는 “엄마도 아이폰이면 화상통화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선풍기에서 얼굴을 뗀 요시미는 열어두었던 문을 닫고 가방 안에서 진한 핑크색 커버로 덮힌 아이폰을 꺼냈다. 히로시마로 돌아간 후루하타 이쓰키의 것이다.
그녀는 늘 이 휴대폰을 끼고 살았다. 부모님하고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요시미는 함께 식사를 하며 옆에서 이쓰키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보고 ‘8325’라는 번호를 외워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이쓰키가 거실에 있는 상 위에 아이폰을 올려둔 걸 보고 슬쩍한 것이다.
페이스 타임이라는 기능으로 유토와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았다. 유토 얼굴을 보고 싶었다!
유토와 전화한 후 이력을 삭제하고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전화 걸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 이쓰키에게 돌려줄 기회를 영영 놓쳐버렸다. 처음에는 거실 찬장 위에 슬그머니 올려둘 예정이었다. 그런데 유토와 통화를 하려고 하자 이쓰키의 아이폰 계약이 해제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이쓰키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고생 한번 안 하고 큰 이쓰키에게 딱히 미안한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쯤 새 스마트폰을 샀을 게 분명하다. 요시미처럼 1엔도 아까운 사람과는 달리 이쓰키에겐 스마트폰 하나쯤은 별것도 아닐 것이다. p. 181~183 <히나 >그런데 히나가 고3이 되어 취업을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동생 레이는 불량학생이 되어 있었다. 중3이 된 레이는 축구도 그만두고 질이 안 좋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외할아버지와 히나에게 반항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자전거로 거리를 달리다가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피해자인 초등학생은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고 매달 20만 엔이 넘는 고액의 치료비가 히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외할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과 히나의 아르바이트비로 어떻게 충당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일을 해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어서 히나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장 취업을 선택했다.
언제나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보이신 후 땅으로 내동댕이치신다.
‘우리 같은 가난뱅이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왜일까? 이럴 거면 차라리 목숨을 끊어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히나는 사는 것이 힘겨워 매일 어떻게 하면 쉽게 죽을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
간절한 마음으로 스위츠 에스테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 이소노 사장은 무척 멋진 여성이었다. 사장은 쓰루오카 씨한테 사정을 들은 것 같았는데 히나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얘기를 하자 감정이 북받쳤는지 “너무 힘들었을 텐데, 거기다……” 하며 눈물을 닦았다.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우리 셰어하우스의 방침, 여성에게 대화의 장을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알 거야. 타인이지만 서로 연계하고 돕는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까. 우리 회사에서 일해줘. 젊으니까 기대할게.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나중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면 어때? 나도 응원할게.”
출판사 서평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일교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화제작!
-2012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 대상 수상작가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여자들의 삶’을 다룬 연작 단편집-세상 한편에서 간신히 숨 쉬며 살아가는 이들을 떠올려주기를 바라며강경한 혐한 특집기사를 낸 일본의 인기 주간지에 ‘기고 중단’을 선언하며 당당한 목소리를 낸 재일교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평소에도 늘 소외당하고 힘없는 존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온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다운 행보이자 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작가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일 관계는 악화되고 있지만, 한일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특히 여성 문제, 격차와 빈곤 문제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부분입니다. 국가 간의 문제를 넘어 인권 측면에서 양국 모두 살기 좋은 나라를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애매한 사이》한국어판 서문 중)
그녀는《애매한 사이》보다 앞서 국내에 발표한《가나에 아줌마》를 통해서도 ‘세상 한편에서 간신히 숨 쉬며 살아가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룬 바 있다. 한일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숨죽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인 재일교포들의 삶,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빈곤과 결핍의 늪에 빠진 여성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독자와 함께 느끼게 하려는 것은 결국 문학이 가진 휴머니즘, 바로 그것이다.-‘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작가의 철학이 소설의 읽는 재미로 철저히 승화되어 단단한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

지난 7년간 아홉 권의 책을 펴낸 다작의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소설 독자층에는 유독 여성이 많다. 그들이 그녀의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일 것이다. 일단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 끝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어내기 전에는 좀처럼 책을 덮기 어려울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녀는 각 매체 인터뷰 곳곳에서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묵직한 작가의 철학을 드러낸다. 그것이 그녀의 소설 속에는 작가의 소설가로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발휘되어 극도의 소설적 재미로 발현된다.
