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파올로 코녜티 장편소설
책 상세소개
운명이 어떻든 간에 그 운명은 우리 머리 위, 산에 있다.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가 반응한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 움베르토 에코, 안토니오 타부키, 알레산드로 바리코 이후 22년 만에 메디치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작가로, 현대 이탈리아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저자의 국내 첫 출간 소설이다. 도시와 문명을 찬미하는 기존의 이탈리아 소설과는 다르게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개인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 알프스의 몬테로사를 배경으로 소년 피에트로와 브루노가 특별한 우정을 키워나가는 과정, 가족과의 화해를 그리고 있다.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며 잃어버린 가치의 회복, 도시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독과 불안의 치유, 훼손된 자연과 인간의 공존 등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대답을 구해온 저자는 발다오스타의 해발 2천 미터에 작은 집을 짓고 그곳에서 혼자 지내며 종이와 펜을 이용해 원고를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의 태도를 반영하듯 작품에는 계절에 따라,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에 여름이면 몬테로사의 기슭에 있는 그라나의 마을에서 생활하는 도시 소년 피에트로는 그곳에서 친구 브루노를 사귀게 되고, 산에 대한 추억을 쌓는다. 그러나 산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피에트로는 갈등을 겪게 되고 그를 따라 산에 오르는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둘 사이는 멀어진다. 피에트로가 서른한 살이 되던 해, 관계를 회복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산속에 있는 집을 유산으로 남긴 것을 알게 되고, 그라나를 찾아 브루노와 함께 집을 복원한다.
다시 산 생활을 시작하게 된 피에트로는 어느 날 우연히 산 정상에서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하고 뒤늦게 그동안 아버지가 혼자 오른 봉우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라나에 남기를 택한 브루노는 목장을 운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며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이탈리아 경제 위기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고,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떠나보낸 후 더 산에 집착하고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는데…….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프롤로그
1부 어린 시절의 산
2부 화해의 집
3부 친구의 겨울
옮긴이의 말
책속으로
아버지에게는 산을 타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는 사색에 거의 잠기지 않고 대담하고 억척스럽게 산을 탔다. 체력 안배 없이 언제나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경쟁하듯 산을 오르며, 오솔길이 길어 보인다 싶으면 가파른 비탈길로 가로질러 갔다. 아버지와 산을 오를 때는 잠시 쉬는 것은 물론이고, 배가 고프다거나 힘들고 춥다고 징징대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대신 비바람이 칠 때나 짙은 안개 속에 있을 때 좋은 노래 한 가락을 뽑거나 만년설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고함치는 것은 괜찮았다._어린 시절의 산, 본문 11쪽나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날 난 뭔가를 느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친밀감이었다. 이 친밀감은 낯선 곳에 정박해 있는 것처럼 나의 호기심을 잡아 끈 동시에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개울, 연못, 폭포 그리고 강물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꼬리를 힘차게 흔드는 송어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잎을 생각했다. 그리고 사냥감 앞에서 파다닥 튀어 오르는 송어를 생각했다. 그때 강물에 사는 물고기에게 벌레, 나뭇가지, 나뭇잎 그리고 이외의 모든 것들은 산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깨 시작했다. 그래서 물고기는 앞으로 흘러내릴 것을 기대하며 위쪽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현재라고 한다면 과거는 나를 지나쳐 흘러간 물이다. 그 물은 아래 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미래는 놀라움과 위험을 품은 채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운명이 어떻든 간에 그 운명은 우리 머리 위, 산에 있다고._어린 시절의 산, 본문 42~43쪽“브루노는 항상 네 안부를 물었어,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뭘 하고 있는지. 나는 네가 편지에 쓴 대로 그에게 이야기해주었어. 그에게 네 소식을 계속해서 전해주었단다.”
“저는 몰랐어요.” 내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는 떠나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배우는 중이었다. 그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은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 브루노가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이었을 때 그들끼리 보내는 저녁 시간을 상상해보았다. 그는 나 대신 우리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그곳에 있었다.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거나 그 순간을 나도 함께 했을 터였다. 질투심보다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별것 아닌 일로 바빠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_화해의 집, 본문 166쪽
“맞아요. 세상의 중심에는 높은 산이 하나 있다고들 하죠. 메루산이에요. 이 메루산 주변에는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가 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죠.”
