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별밤서재

나무처럼 자라는 집 요약정보 및 구매

임형남 노은주의 집 땅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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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형남 , 노은주
  • 인물과사상사
  • 2022-06-20
  • 9788959066339 (8959066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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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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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임형남 노은주의 집 땅 사람 이야기
책 상세소개
함성호(건축가, 시인)

집을 짓는다는 것은 기초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붙이고 지붕을 덮는 물리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생활을 깔고 가족의 이야기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 일이다. 그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고 한다. 집은 엄마 혹은 고향 같은 단어처럼 온도를 가지고 있다. 건축은 어딘가 차갑고 무뚝뚝한 구석이 있지만, 집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따뜻해진다. 특히 ‘우리 집’이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지금도 집은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듯이 집은 자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은 나무처럼 열매를 맺고 자랄 것이다. 건축에는 시간이 담긴다. 어떤 찰나일 수도 있고, 어느 길고 긴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건축은 타임캡슐이다.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건축에는 그런 시간들이 담긴다. 그래서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고,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이 남기는 기록의 저장소다. 인간에게 집이란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하는 물리적인 껍질만이 아닌, 자아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그래서 건축이란 땅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고, 주인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장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땅의 이야기를 듣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형남ㆍ노은주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부부 건축가가 생각하는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집을 설계해온 임형남ㆍ노은주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 집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처럼 자라고 괴로우면 신음을 내고 즐거우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그런 생물체다. 또 집은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다. 행복은 바로 집에 있다. 체온이 남아 있는 이불 속에, 햇살이 내려앉은 낡은 소파에, 보글거리는 찌개 냄비 속에 있다. 집은 얼었던 마음을 풀어주고 딱딱하게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줄 것만 같은 한없이 넓고 넉넉한 품을 가진 곳이다. 집은 생각으로 지어야 한다. 집이란 생각의 집적체이며,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그 생각을 정리해서 집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의 자세를 정하는 것이고, 가족의 미래를 꿈꾸는 일이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임형남ㆍ노은주가 20년 전에 출간한 첫 책으로, 2022년에 새롭게 개정ㆍ증보한 ‘출간 20주년 기념판’이다. 이들은 첫 번째 집을 설계하고 완성한 이후 그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인 이 책을 냈다. 이들은 이 책을 10년마다 개정판을 낸다면 몇 번이나 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나무처럼 자라는 책’이라고 했다. 이들은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책을 한 권 쓰고도 남을 만큼 이야기가 모이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한 가족이 모두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이야기를 남기기 때문에 100권 정도의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최근 10년 동안 집을 지으면서 썼던 글들이다. 집에는 시간이 담기고 이 시간이 모여서 이야기가 된다는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제2장)과 집짓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땅, 돌, 나무, 빛 등에 대한 이야기인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제3장)과 충주 산척면 상산마을의 김 선생 댁을 지었던 이야기인 ‘나무처럼 자라는 집’(제4장)은 초판의 원고를 다듬고 일러스트를 추가로 그려 넣었다. 표지도 앞표지는 20년 전의 표지를, 뒤표지는 20년 후 즉 2022년의 표지를 담았다. 어쩌면 2002년과 2022년이 공존하는 느낌의 표지다. 그만큼 이 책에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목차
추천의 글 : 시간이 갈수록 ㆍ 6
책머리에 : 여전히 집을 짓고 있습니다 ㆍ 10

프롤로그 : 지금, 여기서 ㆍ 20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
가족 풍경 ㆍ 27 | 모두가 같이 꾸는 꿈 ㆍ 33 | 집의 온기, 건축의 온기 ㆍ 37 | 내 마음의 꽃밭 ㆍ 41 | 살강 ㆍ 45 | 경계가 없는 ㆍ 50 | 금산주택 ㆍ 54 | 땅에 대한 예의 ㆍ 61 | 까사 가이아 ㆍ 65 | 보이지 않는 집, 기록의 건축 ㆍ 73 | 수납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ㆍ 77 | 물은 제 갈 길을 간다 ㆍ 81 | 집의 이름 ㆍ 85 | 서백당처럼 살고 싶다 ㆍ 89 | 초심을 지키는 일 ㆍ 93 | 즐거운 마음 ㆍ 97 |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집 ㆍ 101 | 건축의 즐거움 ㆍ 109

