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시간[들] : 별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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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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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주 , 이소윤 , 김상애 , 김미현 , 김보영 , 허주영 , 강은교
  • 에디투스
  • 2021-05-21
  • 9791191535013 (119153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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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
책 상세소개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소위 안티-페미니즘이 득세한 것처럼 보인다. 2016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분출하던 페미니즘 운동이 주춤한 사이,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목소리들이 기세등등하다(특히 선거를 거치며 ‘이대남’의 위력이 과시된 이후). 가부장제의 모순과 불평등, 만연한 강간 문화와 여성 혐오에 대한 성찰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페미니즘이 ‘남혐’과 역차별을 가져왔다는 다분히 과장된 이야기들로 소란하다. 과연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의 과잉을 걱정할 만큼 젠더 불평등이 이미 해소되었거나 역전된 것으로 보아도 좋은 것일까?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의 번역과 더불어 출간되는 책 『출렁이는 시간[들]: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는 지난 몇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활기차게 전개되어온 페미니즘의 물결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세계사적 사건 내지 운동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4물결이란 번호 매김은 페미니즘이 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긴 시간 진화해온 평등한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품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이 새로운 페미니즘의 앞날이 마냥 낙관적인 것도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새로운 물결을 추동하고 있는 정동(affects)에는 긍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도 있으며, 사건적 계기와 사회 변화의 조건에 따라 솟구치기도 하지만 파고가 잦아들 수도 있다. 또한 지금 목격하고 있듯이, 페미니즘적 요구를 신속히 전달하고 확산하는 온라인 기술은 역설적으로 반격(backlash)의 즉시성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성과 모순, 불확실성과 시끌벅적함을 페미니즘은 자신의 역량으로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과연 한국 사회의 낡은 구조를 해체하고 재편하는 역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기 우리 앞에 놓인 일곱 편의 에세이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는커녕 때로는 ‘나는 페미니스트인가?’하는 의심도 숨기지 않는다. 저자들은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대표(내지 대변)하려는 허영을 부리지 않으며 단지 자신을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간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의 안간힘을 펼쳐 보일 뿐이다. 그런데, 왜일까? 시대의 멀미를 견디며 동시대성의 핵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안간힘 사이에 희망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목차
0. 김은주 /
기획의 글: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 위해
1. 김은주 /
제4물결로서 온라인-페미니즘: 동시대 페미니즘의 정치와 기술
2. 이소윤 /
분노 속에서 생존하며, 페미니스트-되기
3. 김상애 /
페미니스트-되기, 경험과의 대화
4. 김미현 /
디지털 시대의 반격의 역동과 총여학생회 폐지
5. 김보영 /
돌봄의 구체적 어려움에 관하여
6. 허주영 /
동시대 한국 문학/비평에 요청하는 것들
-제4물결 온라인 페미니즘과 여성 서사 운동으로부터
7. 강은교 /
한국 SF와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조우
책속으로
거대한 여성 혐오는 뿌리 깊고 오래되었으며, 우리 역시 그 ‘여성’ 혐오에 침윤되어 있기에,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힘이 필요하다.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 위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시선과 인정으로 존재하는 그 ‘여성’이 아니라, 단순히 피억압자나 타자의 위치에서 벗어나기가 아니라, 이리가레가 말한 ‘대문자 타자의 타자’인 여성으로서, 여성이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발명하는 사랑이며 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염증이 났던 것은 언제나 우리의 세계이고, 그 세계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힘이 부족했다. 결국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의 발명은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기획의 글’, 17-18쪽]정동은 신체가 결합하여 변이할 때 발생하는 순간의 활력, 다른 존재들과의 마주침으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 또는 활력적 능력을 의미한다. 