그는 8등분 된 조각 옆에 작은 점을 찍고 점 사이마다 파도물결 표시를 해두었다.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의 중앙에 왕관을 하나 그려 넣었다. 메루산의 눈 덮인 정상인 듯했다. 자신의 그림을 잠시 감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수천 번은 연습했을 그림이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지팡이로 중심을 가리키면서 마무리를 했다. “여덟 개의 산을 돌아본 사람이 많은 것을 깨달을까요? 아니면 메루산 정상에 올라본 사람이 더 그럴까요?”_친구의 겨울, 본문 210~211쪽 자신의 이상적인 마을을 실제로 건설하고 있던 브루노는 우리의 이상을 파괴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말했다. 시멘트가 없으면 집을 세울 수 없고 비료가 없으면 방목장에 풀이 자랄 수 없어, 휘발유 없이 어떻게 목재를 자를 건지 보고 싶네. 겨울에는 뭘 먹을 생각이야, 노인처럼 폴렌타와 감자?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도시에서 온 너희는 그것을 자연이라 부르지. 너희의 머릿속에서 너무 추상적이라 이름도 똑같이 추상적이야. 이 동네에서는 그걸 숲, 목초지, 개울, 절벽이라고 불러.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들이지.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야. 사용할 수 없는 거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
_친구의 겨울, 본문 213쪽 우리의 행운의 물건이 떠오른 나는 어떻게 자라는지 보려고 찾았다. 작은 쳄브라 소나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내가 옮겨 심었던 때처럼 앙상하고 휘어진 채였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 나무도 벌써 일곱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나무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평화나 조화를 불러오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끈기를 드러냈다. 삶에 대한 집착이었다. 이런 집착은 네팔에서는 미덕이 아닐지 모르지만 알프스에서는 그렇다.
_친구의 겨울, 본문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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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의 운명이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의 머리 위, 산에 있다고.”현대 이탈리아 문학을 이끄는 작가 파올로 코녜티 소설 국내 첫 출간★2017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수상
★2017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 수상
★2017 영국 PEN번역상 수상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전 세계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저작권 계약에 나서면서 2016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고의 화제작이 된 이탈리아 소설 『여덟 개의 산』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여덟 개의 산』은 2위와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2017 이탈리아 스트레가상을 거머쥐고, 연이어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파올로 코녜티를 세계에 알렸다. 이탈리아 작가가 메디치상을 수상한 것은 움베르토 에코, 안토니오 타부키, 알레산드로 바리코 이후 22년 만의 일이다.
『여덟 개의 산』은 이탈리아 알프스의 몬테로사를 배경으로 한 자연 소설이자 소년 피에트로와 브루노가 특별한 우정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가족과의 화해를 그린 가족 소설이다. 작가 코녜티는 도시와 문명을 찬미하는 기존의 이탈리아 소설과는 달리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개인을 이야기한다.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며 잃어버린 가치의 회복, 도시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독과 불안의 치유, 훼손된 자연과 인간의 공존 등 현대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대답을 구해온 그의 글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잭 런던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코녜티는 거기에 더해 개인이 있을 곳을 선택할 자유와 함께 자신을 둘러싼 세상,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파올로 코녜티는 자연과 인간, 개인과 개인, 내면의 자신과 ‘관계 맺는 것’에 대해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섣부른 평가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법을 택한다. 삼십 대 후반의 나이, 인생을 논하기에 아직은 이른 듯한 작가 코녜티이지만 삶에 대한 섬세하고도 진지한 태도에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가 반응했다. 『여덟 개의 산』은 각종 문학상 수상과 함께 2017년 현재 38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계속해서 출간 계약되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아버지를 극복하고 어른이 된 소년에게 남은 것은 죄책감과 그리움
아버지가 남긴 폐허를 재건하며 지난 시간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다 소년 피에트로와 브루노에게 산은 놀이의 장소이자 비밀을 간직한 과거의 땅이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산의 역사에 대해 상상하고, 산에 존재하는 것들의 이름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며 둘의 우정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에게 산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피에트로의 아버지에게 등산은 다른 사람을 앞질러야 하는 것, 정상에 오르고 나서는 허무한 것이고 산은 늘 위험을 간직하기에 여름에만 오르는 곳이다. 브루노의 아버지에게 산이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터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피에트로는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아버지를 따라 산을 오르고, 브루노는 도시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지만 아버지를 따라 벽돌공이 되어 마을에 남는다. 어른이 된 그들은 결국 아버지들의 방식을 거부한다. 피에트로는 산을 멀리하고, 브루노 또한 아버지와 싸우고 인연을 끊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이별은 아버지에게도, 아들에게도 모두 상처로 남는다.