제2장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
집을 생각한다 ㆍ 121 | 모든 것에는 시간이 담긴다 ㆍ 129 | 궁전의 장엄 ㆍ 132 | 일탈의 공간 ㆍ 138 | 시간을 담은 벽, 통의동 옛집 ㆍ 143 | 명당 ㆍ 148 | 느티나무 그늘 ㆍ 152 | 그림 ㆍ 155 | 좋은 집은 주인을 닮는다 ㆍ 161 | 이야기라는 공간 ㆍ 171 | 마고 할머니와 지리산 호랑이 ㆍ 176 | 비너스 모텔 ㆍ 185 | 청래골 푸른 이끼 집 ㆍ 188

제3장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사과 ㆍ 201 | 지리산 바윗돌 ㆍ 204 | 빛 ㆍ 209 | 숭림사 ㆍ 214 | 손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 ㆍ 221 | 속도 ㆍ 224 | 밀레니엄 ㆍ 230 | 산천재 ㆍ 234 | 허위의식 ㆍ 241 | 병산서원 ㆍ 244 | 소외 ㆍ 248 | 송광사 ㆍ 253 |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 ㆍ 259

제4장 나무처럼 자라는 집
첫 만남 ㆍ 267 | 상산마을 ㆍ 275 | 설계의 단서들 ㆍ 281 | 땅의 내력 ㆍ 288 | 집을 그리기 시작하다 ㆍ 297 | 첫 번째 보고 ㆍ 303 | 나무가 살린 집 ㆍ 312 | 투명한 집 ㆍ 319 | 마당과 풍경 ㆍ 326 | 두 개의 속도 ㆍ 330 | 봄을 기다리는 동안 ㆍ 334 | 집을 짓기 시작하다 ㆍ 339 | 여름 동안 ㆍ 347 | 집이 자라기 시작하다 ㆍ 353

