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협은 왜 청산되었는가

이 책은 노동학자 김창우의 창원대학교 노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인『전노협 청산에 관한 연구』(2006년 7월)를 일부 수정·보완한 책으로, '전국노동자협의회(전노협)'이 청산되기까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하여 오늘날 한국노동운동이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 근본적 원인을 살펴본다. 먼저 1장에서는 전노협 청산을 위한 사전 정치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전노협에 대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리고 2장에서는 전노협 청산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전노협 내부의 주도권 투쟁을 '전노협 강화론'과 '전노협 한계론'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그런 다음 3장에서는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결성으로 사실상 전노협이 청산되어 나가는 과정을 서술하였고, 마지막 4장에서는 전노협 청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역사적 교훈과 실천적 함의를 생각해 보면서 이후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보론에서는 전노협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통해 민주노조운동 정신의 역사를 알아본다.

책을 내며
서문

제1장 전노협의 건설과 사수
1. 전노협의 성격
2. 전노협의 조직적 한계
3. 전노협을 둘러싼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세
4. 소결

제2장 전노협 강화론과 전노협 한계론의 대립
1. ILO공대위의 확대·강화
2. 전노대 결성(1993년 6월 1일)
3. 전노협 제35차 중앙위원회(1993년 10월 15일)
4. 전노협 위원장 선거(1994년 1월 23일)
5. 전노협 제5기 5차(44차) 중앙위원회(1994년 8월 25일)
6. 전노대 활동

제3장 전노협 청산
1.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결성(1994년 11월 13일)
2. 금속산업노조 조직 재편
3. 지노협의 해체
4. 전노협 정신 계승 부정

제4장 결론

보론 전노협 정신은 어떻게 형성되었나:민주노조운동 정신의 역사
1. 전태일 열사 정신:인간해방 사상
2. 19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정신:투쟁성, 민주성, 자주성, 인간성
3.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 정신의 형성:연대성, 변혁지향성을 중심으로
4.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 정신의 확대·발전과 전노협 정신:투쟁성, 민주성, 자주성, 연대성, 변혁지향성
5. 전노협 정신의 한계와 극복 방향

참고문헌
약칭／약어표
부록

‘전노협’은 19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꿈이요, 희망이었다. 전노협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국 노동운동에 희망을 품고 한국 사회변혁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러나 전노협이 무너지면서 우리의 꿈과 희망 또한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광범한 기층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과 투쟁에 기초하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려던 운동에서, 상층을 중심으로 한 법과 제도와 정책과 교섭에 의존하는 권력지향의 합법․개량주의 운동으로 변화되어 나갔다. 그 결과 현재 한국 노동운동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위주로 한, 1970년대 민주노도운동 수준보다 못한 조합주의․경제주의 운동으로 완전히 후퇴해 버리고 말았다. - “책을 내며”
“민주노조운동이 위기에 처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노동운동이 전노협을 청산하고 변혁적 지향을 포기해 버린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변혁적 지향을 포기하게 되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량이나 개혁이 주요한 목표가 되면서, ‘선거’와 같은 합법적인 활동이나 경제적인 실리 추구 활동 등이 주요한 활동방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의 의식화․조직화에 기초한 대중투쟁보다는 상층을 중심으로 한 대화, 협상, 정책참가, 선거, 분파활동 등이 주요한 방식이 되면서 사실상 대중투쟁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 이처럼 대중투쟁이 아닌 교섭․협상이 활동의 중심이 되면 조합원들의 의식화․조직화에 기초한 조합민주주의는 후퇴하게 되고, 상층에 의한 관료적 통제와 조직 내 주도권을 둘러싼 분파활동은 더욱 강화된다. …… 이런 가운데 조합원들의 관심은 다른 노동자들과의 계급적 연대나 투쟁보다는 상층 관료들이 던져주는 협상 결과나 실리 문제로 더욱 협소화됨으로서, 급기야는 자기 사업장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도 못할 정도로 기업별 실리주의와 정규직 이기주의가 판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은 자기 파괴적인 내부 투쟁, 선거만능주의, 조합원들의 무관심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위기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이다. 저자는 위기가 발생하게 된 근본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각만으로, 즉 공시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통시적,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에만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글은 “민주노조운동 그 자체를 역사적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노협 청산에 관한 연구는 곧 민주노총 건설의 역사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존재 자체가 역사적 정당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역사적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이 추구해 온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신을 제대로 계승, 발전시켜왔는가에 의해 평가되어야만 할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과정에서 우리가, 노동운동 진영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청산했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야 말로,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