서로 화해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피에트로의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산을 다시 찾은 피에트로는 브루노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가 남긴 땅에 집을 새로 짓는다. 그리고 그동안 아버지가 혼자 오른 봉우리를 찾아다니며, 피에트로는 항상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사랑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소설은 두 젊은이가 허물어진 집을 다시 세우는 모습을 통해 과거와의 화해, 관계의 복원을 이야기한다.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난 그들은 자유롭고, 둘의 우정 또한 더욱 깊어진다.해발 2천 미터의 산에 지은 집에서,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젊은 작가
흐트러짐 없는 언어로 삶의 잊힌 이름들을 복원하다파올로 코녜티는 발다오스타의 해발 2천 미터에 작은 집을 짓고, 그곳에서 혼자 지내며 종이와 펜을 이용해 원고를 집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침대와 테이블, 난로만 있는 간소한 환경을 선호하는 그의 태도를 반영하듯 『여덟 개의 산』에는 아름답고 웅장한 몬테로사가 아닌 겨울이 되면 냉혹해지는 자연 그대로의 산이 등장한다. 코녜티는 계절에 따라,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 또한 선명하게 보여준다.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싸워야 하는 사람, 막연히 낭만적인 장소로 여기는 사람,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소중히 가꾸는 사람…… 『여덟 개의 산』은 이들의 모습에서 독자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떠올리게 하고, 저마다의 내밀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사람으로 가득한 도시에서도 적막한 산의 고독함을 경험하는 것.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떠도는 일을 멈출 수 없는 것. 코녜티는 현대인의 삶을 이주민의 삶으로 규정하면서 메루산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산이 둘러싼 세계관, 동양의 전설을 가져온다. 작가는 산을 끝까지 지키는 브루노를 메루산에 사는 사람으로, 피에트로를 여덟 산을 떠도는 사람으로 부른다. 코녜티는 “산이란 고독과 같아서 추구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미움을 받지만 다시 찾게 되는,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또한 “고독은 종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삶에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하며, 우리는 자신이 있을 곳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조언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줄거리
1부 어린 시절의 산
도시 소년 피에트로의 가족은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에 여름이면 몬테로사의 기슭에 있는 그라나의 마을에서 생활한다. 철회색 빛의 눈부신 정상이 돋보이고, 절벽이 절경을 연출하는 골짜기 마을은 소년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다. 피에트로는 그라나에서 친구 브루노를 사귀게 되고, 계곡 곳곳을 탐험하며 산에 대한 추억을 쌓는다.2부 화해의 집
피에트로는 산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게 되고, 그를 따라 산에 오르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아버지는 실망감을 안은 채 홀로 산에 오르고 둘 사이는 멀어진다. 피에트로가 서른한 살이 되던 해, 관계를 회복하기도 전에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산속에 있는 다 쓰러진 집을 유산으로 남긴 것을 알게 되고, 그라나를 찾아 친구 브루노와 함께 집을 복원한다. 다시 산 생활을 시작하게 된 피에트로는 어느 날 우연히 산 정상에서 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하고, 뒤늦게 그의 흔적을 따라 여러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한다.3부 친구의 겨울
피에트로는 네팔의 산에서도 친구 브루노를 강하게 그리워한다. 그라나에 남기를 택한 브루노는 목장을 운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며 원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이탈리아 경제 위기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고,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떠나보낸 브루노는 더 산에 집착하고 사람들을 멀리한다.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친구를 위해 피에트로는 고향의 산에 돌아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
여덟 개의 산 |
저자 |
파올로 코녜티 |
출판사 |
현대문학 |
출간일 |
2017-12-26 |
ISBN |
9788972758549 (897275854X) |
쪽수 |
312 |
사이즈 |
128 * 196 * 24 mm /367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