에필로그 : 집으로 가는 길 ㆍ 360

참고문헌 ㆍ 366
책속으로
제가 지어본 중 가장 작은 집은 오래된 상가주택의 옥상 물탱크실과 계단참 사이에 있는, 폭이 2.4미터 깊이가 6미터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꾸며준 신혼집입니다. 아주 좁았지만 다행히 층고가 4미터가량 되어 복층을 만들어 부족한 공간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공간에 화장실과 옷방, 침실 심지어 작은 주방까지 만들어 넣었습니다. 같이 꿈을 꾸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동안 작은 집은 완성되었습니다. 지은 지 오래되어 습기 먹은 신문지처럼 후줄근해진 상가건물 꼭대기에 작은 선물 상자 같은 예쁜 공간을 끼워넣으니 신혼부부는 물론 건물까지도 기뻐하는 것 같아 덩달아 저까지 흐뭇했습니다. 같이 꾸는 꿈은 참 행복합니다. 「모두가 같이 꾸는 꿈」(본문 34쪽)201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학에서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건축과 학생들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약간 당황스러웠는데요, 아마 요즘 강하게 부는 한류의 영향도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진지하게 듣는 그들의 열의에 감복해 열심히 이야기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많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건축에서 왜 땅이 중요하다는 것인가?”였습니다. 강연 중에 ‘건축은 땅에서 시작되므로 땅과의 타협이 중요하고, 건축가는 반드시 땅에 대한 존경을 가져야 합니다’는 이야기를 강조했기 때문인 듯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반문했습니다. “왜 땅이 중요하지 않은가요?” 「땅에 대한 예의」(본문 61~62쪽)우리는 이상한 강박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자세라는, 그런 강박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시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 “즐겁게 살아도 돼”라고 누군가 이야기해준다면 그 얼마나 자유로워질까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원래 그것이며, 다만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러 역사적·지역적인 요소가 통합되며 불교의 처음 정신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설계를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는 사이, 건너편 산 위에 짓기로 한 법당과 선방 등 주요 시설들이 제가 설계하는 대지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옆에 바로 붙은 땅이 추가로 포함되었습니다.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집」(본문 104~105쪽)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그 살들을 덜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씩 덜어내면서 후련해하고 시원해하는 집을 보며 저도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실 벽을 둘러치고 있는 나무판을 떼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무판은 처음에는 금강석처럼 단단하고 늘씬했겠지만 나무 위를 덮은 바니시(니스) 피막으로 숨을 쉬지 못해서 껍질을 벗은 매미처럼 속은 텅 비어 있었고 겉만 반질반질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나무판들이 우수수 쏟아져내리고, 그 안쪽으로 집을 지탱하고 있는 벽돌들이 드러났습니다. 대강대강 쌓아놓은 벽돌들과 벽돌들을 붙여주었던 시멘트 풀이 벽돌을 타고 내리기도 하고 벽돌 틈으로 삐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담은 벽, 통의동 옛집」(본문 145쪽)오래전 돈암동에서 아는 사람의 이삿짐을 날라줄 때 본 적산가옥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집은 낡은 목조 2층집이었는데, 마루며 계단 난간이 오랫동안 걸레질로 반들반들했고 긴 복도는 그 집 식구들의 그림과 글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집은 걸레질하는 주인과 함께 곱게 늙어 있었습니다. 건물이란 생물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고 늙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전통 건축에 대한 애착은 이런 퇴행적 감상의 차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산으로 해남으로 공주로 함양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손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본문 223쪽)이제는 집도 사람도 다시 자신만의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집은 ‘껍질’이기도 하고, ‘재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입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을 구체적인 의미로 실현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사회생활을 하고, 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들이 자신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저는 집을 짓는 것도 그 범주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자신의 꿈을 담아 집을 지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제가 옛집을 좋아하는 것은 옛집에 가면 그 주인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만한 집, 겸손한 집, 작지만 생각이 큰 집. 저에게는 집을 읽는 즐거움을 주고, 그 집에 사는 자손들에 게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집안의 이야기가 전해질 것입니다.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본문 251~252쪽)동네를 닮기 위해 동네를 담았습니다. 집을 관통하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집 지을 땅에 원래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집이 약간 뒤로 물러앉으며 그 앞으로 난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동네의 위와 아래를 연결해주고, 동네 사람들이 밭으로 혹은 산으로 다닐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없어지면 조금 곤란한 길이었습니다. 저는 그 길을 김 선생 땅 안쪽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굳이 공치사할 일은 아닙니다만, 동네 사람들이 의아해하면서 좋아할 겁니다. 사람들은 김 선생 집을 관통하게 되고 집 안이 훤히 드러나게 되겠지요.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집을 구성할 때 적당히 가려주는 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적인 침실을 안쪽으로 밀어넣어 해결할 생각이었습니다. 「집을 그리기 시작하다」(본문 297~298쪽)집을 지을 때 보면 전체 과정에서 뼈대를 완성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욕심이 들어가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라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 위에 살을 붙이고 눈을 붙이고 머리를 얹으면서 집은 멍청해지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얼굴과 몸에 욕심이 들어가 둔해지고 탁해지는 것처럼, 집도 순수한 골격 위에 사람의 욕심이 덧붙으면서 점점 탁해집니다. 껍데기를 씌울 때 건축가의 실력이 드러납니다. 구제역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라 상산마을 가는 길 몇 군데에서 소독약 샤워를 해야 했지만, 날씨가 좋아서 일은 거칠 것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집을 짓기 시작하다」(본문 345~346쪽)