정동은 어떤 이행으로 나타나는데, 정동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 ‘사이(between)’에서 출현하며,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만 발생한다. 정동은 ‘관계의 공간’에서만 출현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정동은 특히 디지털 혁명에 따른 정보 전달의 속도와 연결되면서, 페미니즘의 범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시키고 변화의 순간을 순식간에 전달하면서 더욱 중요해진다. 온라인의 속도는 현재 이 순간의 활동들을 공유하게 하여 대중의 감정을 추동하고 이동하면서, 빠른 결집과 행동을 이끌어 낸다. 느낌(feeling)이 광범위한 집단에 전달되면서 행동을 촉구하는 정동적인 수렴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1장, 34-36쪽]동시대 페미니즘은 기존의 페미니즘의 운동과 단절적이거나 온라인에 참여하는 한 세대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다양한 물결 서사들과 공명하면서 선형적이지 않는 서사들을 구축하는 페미니즘 대중운동이다. 동시대의 페미니즘인 온라인 페미니즘은 하나의 조화로운 목소리로 울리지 않고, 불화하는 목소리들로 실현된다. [1장, 49쪽]제4물결과 관련된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핵심 쟁점은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이다. 교차성은 다양한 차이의 억압축이 교차하고 정체성의 구성이 복잡하며 특권적 단일축으로 다양한 차이의 경험을 설명할 수 없음을 제시한다. 사회가 계급, 성별, 인종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면 할수록, 페미니즘 역시도 이와 관련된 차별과 종속에 대해 인식하고 응답해야 한다. [1장, 51쪽]나는 살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스물한 살의 나는 화가 났다. 나는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깨어 분노에 휩싸였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면서 스스로 자기 분노 속에 갇혔을 뿐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분노는 도대체 누구를 향한 분노였던 걸까. [2장, 60쪽]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질주가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멈춤’이었다. 동시에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스트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앎, 지식을 점검해야 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페미니스트’에 덧붙여진 의미들을 해체할 필요가 있었다. ‘페미니스트’라는 다섯 글자에 너무 많은 의미들을 부여해 온 것은 아닌지, 그 의미들을 꾹꾹 눌러 담으려는 나의 욕망이 어디서 나온 것일지. 꼭 페미니스트여야‘만’한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페미니스트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나를 자유롭게 하기보단 숨 막히게 만들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2장, 80쪽]조각조각 났던 분노의 파편들을 하나의 글로 이어 붙임으로써, 나는 그 시간들을 비로소 제대로 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분노하거나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그런 반복이 무한히 나에게 찾아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가 달라지고 변화할 수만 있다면, 그 속에서도 생존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분노하거나 슬퍼할 수 있는 힘에도 언제나 한계가 존재하며 그 한계를 마주했을 때의 나는 이미 그전과 달라져 있을 것이기에…… [2장, 90쪽]서로의 서사를 굳이 말로 공유하지 않고서도 페미니스트로서의 공통감각을 나누던 ‘우리’는 페미니스트라서 서로에게 실망했다. 실망감, 무력감, 좌절감은 안정적으로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를 이전과 같이 지속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나의 상황에 적확한 언어를 제공해 주었던 SNS 친구들, 그리고 존경해 마지않았던 선생님들이 이제 도리어 내가 동일시했던 이들의 움직임을 우려하고 비판하기 시작했을 때, 그 날카로운 말들이, 마치 격앙된 감정을 앞세워 행동하다가 어느 순간 어긋나 버린 나를 향한 것만 같았다. 페미니스트로서 잘하고 싶었던 것일 뿐인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향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장, 106-107쪽]페미니즘의 현재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과거에 대한 정동 및 ‘페미니즘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낙관적인 미래를 향한 정동으로 서로 얽혀 있다.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페미니스트-되기라는 주체화 역시 선형적인 연대기를 통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지나온 과거와 새롭게 만나고, 다가올 미래에 열려 있는 다시간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3장, 119쪽]나는 페미니스트‘이기(being)’보다는, 매순간 페미니스트가 ‘되어 가는(becoming)’ 과정에 있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싶다. ‘이기’는 언제 어디서나 개체를 동일한 것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가정을 내포하는 반면, ‘되기’는 개체에 잠재하는 역량에 의해서, 그것이 위치한 시간과 공간, 다른 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변이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나의 페미니스트-되기는 다른 이들의 페미니스트-되기의 과정과도 불가피하게 얽혀 있을 것이다. 