《애매한 사이》처럼 그녀의 다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단편 연작집에서는 통쾌하고 시원시원한 인물간의 심리묘사, 이 작품과 저 작품의 단초를 매끈하게 연결하는 탄탄한 구성력,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사소한 감정선도 놓치지 않는 예리한 통찰력이 넘쳐난다. 현실에서 뛰쳐나온 듯한 현실감 있는 캐릭터의 주인공들이 각 장의 다른 주인공의 스토리들을 넘나들며 소설 전체에서 무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그녀의 소설이 들려주는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생생한 입체감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내뿜는 메시지와 매력은 읽는 이의 눈과 가슴을 파고들어 단숨에 사로잡는다.

-아무도 도와주는 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지 저마다 고민인 여섯 여성들의 이야기부유한 나라의 한구석에서 하루하루 숨죽이고 살아가는 빈곤한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 책《애매한 사이》의 메시지 역시 묵직하다.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라는 공간 속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책의 제목처럼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다룬 여섯 편의 연작에서 “빈곤, 성희롱, 육아 방임,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한 비난,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등 사회의 고름”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또한 2017년 일본 출간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의 외국인 기능실습생에 대한 인권침해, 성폭력 등의 실상이 충격적으로 그려져 있다(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제염작업에 외국인 기능실습생들을 투입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싸구려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인 티라미수 하우스에는 여섯 명의 가난한 여성들이 산다.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부유한 가정의 딸인 후루하타 이쓰키는 뉴욕의 어학원을 중퇴하고 남자친구를 쫓아 서둘러 귀국한다. 일본에서 다시 만나면 자기 집에서 함께 살자는 그의 말만 믿고 도쿄에 도착한 이쓰키. 하지만 귀국 소식을 전한 이쓰키의 말에 심드렁한 남자친구는 그의 집에 화재가 나서 그녀를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남자친구와의 생활에 부모님이 주신 유학비를 탕진하고 가진 돈이 거의 없는 이쓰키는 고향에 내려갈 수도 없는 처지다. 할 수 없이 허름한 티라미수 하우스에 발을 내딛는다.왜소한 체격의 고데라 후카는 작은 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하지만 만년 조연에 머무는 존재감 없는 배우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해 티라미수 하우스에서 생활한다. 어렸을 적, 자신을 두고 집을 떠난 “머리가 길고 항상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던” 어머니와 함께 본 연극을 잊을 수 없어 극단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연기하는 자신을 언젠가는 어머니가 찾아내주길 바라면서. 티라미수 하우스에서 다른 주민들을 이끄는 리더 격의 역할을 자처하며 어디서도 갖지 못하던 존재감을 만끽한다. 노래방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근근이 살아간다.시모야마 사쿠라는 회사가 망하고 면접 보는 회사마다 물을 먹은 후, 생활보호를 받게 된다. 가난하고 매정한 부모와의 어긋난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매사에 까칠하다. 인간관계에 명확한 선을 긋고 철저히 혼자 생활한다. 티라미수 하우스에서 누구나 말 섞기를 꺼리는 불편한 인물이다. 생활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센 캐릭터를 자처한다.왕 웨이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제도로 일본에 건너 온 중국 여성이다. 일본에 도착한 즉시 시골의 양돈장에서 일하며 주인 아들에게 강간당한다. 아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강제소환 시키겠다는 주인의 으름장에 치욕적인 생활을 하다, 결국 임신한다. 그것을 빌미로 주인은 아들과의 결혼을 강요하고 극렬히 거부하는 왕 웨이를 구타하는 주인 아들의 손에 유산하고 만다. 인권단체의 나루세 씨의 도움으로 도쿄로 탈출, 티라미수 하우스에 자리를 잡은 왕 웨이는 비슷한 사연을 가진 동포인 즈린과 샤오이를 티라미수 하우스에 데려온다. 모텔에서 청소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번다.니시자와 요시미는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했지만 아들의 친권을 빼앗긴다. 부유한 집들의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아들에 대한 친권을 되찾을 날만 꿈꾸고 산다. 밤낮없이 죽도록 일하지만 부유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크는 아들을 되찾아 올 길은 요원하다. 