출판사 서평
‘금산주택’과 ‘제따와나 선원’과 ‘까사 가이아’금산주택은 충남 금산 외곽, 진악산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있다. 이 집은 거주 면적 43제곱미터(약 13평), 마루 26제곱미터(약 8평)의 소박한 집으로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조망을 가졌다. 한옥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는 집주인에게 진악산을 바라보는 동서로 긴 집을 권했다. 집의 여러 가지 조건이 600여 년 전의 철학자 이황의 집 ‘도산서당’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 집은 교육자인 집주인과 책들과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을 위한 집이다. 그리고 서양식 목구조를 적용하되 한국 건축의 공간을 담은 집이다.임형남ㆍ노은주는 “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집을 원하는 것일까요?”라고 묻는다. 현대인들은 집에 집착하고 집의 크기에 집착한다. 그리고 집도 커져야 사회적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화려한 집에 담기는 것은 빈곤한 마음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집도 사람을 기형으로 만든다. 어느 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존재에 대한 회의처럼, 집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집은 달에서도 보일 정도로 큰 신전과 같은 거대한 집이 아니라 생각이 담긴 집이어야 한다. 금산주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기면서 자연과 조화롭게 마주 보고 있다. 금산주택은 한국공간디자인대상(2011년)과 한국건축가협회상 특별상(2012년)을 수상했다.제따와나 선원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집’이다. 당시 선원장 스님에게서 불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설계의 가이드라인 중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에 대한 고찰이다. 집착을 통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공간이므로 사성제가 기본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중도’라는 개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그래서 과거의 방식과 불교적인 교리를 바탕에 깔되 현대적인 생활 습관에 적합하게 설계했다. 그리고 불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렸다. 대부분의 사찰처럼 한옥으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벽돌로 옷을 입혔다. 그렇게 1년 동안의 설계 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뼈대를 올리고 벽돌을 외부에 쌓고 바닥에 깔아서 무려 30만 장의 벽돌로 공간을 완성했다.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 완성되었다. 제따와나 선원은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2020년)을 수상했다.까사 가이아는 바다색이 아름다운 김녕 바닷가에 제주도의 풍광을 담은 집이다. 건축주는 제주도 토박이 부부로, 제주도 바닷가의 전망 좋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란한 형태와 색채를 집어넣은 집은 결코 짓지 않겠다고 했다. 단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욕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바다를 가리지 않으며 바닷바람에 견딜 만한 집을,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던 제주도의 돌처럼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그 자리에 옛날부터 있었던 오랜 집처럼 보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까사 가이아는 무수한 비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제주도의 강인한 여성성을 상징하고, 어머니의 안온한 품처럼 따뜻하고, 바다와 오름 사이를 넘나들며 오가는 햇빛과 바람과 바다라는 제주도의 자연으로 채워졌다. 까사 가이아는 2021년 1월 EBS 〈건축탐구 집 : 그 집으로의 특별한 초대〉에 소개되기도 했다.좋은 집은 주인을 닮는다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 집이란 짧은 시간 동안 단번에 지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집 자체가 스스로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에게 집을 짓는 것을 허락한 땅과 돌과 나무들도 집에 대해서 일정 부분의 몫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계획하고 쌓고 세워서 짓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의 모양과 공간은 갖추게 되겠지만, 최종 완성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의 원만한 합의와 조화가 이루어질 때다. 시간은 그렇게 사람이 만들어놓은 건물에서 풀기를 빼주기도 하고, 생경한 색깔을 누그러뜨려주기도 하고, 성질을 눌러주기도 한다.어떤 집은 땅이 너무 세서 집을 앉히느라 고생을 하고, 어떤 집은 그 집에 살 사람이 너무 강해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어떤 집은 땅이나 주인이 아무런 요구가 없어서 곤란할 때도 있다. 드물긴 하지만 원래 있던 집을 고치려 할 때, 집의 주장이 너무 강해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고 가슴 부풀게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매우 골치 아픈 일이다. 사실 건축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생활을 담다 보면 구차해지기도 하지만, 표현하기 힘든 사람들의 생각이나 잡히지 않는 시간의 흔적들이 담길 때는 고상하고 우아해지기도 한다.경남 마산의 인곡리라는 마을에 신 선생 댁을 짓고 있을 때다. 건축주는 기껏해야 거실과 안방이 잘 연결되었으면 하고, 주차 공간과 자식들이 명절 때라든가 집에 모일 때 있을 장소만 만들면 된다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요구 조건만 내밀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모든 창이 남쪽으로 향해서 집 안이 고르게 환해질 수 있도록 방들을 길게 늘어놓고, 땅의 모양과 흐름대로 해가 움직이는 방향을 생각해서 집을 앉혔다. 말하자면 신 선생의 세상 사는 모습처럼 그냥 흐르는 대로 집을 앉혔다. 그것이 설계의 전부였다. 그래서 이 집은 그냥 널찍한 뗏목을 타고 얼굴에 모자를 덮고 입에 갈대 물고 팔베개하고 누워서 물결이 순탄한 강을 타고 하류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집은 주인의 품성대로 지어지는 모양이라고 말한다.지리산 청래골에 푸른 이끼 집을 짓고 있을 때다. 그곳의 공기는 원시의 숲과 같이 적막하고 투명했다. 그곳에 진주에 사는 여덟 사람이 뜻을 모아 주말에 와서 쉴 집을 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청래골 땅은 만만하지 않았다. 