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상세소개
이 책은 ‘만화라는 연금술’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만화에 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학제성을 필요로 한다. 바로 이 지점이 만화연구, 특히 국내의 만화연구가 취약한 이유이다. 분과학문적 관점만으로 만화에 접근했던 연구서들은 그 연금술을 풀어내기 어려웠고, 연금술을 보여주는 연구들은 비논리적이거나 학문적인 체계성이 부족했다. 전자가 『만화기호학』이나 『기호학적 만화론』 같은 연구서들이라면, 후자는 『만화의 이해』나 『만화와 연속예술』 같은 책들이다. 그래도 후자는 만화 자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학문적 입장에서 보자면 산만한 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필요한 연구는, 연금술에 다양한 학문이 관여할 수 있는 연결고리들을 매는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가 만화의 연금술을 학제적으로 접근하여 해석해낼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은 아마도 ‘만화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만화학으로 가는 길목을, 다학문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다시 한 번 구석구석 더듬어보자는 의도로서의 『만화학의 재구성』인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7
1장. 만화연구의 시작점 13
만화용어와 개념의 정리 15
2장. 만화의 정의 23
1. 만화라는 표현형식을 정의하는 다양한 입장 25
2. 만화라는 표현형식의 ‘역사적’ 정의 33
3장. 한칸만화와 캐리커처 41
1. 카툰과 한칸만화 43
2. 한칸만화의 탄생에 필요한 조건과 본질 54
3. 캐리커처 60
4장. 만화의 사전(事前) 형태 65
1. 윌리엄 호가드의 연속회화와 연속판화 67
2. 루돌프 퇴퍼의 “판화 이야기”와 에피날 이미지 76
5장. 만화의 탄생 87
1. ‘패널삽화’로서의 「옐로 키드」 89
2. 최초의 다칸만화로서의 「옐로 키드」 93
6장. 만화의 특성 105
1. 연쇄적 칸의 상호의존성 107
2. 무동(無動)과 무성(無聲) 121
7장. 테두리 선과 칸 127
1. 테두리 선의 기능 129
2. 회화, 영화의 화면과 만화의 칸 136
3. 칸에 대한 접근 141
8장. 칸 내부의 구성요소 147
1. 등장인물군 149
2. 배경군 158
3. 문자군 166
9장. 칸 연쇄의 유형과 페이지 175
1. 칸 연쇄의 유형 177
2. 단(Strip), 페이지(page), 양면 페이지(double page) 190
3. 일러스트레이션 페이지(page d’illustration) 200
10장. 만화서사와 연출 209
1. 이야기와 서사 211
2. 만화연출 - 만화서사의 실체화 213
3. 만화연출 읽기 217
11장. 만화의 연극성 225
1. 시선 전환의 필요성 227
2. 연극성과 그 장치들 -독자의 활발한 활동을 지향하는 장치 229
3. 연극성의 두 번째 장치 -독자에게 수동적이라는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 239
12장. 만화읽기의 특성 253
1. 만화읽기의 구성요소 255
2. 읽기의 환경과 독자의 성향 261
3. 만화읽기와 ‘상상적 장면’의 구축 267
나가며 279
참고문헌 283
책속으로
저급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는 예술형식을 합법화시키려는 욕망으로 인해, 어떤 연구자들은 종종 만화를 동굴벽화나 이집트 벽화에 연결하곤 한다. 이러한 관점은 재현의 일반사에 있어서 만화의 특수성을 분리해낼 수 없다. 한 근대적 매체를 몇천 년 전통의 시각적 표현과 혼동하고 있다. - 티에리 그로엔스틴(Thierry Groensteen) _p27.어떻게 보자면 신기한 일이다. 오로지 글과 그림, 말풍선과 칸으로 이뤄진 특정 형식이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또는 어떤 인상을 던져주고, 심지어 독자의 감성과 감정을 자극한다.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는 이유로 만화는 그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표현형식보다도 독자의 연상력과 상상력을 많이 요구한다. 독자는 무성과 부동의 연쇄된 칸을 읽어나가며 자기에게 고유한 속도로 소리와 움직임을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짜나간다.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는 다른 표현형식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_p125.만화의 칸은, 자신 앞에 있는 칸과 뒤에 따라오는 칸 사이에서, 그리고 자신의 독자적인 욕구와, 이야기에의 예속 사이에서 언제나 불균등하다.