나는 나뿐 아니라, 타인 또한 변이하는 존재라고 믿는 그런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 타자를 고정된 존재로 판단하는 것을 보류하는, 서 있는 위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려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 [3장, 122쪽]‘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치며 많은 젊은 여성들이 자생적 페미니스트로 변모했고, 공학 대학에서의 여성 혐오와 남성 중심성을 겪은 이들은 대학 내 페미니즘 운동을 위한 거점의 필요성을 느끼며 총여학생회를 재건하거나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총여학생회 폐지 사건은 디지털 액티비즘을 통해 조직화된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페미니즘을 말하고자 할 때, 그 공간에서는 어떤 균열과 충돌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생생한 사례이다. [4장, 128쪽]총여학생회 폐지 과정에서 나타난 몇몇 시각들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일부 언론이 말하는, 페미니즘이 ‘젠더 갈등’과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프레임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낮은 성평등 지수와, 높은 임금 격차 수준, 끊임없이 이슈로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과 사이버 성폭력의 사회 속에서 남성에 대한 혐오는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에도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를 대칭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이를 ‘젠더 갈등’으로 등치시킨다. 이때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를 일으키는 속성을 지닌 것처럼 여겨진다. [4장, 138쪽]총여학생회 폐지를 다루며 나는 반격에 맞서는 언어와 전략을 규명해 나가고 싶었다.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 허물 수 없다’는 오드리 로드의 유명한 격언을 상기한다.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디지털 페미니즘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조건들은 다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성적 차별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총여학생회 폐지를 연구하며 성적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조건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억압과 폭력이 구성되는 과정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나에게 페미니스트로서 말한다는 것은 성차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위치하고 행위하는 ‘조건’을 갱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장, 149쪽]췌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암세포는 자신을 발견해 주길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퍼져 나갔고, 제대로 항암 치료도 받아 보지 못한 채 아빠는 죽었다. 감기 한 번 심하게 걸린 적 없는 건장한 체격의 사람이 이렇게 빠르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빠를 돌보는 일이라는 점은 페미니즘을 고민하고 페미니스트이고자 애쓰는 나에게 여러모로 부대끼는 일이었다. 딸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자 아빠는 폭력을 행사했고, 엄마를 한평생 무시하고 괴롭혔다. 내 ‘남혐’의 뿌리가 되어 버린 사람을 돌보아야 하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5장, 158쪽]돌보는 사람들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결국 환자를 제 손으로 죽이고 말았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전쟁은 누군가가 죽어야만 끝납니다”라는 말이 있다. 돌봄이 전쟁이 된 상황, 이 상황을 과연 누가 만들었으며, 누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돌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이타적인 행위, 윤리적인 행위이고 우리 모두 누군가의 돌봄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아름다운 말이 이 사람들의 삶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5장, 167쪽]아빠와 단절되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가던 때에 일어난 돌봄이라는 과제는 단절을 유예하게 했고 결국 죽음을 통해 단절되도록 했다. 아빠가 나의 도움 없이 대부분의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어 가는 과정, 쇠약해지다 소멸해 가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어떤 미움들이 해?
출판사 서평
제4물결 페미니즘과 더불어,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말하다하나. 반격의 소란과 역류 속에서“페미니즘이 ‘젠더 갈등’과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인터넷 공간을 넘어 이제는 온갖 미디어 매체에 수시로 등장하고, 청원을 포함한 소란스런 캠페인을 벌이는 반페미니즘적 목소리와 주장을 점잖게 요약하면 앞의 문장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반격의 시대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소위 안티-페미니즘이 득세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난 4월의 보궐선거를 거치며 ‘이대남’의 위력이 과시된 이후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목소리들로 소란스럽다. 페미니즘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공격에서부터, 과거에는 여성 혐오나 차별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남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문제라는 포스트페미니즘적 말투까지, 여기에 페미니즘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편협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과 충고까지. 