지리산을 바라보되 너무 으스대지 않으며, 지리산에 기대되 너무 비굴하지 않은 그런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건축으로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자칫하면 건축주도, 땅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해서 불안해했다. 집이 있으나 산을 가리지도 않고 땅을 짓누르지도 않는, 말하자면 투명하고 가벼운 집을 지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리는 땅에 얹혀살고 있으면서도 땅의 아픔에 대해 무관심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나 돌이나 풀에게 무관심했다. 우리보다도 훨씬 전부터 그 땅은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그 땅에 얹혀살고 있다.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집에도 격이 있다. 집에도 안에서부터 은은히 번져 나오는 향기가 있다. 산천재는 격이 있고 향기가 있는 집이다. 집이 크지도 깊지도 않다. 그저 빠르게 지나가는 국도변 강가에 앉아 있는 낮고도 단순한 집이다. 그러나 위엄이 있다. 산천재 뒷마당은 지리산 천왕봉이 잘 보이는 몇 곳 중의 하나다. 산천재는 지리산 천왕봉을 쳐다보며 고즈넉이 앉아 있다. 특히 산천재가 지리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다. 아무런 자기 주장도 없어 보이는 낮은 집이지만, 집을 드러내지 않고 산의 흐름에 몸을 맡긴 그 모습이 근엄하다. 그리고 절대 낮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위와 어울리는 품위가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의도가 없어 보이는 집과 의도 없이 자연스레 형성된 마을이 있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소통되고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동네다. 사는 것에 대한 욕망,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 그런 것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자연스러움만으로 구성된 집들이 있다. 길섶에서 피어나는 들꽃처럼, 도시의 매연 속에서 보도블록의 좁은 틈을 비집고 피고 자라는 민들레처럼, 집들이 따뜻한 양지에서 볕을 받으며 웃고 있다. 집주인의 기호가 보이고 재료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보이고, 무엇보다도 사는 사람들과 편안한 조화가 있어 보인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만나게 되는 집들처럼, 서울이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에 뒤덮이기 전에 골목골목에서 만나던 건강한 집들을 우리는 그리워한다.충북 충주시 산척면 상산마을의 김 선생 댁을 짓고 있을 때다. 제천에 있는 중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김 선생,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안주인 신 선생, 칠순이 훨씬 지난 노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이렇게 다섯 식구였다. 노모와 김 선생은 제천에서 살고 아이들과 신 선생은 안양에서 살았다. 이들은 집을 지으면 다시 식구들이 모여 살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선생은 동네에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과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동네에서 튀지 않는 소박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도서관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농사를 지을 것이니, 창고가 필요하다. 네 번째는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는 손님이 많이 올 것이므로, 손님과 가족이 어느 정도 분리되기를 원했다.김 선생의 집은 뼈대를 철골로 세우고, 샌드위치 패널로 벽체를 세우고, 그 위에 드라이비트로 마감을 했다. 내부는 석고보드를 치고 그 위에 도배를 했다. 말하자면 김 선생의 현실적인 여건에 맞춘 재료들이며, 어느 곳에서나 시공이 가능한 ‘이 시대의 재료’들이다. 김 선생은 내부의 계단이나 외부의 마루는 학교에서 버리려던 아카시아나무를 사용하고자 했고, 사랑채도 주변에 있는 공장에서 흙벽돌을 사다가 지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과 친척과 친구를 모으고, 동네 사람들과 축대를 쌓고 공을 들여 수공예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집을 지으려고 확보한 자금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공사하는 과정에서 생략되고 변경된 것이 몇 개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나갈 즈음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이제는 주인이 집을 키워나갈 차례다. 집은 그렇게 주인의 숨을 불어넣어주는 것이고, 또 그만큼 자랄 것이다.좋은 집이란 무엇인가?임형남ㆍ노은주는 좋은 집이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집이라고 말한다. 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추억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이 얹혀 있는 땅에도 어떤 내력을 담고 있어야 한다. 즉, 추억이 스며들어 있는 오래된 집이 좋다. 또한 좋은 집은 투명하고 유기적이며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이다. 투명한 집이란 안이 훤히 보이는 집이 아니라 안팎의 경계가 조화롭고 공간과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그 사이로 빛이 넘나드는 집이다. 어쩌면 집은 자기의 실현이며, 집의 완성은 가족이 모두 제자리에 앉아 있는 풍경이다. 그러면서 온기를 품고 인간을 받아들여주고 안아주는 집이 좋은 집이다.유기적인 집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옛집처럼 공간이 닫히거나 완결된 것이라기보다는 생명체처럼 자라나는, 그럴 여지가 있는 집이라는 의미다.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이란 어떤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집이 아니라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에 어우러지며 생겨난 집, 그런 집들이 모인 동네의 모습이 들꽃처럼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 밖에 좋은 집은 구성원들 간에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족 간, 이웃 간 일정한 거리는 사람 사이의 예의 혹은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내기도 한다. 옛집은 마당을 통해 거리를 유지하고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래서 임형남ㆍ노은주가 만드는 집들은 시간이 지나고 손때가 묻으면 ‘옛집’이 될 테고, 생물처럼 자라 기억들을 불러 세우는 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집은 몇 년만 살다가 팔고 나오는 집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 집, 투명한 집,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집, 그리하여 길가의 들꽃처럼 생명력 있게 피어나고 나무처럼 자라는 집이다.
상품 정보 고시
도서명 나무처럼 자라는 집
저자 임형남 , 노은주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출간일 2022-06-20
ISBN 9788959066339 (8959066338)
쪽수 368
사이즈 153 * 210 * 27 mm /71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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