- 피에르 프레노-드뤼엘(Pierre Fresnault-Deruelle) _p.142독자는 우선 관객이다. 따라서 그림이 그를 끊임없이 보기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페이지가 최소한의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보유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상적인 것은 한 페이지마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집어넣는 것이며,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가 텍스트(문자)를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음모적이어야 한다.
- 브누아 페터스(Benoit Peeters) _p.217사실상 만화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이미지, 또는 이미지 서사가 독자나 관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이러한 거짓 수동성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사실상 대부분의 만화 페이지에 걸쳐있는 ‘제시(monstration)’ 기법이고, 다른 하나는 이 중에서도 특별히, 마치 연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가상의 인물이 벌인 사건을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상의 인물이 직접 내 눈앞에서 말하고 움직일 때, 달리 말하면 ‘우리에게 사건이 제시될’ 때 주로 이런 착각, 즉 사건이 내 눈앞에서 (나와 무관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독자가 만화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인상을 가진다면,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이 아니면서 사건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공식적 서술자’가 없고, 이야기 외부적(extradiegetique) 간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브는 공식적 서술자의 축소를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기계’로서의 소설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만화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이미지 서사로서의 테크닉이 발전하면 할수록 공식적 서술자의 등장은 점점 더 줄어들어왔다. _p.239-240.‘편집물성’은, 오리지널 원고가 매체(책 또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독자와 만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모든 노력과 제작과정의 결과물이다. 만화책으로 보자면 원고가 만화책으로 출판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교정 교열에서부터 서체 선택, 편집 디자인, 종이 선택과 인쇄 상태 등 모두 포괄해서 지칭하는데, 딱히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용어를 하나 만들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독자가 만나는 만화형식은 결코 오리지널 만화원고가 아니다. 이미 편집과 인쇄과정을 거친, 즉 다른 장인의 손이나 공정이 포함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과정, 또는 이 과정이 야기하는 명확한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내지 않는다면, 만화연구가 구체적인 현실에 발 딛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예컨대 오타가 많거나, 서체가 너무 작거나 크거나 어울리지 않거나, 원고 대비 페이지의 여백이 너무 넓거나, 표지 디자인이 거슬리거나,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미지가 뭉개지거나, 종이가 너무 반짝거리거나 종이 입자가 너무 두꺼워서 인쇄가 깔끔하지 않을 때, 절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페이지들이 붙어 나올 때, 독자의 기대와 몰입은 방해받고 독서는 달라지거나 중단된다. _p.256-257.결국 만화라는 표현형식은 칸과 칸, 페이지를 넘기고 스크롤을 넘기도록 연극성의 장치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독자들은 읽기의 환경이나 편집물성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식대로 머릿속에 상상적 장면을 만들어나간다. 칸의 안, 칸의 외부, 칸들의 관계, 연출된 모든 것을 연극성의 장치로 읽어나가며 천천히 만들어진 이 상상적 장면은, 한번 만들어지면 그 속에서 작품을 제어하고 기억한다(...) 무의식적으로 이 상상적 장면을 구축하는 즐거움이야말로 만화읽기의 핵심이자, 만화라는 표현형식을 그 어떤 것과도 다른 것으로 만들어주는 고유성인 것이다. _p.277.
출판사 서평
『만화학의 재구성』의 구성이 책은 2004년 번역 출간된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 이후 맥이 끊겼다고도 볼 수 있는 만화이론 개론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1장-3장은 만화의 개념, 용어, 정의에 대한 탐색이다. 4장-6장은 만화의 사전형태에서 탄생, 그리고 만화의 특성을 다룬다. 7장-8장은 만화의 구성요소를 테두리 선과 칸, 칸 내부, 칸 외부의 측면, 그리고 종합적인 차원에서의 서사와 연출까지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10장-12장은 텍스트의 분석에서 벗어나 만화 독자와 읽기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만화에 대한 연구대상을 확장하고, 영미권만이 아니라 불어권의 연구 결과물들도 소개하면서 만화이론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만화라는 연금술을 풀어보고 싶은 만화애호가들, 만화연구를 본격적으로 해보려는 학생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이미 만화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
만화학의 재구성 |
저자 |
한상정 |
출판사 |
이숲 |
출간일 |
2021-05-20 |
ISBN |
9791191131130 (1191131130) |
쪽수 |
280 |
사이즈 |
154 * 221 * 22 mm /439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