과연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의 과잉과 남성 인권을 걱정할 만큼 젠더 불평등이 이미 해소되었거나 역전된 것으로 보아도 좋은 것일까? 일찍이 수전 팔루디는 『백래쉬(Backlash)』(1991)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러한 역류와 과장된 소란을 이야기한 바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페미니즘이나 이에 대한 공격 모두 인터넷 기술의 진화에 따라 운동과 반격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페미니즘의 역사는 제법 두터운 시간대를 형성하지만, 그나마 긴 모색과 고투를 진행하다가 커다란 물결로 등장한 것은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의 과정을 거치다가 2016년 ‘강남역 사건’의 충격을 겪으면서였다. 가부장제의 모순과 불평등, 오랜 강간 문화와 여성 혐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이제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페미니즘의 세계적 물결과 만나는 시점에 따라붙은 이 소란스런 반격의 목소리들은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에 어떤 사유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일까. 페미니즘을 침묵시키고 그나마의 성취와 에너지마저도 탈취하려는 시도 앞에서 어떤 숙고와 모색이 필요한 것일까. 둘. 우리는 지금 어떤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가프루던스 체임벌린의 『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의 번역과 더불어 출간되는 이 책 『출렁이는 시간[들]: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의 파고들이 서로를 어떻게 반영하고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문해 보기 위해 기획된 책이지만,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로 자신들을 호명하며 페미니즘의 물결과 함께하려 했던 사람들이 동시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어디서, 어떻게, 어디로라는 질문을 통과해 사유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다시 말해서, 이 책은 “우리는 페미니즘 제4물결이다”를 선언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기획한 책이 아니다. 저자들은 ‘온라인 페미니즘’으로도 불리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이 제4물결로 불릴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이 흐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 인터넷 기술에 힘입어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직접 실감하고, 그 관계의 공간에서 활력 있는 정동(effects)를 느꼈던 경험을 신뢰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편견과 공격만이 아니라 페미니즘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오는 날카로운 상처도 안고 있는 세대로서, 이제는 페미니즘의 물결이 안고 있는 복잡함, 불협화음과 더불어 반격의 소란이 뒤엉킨 한국의 시공간에서 오늘의 페미니즘의 시간성의 핵심을 포착해 보려는 노력의 시작이다.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을 분석하기 위해 벼려온 사유를 투여하고, 각자가 통과해온 시간과 경험들을 곱씹고 기록함으로써 동시대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재료를 제출하여 정동적 충전의 시간을 만들려는 시도인 것이다. 책은 일곱 개의 비평-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자 김은주의 첫 번째 글은, 한국에서 2016년 강남역 사건을 기점으로 역동적으로 진행되어온 페미니즘의 경로를 되짚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어 연결-행동으로 이어지며 정동의 급등을 보여 주는 페미니즘 운동이 비단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글로컬 운동임을 입증한다. 이러한 온라인 페미니즘을 소셜 미디어의 측면에서 분석하여 통치성에 저항하는 새로운 주체화로서 설명하는 이 글은 동시대 페미니즘이 지닌 역동성을 접근하는 최초의 본격적인 비평으로서 의미와 분석의 힘을 보여 준다. 두 번째 글(이소윤)과 세 번째 글(김상애)은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를 통과하며 페미니스트로 스스로를 정체화했던 세대로서 자신들이 거쳐 온 시간의 결을 더듬고 기록한 실존적 에세이이다. 이소윤은 이 글에서 페미니스트로 겪어야 했던 분노의 시간들을 세 시기로 구분하는데, 여성으로서 자신이 원하지도 선택하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데 대한 모욕감이 어떻게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자신을 포함한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에 건 희망과 기대가 좌절된 순간에 곱씹어야 했던 자기 책망과 죄책감, 그리고 이러한 상처와 분노를 넘어서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하는 여정을 적어 나간다. 김상애의 글은 ‘나는 페미니스트인가?’라는 물음으로 환기된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되짚는 과정에서 페미니즘과 상관없어 보이는 소녀 시절의 기억까지를 소환하는 자전 서사를 그려 낸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만나게 하면서 페미니스트 주체화의 의미를 되묻고 불확실한 미래의 시간에 다가가는 용기를 생성하려 한다. 페미니스트 주체화는 나르시시즘적 자기 선언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되기(becoming)라는 ‘과정’이며, 이것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가 포함된 다시간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 서사를 통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기꺼이 동시대 페미니즘의 물결에 몸담았지만,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예민하게 하고 소진시키는 피로와 상처는 가부장제 사회와 벌이는 전투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내부에 존재하는 까다로운 관계들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것이었다. 