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좋은 문장을 만드는 핵심 코드 177
책 상세소개
고급 문장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베테랑 교열 전문가의 ‘글다듬기 비법’요즘 세계적으로 K-POP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언어 중에서 배우기 어려운 언어의 하나가 한국어이다. 사실 한국인이라도 한국어의 미세한 쓰임 차이를 제대로 짚어내기는 쉽지 않다. 글을 써 놓고 보면, 모국어인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
예컨대 우리는 ‘법안이 심의 중이다’나 ‘치료제가 연구 중이다’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지만, 이를 타동사문 ‘법안을 심의 중이다’와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와 비교하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중이다’는 ‘…하는 중이다’의 준말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앞에 목적어가 와야 자연스럽다. 흔히 ‘선생님이 오신다’를 높여서 ‘선생님께서 오신다’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예쁘시다’라는 표현은 어떨까. 이는 과공이 낳은 비문이다. ‘께서’는 ‘오신다/가신다’ 등과 같은 동사와 잘 어울리고 ‘착하시다/예쁘시다’ 등과 같은 형용사와는 잘 안 어울린다.
우리는 일상에서 별 생각 없이 ‘이 커피는 쓴 맛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글로 쓸 때는 ‘이 커피는 맛이 쓰다’나 ‘이 커피 맛은 쓰다’로 바꾸는 게 좋다. 왜 그럴까. 우리말 문장은 크게 ‘무엇이 어찌한다’, ‘무엇이 어떠하다’, ‘무엇은 무엇이다’의 세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커피는’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무엇이다’ 꼴로 쓰이기 어렵다. 즉 ‘이 커피는 무엇이다’보다는 ‘이 커피는 어떠하다’가 더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이번에는 ‘죽 쑤어서 개가 먹었다’와 ‘죽 쑤어서 개를 주었다’를 비교해 보자. 전자는 비문이다. ‘-어서’로 연결되는 말은 앞 절의 주어가 뒤 절의 주어 노릇까지 하는데 이 문장은 뒤 절에 다른 주어가 왔기 때문에 문맥이 안 통한다.
목차
1. 단어, 구, 절의 나열
001_ 단어와 단어의 연결
002_ 같은 자격을 지닌 말끼리
003_ 단어끼리, 구끼리, 절끼리
004_ 같은 조사끼리
005_ 금메달과 은메달, 금과 은메달
2. 문장 성분의 호응
006_ 주어 갖추기
007_ 주어와 술어의 연결 구조
008_ 주어와 술어의 결합력
009_ 주술 호응…모호한 술어 피하기
010_ 2주어 1술어 문장의 함정
011_ 중주어문의 약점
012_ 주어가 되기 어려운 주어
013_ 중간에 주어가 바뀌면
014_ ‘무엇은 무엇이다’ 꼴 만들기
015_ ‘무엇은 무엇이 있다’ 꼴 피하기
016_ ‘무엇은 무엇이다’ 꼴 피하기
017_ ‘무엇은 무엇 때문이다’ 꼴의 함정
018_ 주어 술어 1 대 1 대응
019_ 성분과 성분의 짝 맺음
020_ 목적어와 서술어의 짝
021_ 주어와 술어 사이에 부사어가 끼어들 때
022_ 주어와 술어 간 의미의 호응
023_ 생략된 주어 따라가기
3. 문장의 연결
024_ 서술 형태를 일치시키자(1)
025_ 서술 형태를 일치시키자(2)
026_ 문장과 문장 간의 형평성
027_ 앞말이 명령형이면 뒷말도 명령형
028_ 부당한 서술어 공유
029_ 서술부를 쉼표로 대체할 때
030_ 인수분해가 잘못되면
031_ 부당한 부사어 공유
4. 조사의 특성
032_ ‘은/는’과 ‘이/가’의 차이
033_ 종속절의 주어에는 ‘이/가’
034- ‘-(으)로’를 남용하지 말자
035_ ‘-은/-는’으로 부분부정문 만들기
036_ 무정물에는 ‘에’, 유정물에는 ‘에게’
037_ 정적인 상황에는 ‘에’, 동적인 상황에는 ‘에서’
038_ ‘에’와 ‘을/를’ 가려 쓰기
039_ ‘에’와 ‘이/가’ 가려 쓰기
040_ ‘-하기란’과 호응하는 서술어
041_ 높임말 ‘께서‘ 가려 쓰기
042_ ‘은/는’이 중첩되면
043_ ‘을/를’이 연이어지면(1)
044_ ‘을/를’이 연이어지면(2)
045_ ‘을/를’이 연이어지면(3)
046_ ‘의’가 연이어지면
047_ ‘(으)로’가 연이어지면
048_ ‘도’가 연이어지면
049_ 보조사 ‘은/는’의 쓰임 … ‘요즘’과 ‘요즘은’
050_ 조사 간의 결합… ‘까지’, ‘에까지’, ‘까지도’의 선택 기준
5. 연결어미의 쓰임
051_ ‘-고’와 ‘-며’의 구별(1)
052_ ‘-고’와 ‘-며’의 구별(2)
053_ ‘-고’와 ‘-며’의 구별(3)
054_ ‘-라고’와 ‘-라며’의 구별
055_ ‘-며’와 ‘-면서’의 구별
056_ ‘-며’를 잘못 사용한 경우
057_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아(어)서’
058_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려다’, ‘-려고’
059_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고도’
060_ 앞뒤 절의 주어를 같게 하는 ‘-다가’
061_ 앞뒤 절의 주어를 다르게 하는 ‘-니’
062_ 문장 끝까지 영향을 미치는 ‘-니’, ‘-더니’
063_ 요즘 방송을 보면 요리가 대세다?