아이와 화상대화를 할 욕심으로 이쓰키의 스마트폰을 훔치게 되지만 애타게 스마트폰을 찾는 이쓰키의 모습 앞에서도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쓰키는 티라미수 하우스에서 유일하게 부유한 집의 딸이기 때문이다. 사에키 히나는 초2가 되어서야 간신히 학교에 다니게 되어 학업이 뒤질 뿐만 아니라 친구도 없고 매사에 자신감도 부족하다. 눈치도 없고 말도 더듬는 히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냥 못 미더운 인물이다. 철없는 시절에 히나와 아버지가 다른 남동생을 낳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의 부재 속에, 이혼해서 혼자 살아가던 외할머니의 돌봄으로 외롭게 큰다. 외할머니는 중한 병에 들어 죽음이 가까워지자 히나와 동생을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내고 이후 생활보호를 받으며 간신히 살아가는 외할아버지 손에 크게 된다. 성인이 되어 말썽쟁이가 된 동생이 낸 자전거 사고로 매달 피해자 측에 큰돈을 보상해야 할 처지에 있던 히나는 셰어하우스의 직원이 된다.소설 속의 인물들은 한없이 불우하고, 기댈 곳 없고, 돈도 없는 여자들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은 어떻게 자존감을 지켜나갈까? 세상은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존중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또, 그들 사이에 존중은 존재할까? 등의 의문들로 가득해진다.
소설가이자 이 책을 번역한 김민정 작가의 말처럼.
“티라미수 하우스에서 먹고살 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돈 없는 이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고민을 공유하며 서로 돕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가난은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서로 돕기는커녕 반목하게 한다. 남보다 못한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은, 언제 금 밖으로 밀려날지 몰라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히나’의 말처럼 이 세상은 도대체 얼마나 참혹한 장소인 걸까?”
하지만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 >에서 이렇게 희망한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삶의 불편함을 자세히 조명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노출시키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입니다.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싶은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놓인 상황은 한국과 일본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여성을, 어린이를, 또 세상 한편에서 간신히 숨 쉬며 살아가는 이들을 떠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빛을 커다란 희망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든 여성으로 태어나, 아니 성별에 관계없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기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또 부디 독자 여러분께서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옮긴이의 말]
《애매한 사이》의 주인공은 평범한 여성들이다. 그들에게는 ‘가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셰어하우스에 산다. 붙박이장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한국의 고시원이 차라리 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난한 일본 여성들의 삶을 보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라는 단어로 종종 표현되곤 한다. 사실 30년 가까이 일본에 살면서 이런 단어는 여러 번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 한일 교류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며, 특히 최근 활발해진 문학 교류가 정체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일본 전철에서 한국어로 쓰인 책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길거리에서 일본어가 오가도 눈치 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물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 두 나라가 반목하지 않기를. 더불어 한일 여성들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이 작품이 그 연대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김민정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애매한 사이
저자 후카자와 우시오
출판사 아르띠잔
출간일 2019-09-30
ISBN 9791196373849 (1196373841)
쪽수 208
사이즈 141 * 210 * 19 mm /32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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