개인적 분노와 상처와 회의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멀미를 견디며 ‘가라앉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이 에세이들은 동시대의 고백과 증언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언뜻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과 거리가 있는 것 같은 김보영의 다섯 번째 글은, 하루아침에 돌봄 노동을 떠맡게 된 젊은 페미니스트의 ‘애도 일기’와도 같은 에세이다. 관습적으로 여성의 몫이자 책임으로 생각되어 왔고, 가뜩이나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돌봄 위기’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자신의 ‘남혐’의 뿌리가 된 아버지를 돌보고 죽음의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이 기록은 이어지는 페미니즘 문학을 다루는 두 개의 글과도 이어지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이 시대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삶을 짓누르는 질곡이 주는 무게와 히스테리를 감당하는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한 이 시대 여성의 일상 위에 놓인 것이고, 그것은 편의점 광고 안에 있는 손가락 모습 하나에도 부르르 떠는 경박함과는 다른 무엇인 것이다. 허주영의 여섯 번째 글은 온라인을 통해 분출되는 여성 서사에 대한 요청과 독해(소비) 방식이 기존의 페미니즘 문학에 접근해온 비평적 태도/관점이 불일치를 노정하는 난해한 상황을 다루는 비평으로, 그간의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비평의 성과를 긍정하면서도 작품-독자의 상호성이 텍스트의 생산과 수용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비판하면서, 남성 의미 경제 체계 밖의 비평/연구로 나아가야 길을 타진해 보는 글이다. 이 글과 더불어 강은교의 마지막 일곱 번째 글은,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사유하는 SF 작가들의 텍스트를 페미니즘 성취의 반영일 뿐 아니라 페미니즘 상상력과 논의에의 기여로서 적극적으로 읽기를 권유하는 비평이다. SF가 그리는 세계는 그것이 단 한 번도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제나 잠재적인 위상을 가지며, 미래를 향해 있다. 이러한 잠재성/미래성은 차별이 온존하던 과거를 의식하면서 차별이 사라진 더 나은 미래를 열망하는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시간성과 교차하면서 페미니즘 대안 세계를 생성하면서 현재의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결정에 개입할 동기를 부여하는 점에서 정치적인 힘을 갖는다.
상승과 하강 사이에서, ‘동시대적 주체’로 남기 위하여사라 아메드의 말처럼, 페미니스트들은 “미래가 그저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욕망”을 품고 있는 동시에 “변혁의 정치로서 페미니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의 가능성을 품는다. 이 말이 주는 긴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지탱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동시대’라는 시간성을 응시하는 사유의 집중이다. 동시대적 주체는 그 시대의 규범적 시간성과 일치하지도, 그 시대의 규범이 요구하는 것에 순응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렇게 선형적 시간성과 기꺼이 어긋나고 ‘불편한 존재들’로 남음으로써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이 통과하는 시간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세계를 변화시켜 갈 동시대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불확실성과 모호함, 상처와 갈등, 진보와 퇴보를 받아들이고 헤쳐 갈 용기를 필요로 한다. 페미니즘의 앞날이 마냥 낙관적인 것도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간 페미니즘적 요구를 신속히 전달하고 확산하는 온라인 기술은 역설적으로 반격의 즉시성을 불러왔다.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과 페미니즘을 기각하는 것이 결합된 기만과 아이러니가 지금 펼쳐지는 현실이다. 이러한 복잡성과 모순, 불확실성과 시끌벅적함을 페미니즘은 자신의 역량으로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과연 한국 사회의 낡은 구조를 해체하고 재편하는 역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여기 우리 앞에 놓인 일곱 편의 에세이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는커녕 때로는 ‘나는 페미니스트인가?’하는 의심도 숨기지 않는다. 저자들은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대표(내지 대변)하려는 허영을 부리지 않으며 단지 자신을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간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의 안간힘을 펼쳐 보일 뿐이다. 그런데, 왜일까? 시대의 멀미를 견디며 동시대성의 핵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안간힘 사이에 희망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말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출렁이는 시간[들]
저자 김은주 , 이소윤 , 김상애 , 김미현 , 김보영 , 허주영 , 강은교
출판사 에디투스
출간일 2021-05-21
ISBN 9791191535013 (1191535010)
쪽수 262
사이즈 141 * 210 * 20 mm /42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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