064_ 추우려고, 예쁘려고, 빠르려고
065_ 죽 쑤어서 개가 먹었다?
066_ ‘-지 모르다’와 ‘줄 모르다’
067_ 연결어미 ‘-(하)자’와 뒷말 간의 호응 관계
068_ 부정문과 못 어울리는 ‘-도록’
069_ 동사와만 어울리는 ‘-려면’
070_ 같은 연결어미가 연이어지면
6. 수식 구조
071_ 수식하는 말끼리 비슷한 형태로
072_ 이중 수식 구조 피하기
073_ 꾸미는 대상을 명확히
074_ 수식의 범위에 따른 중의성
075_ 뜬금없는 수식어
076_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077_ 눈 폭탄이 강타한 강원도, 눈 폭탄을 맞은 강원도
078_ ‘인한’, ‘인해’ 가려 쓰기
7. 부사어의 쓰임
079_ ‘너무’ 오만의 극치다?
080_ 부사어의 꾸밈 관계를 살피자
081_ 부사어가 서술어를 잘못 만나면
082_ ‘X에서’와 호응하는 서술어
083_ ‘X에'와 호응하는 서술어
084_ ‘X에게'와 호응하는 서술어
085_ 부사어도 정해진 위치가 있다
086_ 부사절도 주어의 영향을 받는다
087_ 의문형과 어울리는 ‘얼마나’
088_ ‘매우’와 ‘거의’ 가려 쓰기
089_ 부정문과 어울리는 ‘결코’, ‘좀처럼’
090_ ‘왜냐하면… 때문이다’의 짝 맺음
8. 시제, 상, 부정 표현
091_ 우리말의 시제 표현
092_ 현재형이냐 현재진행형이냐
093_ 앞뒤 말의 시제가 같을 때 쓰는 ‘-느라고’
094_ 능동형이냐 피동형이냐(1)
095_ 능동형이냐 피동형이냐(2)
096_ 능동문과 피동문의 차이
097_ 붕괴했나 붕괴됐나
098_ ‘-화 하다’와 ‘-화 되다’
099_ 피동형 서술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형
100_ ‘잡은’ 물고기와 ‘잡힌’ 물고기
101_ 나무로 ‘지은’ 집, 나무로 ‘지어진’ 집
102_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
103_ 부정문을 만들 수 없는 경우
104_ 부정 표현에 사용되는 ‘때문에’
105_ 긍정 표현에 사용되는 ‘…를 위해’
106_ 부정문이 지닌 중의성
107_ ‘안’ 부정문, ‘못’ 부정문
9. 단어, 문장성분의 생략
108_ 밥값, 술값, 밥·술값
109_ ‘의’를 넣지 말아야 하는 경우
110_ ‘의’를 넣어야 하는 경우(1)
111_ ‘의’를 넣어야 하는 경우(2)
112_ 생략할 수 없는 주어(1)
113_ 생략할 수 없는 주어(2)
114_ 생략할 수 없는 주어(3)
115_ 생략할 수 없는 목적어(1)
116_ 생략할 수 없는 목적어(2)
117_ 생략할 수 없는 관형어
118_ 생략할 수 없는 부사어(1)
119_ 생략할 수 없는 부사어(2)
120_ 조사 ‘이/가’를 생략하면
121_ ‘해서’ 안 된다’와 ‘해서는’ 안 된다
10. 겹말, 중복, 군더더기
122_ 겹말 어디까지
123_ 사족 표현(1)…중언부언, 군더더기
124_ 사족 표현(2)…계륵
125_ 주술 동어 반복
126_ 동일 서술 형태의 반복(1)
127_ 동일 서술 형태의 반복(2)
128_ 연이어진 두 문장 속 동어 반복
129_ 동어 반복이 능사일 때도 있다
130_ 동어 반복, 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의 경계
131_ 동어 반복을 피할 때 주의할 점
132_ 과장 표현
133_ ‘들’을 붙이지 않는 경우
134_ ‘것이다’를 남용하지 말자
135_ 접속어 중복을 피하자
11. 의미적인 것들
136_ 상황에 맞는 표현
137_ 성분과 성분 간 의미의 짝
138_ ‘-적’과 ‘-적인’의 차이
139_ 권위적이 되다
140_ 위치하고 있다
141_ 추운 등, 했는 등
142_ ‘…하는 등’의 올바른 쓰임새
143_ ‘등’으로 이어지는 앞뒤 말의 관계
144_ ‘-하다’와 ‘-시키다’의 차이
145_ ‘어떤 때’와 ‘어떨 때’
146_ ‘법안이 심의 중이다’와 ‘법안을 심의 중이다’
147_ ‘…중이다’와 ‘…중에 있다’
148_ ‘진행 중이나’와 ‘진행 중이지만’
149_ 경쟁력을 잃어 가는 ‘…임’, ‘…함’
150_ 경쟁력을 잃어 가는 ‘…할 시’
151_ 죽기 전까지 사랑한다?
152_ ‘…때문에…해라’ 구문의 불안정성
153_ ‘-지에 대하여’의 남용
154_ ‘…에 대하여’와 어울리는 서술어
155_ 동사형과 어울리는 ‘…로 인하여’와 ‘…를 위하여’
156_ ‘논리적이 아니다’와 ‘논리적이지 않다’
157_ ‘때문’과 ‘까닭’의 상반된 결합력
158_ 상황에 맞게 써야 하는 ‘…하는 가운데’
159_ 상황 전개의 오류…시간에서 공간으로의 이동
160_ ‘-ㄹ까’와 ‘-ㄹ까 봐’의 차이
161_ ‘어떤 것’과 ‘어떻다는 것’의 차이
162_ ‘여부’와 ‘유무’ 가려 쓰기
12. 기타
163_ 명사화 문장 풀어쓰기
164_ ‘X하다’와 ‘X를 하다’
165_ ‘X를 Y하다’와 ‘XY를 하다’
166_ 어순을 바꾸면
167_ 어순만 바꾸어도
168_ 아무 데나 붙이면 안 되는 ‘것’
169_ 지시어를 잘못 사용하면
170_ 비교급 표현 ‘…보다’와 ‘…에 비해’의 구분
171_ ‘보다’와 ‘제일/가장’의 불편한 동거
172_ 번역 투 표현 ‘가지다’
173_ 세 개의 사과, 사과 세 개
174_ 끊어 읽을 곳엔 쉼표를
175_ 쉼표와 가운뎃점 구별
176_ 쉼표를 잘못 사용한 경우
177_ 쉼표로 나열할 수 없는 경우
책속으로
책머리에
문법 학계에서는 ‘돈을 천 원을 주웠다’라는 표현을 목적격 중출 구문이라 하여 우리말의 특수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우리말의 특수한 현상이라면 편히 써도 된다는 뜻이건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주저스러운 면이 있다. 예컨대 ‘철수가 영수를 어깨를 쳤다’보다는 ‘철수가 영수의 어깨를 쳤다’가 더 낫지 않은가.
둘 중 어느 것을 택하든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다. 더구나 우리는 뜻만 통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어서 글의 완성도나 유려함을 평가하는 눈이 비교적 흐릿하다. 문법 개념도 희박해서 비문조차 너그럽게 수용하는 경향이 짙다. 남의 나라 말인 영어는 전치사 하나도 꼼꼼히 따지면서 말이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간 학교에서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글쓰기를 따로 배우고자 해도 지침으로 삼을 만한 텍스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표현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여 다듬고 또 다듬는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의 머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는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글이다. 유서의 한글 파일 제목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이고, 본문 문장은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이다. 아래아 한글의 파일 생성 원리로부터 유추하자면 처음엔 제목과 본문이 같았는데, 나중에 본문을 고친 것이다. 삶을 마감하는 비장한 순간에도 ‘말미암아’와 호응하는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받은’을 추가한 것이다.
필자는 가끔 언론사 수습기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는데, 그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 분이) 왜 고쳤겠는가’를 묻는다.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가 안 된다. 소위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보았겠지만, 이처럼 간단한 문제를 풀어 주는 책은 찾기 어렵다.
필자는 근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일을 해 왔다. 남의 글을 조금 더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 일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남의 글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나쁜 글이 안고 있는 문제점, 곧 어색함을 자아내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처방은커녕 자칫 더 나쁜 문장을 만들 수도 있다. 무심코 조사 하나 바꾸었다가 글의 의도가 달라져 글쓴이의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쳐 얻은 필자의 ‘글다듬기 노하우’가 이 책에 담겼다. 일상의 글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문, 악문, 그리고 정문이라 하더라도 더 매끄러운 대안을 찾아보면 좋을 문장을 177가지 유형으로 추렸다. 그리고 유형별로 대표적인 문장을 제시하고 그 문장이 어색한 이유를 밝혔다. 사실 어색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논문 등 참고문헌이 많기는 하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 부닥치는 현실적인 의문을 풀어주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부분을 필자의 직관에 의존해야만 했다. 이 경우 필자 스스로도 타당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혹 견강부회한 것은 아닌지 싶어 마음이 오그라드는 측면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내용 중 절반가량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17년에 제작한 <올바른 기사문장론>에 실려 있다. 이는 필자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각 언론사 수습기자들을 상대로 강의했던 ‘글 바로쓰기’의 원고를 정리하여 언론인 교육을 위한 교재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분량을 더 추가하여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 이 책이다. 따라서 예문도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것이 많으며, 이 때문에 논의의 방향도 신문 언어 쪽에 치우친 측면이 있음을 고백한다.
비국어 전공자가 어설픈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해 한국어 관련 책을 낸 것이니 참으로 조심스럽다. 국어 전공자 및 국어학계에는 큰 누가 되지 않으면서, 더불어 좋은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일반인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18년 8월
이 병 갑
출판사 서평
이 책은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작업에만 매달려 온 베테랑 교열 전문가의 ‘글다듬기 비법’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평소 업무 중에 발견한 비문, 악문 등을 17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리고 그 문장이 어색한 이유를 다양한 근거를 통해 제시한 뒤 읽기 편하고 의미도 잘 통하는 문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안내한다. 예컨대 주술 관계의 경우 ‘그는 남들이 손가락질을 했다’보다는 ‘그는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당했다’로 표현하기를 권한다. 전자는 ‘그는’과 호응하는 서술어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또 ‘영업이익이 1억 원을 달성했다’의 경우 ‘영업이익 1억 원을 달성했다’나 ‘영업이익이 1억 원에 달했다’ 등으로 표현하면 더 부드러워진다.
조사와 어미도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글의 맛과 의미가 달라진다. ‘농부가 산길을 걷는다’와 ‘농부는 산길을 걷는다’, ‘산에 오른다’와 ‘산을 오른다’의 의미 차이를 알고 구별해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이 밖에 ‘너무 오만의 극치다’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을 예로 들면서 부사와 부사어가 다른 말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은 어법을 떠나 읽기 편한 문장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예컨대 ‘등록금 동결을 한다’보다는 ‘등록금을 동결한다’로 쓸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실내 정돈이 잘됐다’와 ‘실내가 잘 정돈됐다’는 뉘앙스가 다르므로 상황에 맞게 골라 써야 한다는 노파심도 드러낸다.
이 밖에 최근 기사체 문장을 중심으로 ‘퇴화하다’와 ‘퇴화되다’, ‘개막하다’와 ‘개막되다’, ‘소개하다’와 ‘소개시키다’가 혼용되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느 표현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독자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쉬운 문장, 술술 읽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독자에 대한 배려로 표현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글을 꼽는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의 서두를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 크다’로 썼다가 나중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로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말미암아’와 호응하는 말 ‘받은’을 넣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생을 마감하는 비장한 순간에도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고자 한 고인의 글쓰기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77개 핵심코드를 익히면 언론인은 물론, 정확하고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
고급 문장 수업 |
저자 |
이병갑 |
출판사 |
학민사 |
출간일 |
2018-08-25 |
ISBN |
9788971932513 (8971932511) |
쪽수 |
396 |
사이즈 |
153 * 225 * 24 mm /591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